♣ SU/닥터 조홍근의 알기 쉬운 건강이야기

당뇨병으로 가는 두 가지 유산과 네 가지 습관 (2) 체질적 유산 극복하려면 생활습관 바꿔라

浮萍草 2016. 3. 6. 10:32
    레닌그라드 대 네덜란드 아넴
    닌그라드와 아넴은 둘 다 나치독일의 봉쇄작전에 의해서 기아선상에서 시달렸고,그러던 중에 아이들이 태어났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네덜란드에서는 몇십 년이 지나자 그 아이들이 심혈관질환 당뇨병,정신질환 등에 시달렸지만 레닌그라드는 특별히 다른 점이 없었습니다. 
    무슨 차이일까요?
    그건 태어난 후의 환경의 차이 때문입니다. 
    어머니의 자궁 안에서 태아는 평생 살아갈 중요한 체질을 완성해 나갑니다(hard-wiring). 유전자가 같아도 이때 환경의 차이에 의해 단백질 발현이 달라지고,
    그렇게 되면 우리가 말하는 소위 ‘체질’이 달라집니다. 
    어머니가 이때 많이 못 먹었기 때문에 태아는 장차 음식과 영양이 부족한 세상에서 살아나가기 위해 알뜰살뜰하게 살도록 본인의 몸을 프로그래밍합니다. 
    들어온 에너지를 되도록 많이 저장하고, 있는 에너지를 되도록 아껴 쓰게 본인을 변화시킵니다. 
    아주 간소하고 작게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경차의 무게에 경차의 엔진을 달고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체격도 좀 작고 태아 때 단백질이 모자랐기 때문에 췌장도 약해서 인슐린도 적게 분비하고 그 인슐린으로도 문제가 없이 살기 위해 대사적으로 몸을 적응
    시킵니다.
    그리고 세상에 나옵니다. 
    여기서부터 또 차이가 나기 시작합니다. 
    서유럽은 전쟁의 폐허를 딛고 다시 발전하고 부흥합니다. 
    그래서 영양이 풍부한 식사를 하고 산업화는 진행되어 육체활동을 덜하게 됩니다. 
    아넴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어머니가 기근에 시달려 작은 몸으로 자라 에너지 효율이 엄청나게 좋습니다. 
    태어나면서 갑자기 모체 환경과는 다르게 영양과 에너지가 풍부하고 에너지를 덜 써도 되는 환경에 노출됩니다. 
    경차 엔진에 대형차 프레임과 껍데기를 얹은 모습입니다. 
    엔진(췌장)에 과부하가 걸려 고장이 나는데, 그것이 바로 당뇨병, 심혈관 질환입니다.
    그런데 레닌그라드는 상황이 다릅니다. 
    구소련의 경제상황은 그렇게 좋지 않았습니다. 
    풍족하게 먹기보다는 계속되는 흉년과 공산주의 경제의 비효율성 때문에 늘 음식이 부족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레닌그라드 포위 때 힘들게 태어난 아이들은 네덜란드의 아이들과 달리 항상 약간 모자란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은 경차 엔진으로 태어나 계속 경차의 규모를 유지한 셈입니다. 
    그래서 그런 현상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된 대단히 중요한 발견입니다.
    부모가 나에게 남겨준 불리한 유산을 의지로 극복하는 방법이 있다. 습관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사진은 유전자가 생명체의 질병이나 성격, 심지어 윤리까지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공상과학 영화 <가타카>의 포스터.
    ㆍ경차 엔진에 대형차 프레임을 얹다
    중동의 당뇨병 유병률은 전체 국민의 50%가 넘는데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낙타를 타고 사막을 누비는 유목민이나 대상입니다. 그런데 20세기 중반부터 석유를 팔아 부자가 된 후 유목생활을 버리고 주택에 살고,차를 타고 다니면서 비만해지고 당뇨병에 걸리게 되었습니다. 조상 대대로 유목민으로 살아오면서 변변치 않은 식량과 많은 육체적 활동에 몸이 적응했는데(들어오는 칼로리를 웬만하면 다 저장하고 에너지 효율이 좋게), 갑자기 생활이 바뀌어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게 되면서 당뇨병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론을 thrifty theory(절약 이론)라고 하는데, 맨 처음엔 그런 유전자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가 지금은 유전자보다는 태내 환경과 태어난 후에 노출된 환경과의 불일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국이나 우리나라의 보고를 보면 저체중아로 태어난 아이들이 오히려 청소년기에 비만이 될 수 있는 위험도 높고 따라서 당뇨병에 더 잘 노출이 된다고 합니다. 전쟁 직후 식량수급이 원활하지 않았을 때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이후에 전후 번영의 세례를 받아 오히려 병이 생긴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어떤 학자들은 이런 기전을 이유로, 우리나라가 좀 먹고살 만할 때 태어난 1980년 이후 세대가 중년이 되는 미래에는 오히려 당뇨병이 좀 줄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산모가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산모가 영양부족일 때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이는 부모의 보상심리로 과도한 영양섭취를 할 가능성이 많아 청소년기 비만 예방에 특별히 더 신경 써야 합니다. 비만과 당뇨병에 더 쉽게 걸리기 때문입니다. 전편에서 말한 ‘Early Life Programming’을 잘해야 합니다. 인생을 시기별로 볼 때 그 사람의 인격, 지능, 도덕관과 평생의 건강은 유소년 시절에 많이 결정됩니다. 그러나 인생은 우리에게 여러 번 기회를 줍니다. 그 중 어떤 기회는 내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이고(임신 당시 아버지와 어머니의 건강상태,임신 때의 상태, 유소년기의 영양상태), 어떤 기회는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는 무엇일까요? ㆍ잠시 영화이야기 - <가타카> : 의지로 유전을 극복하다
    약 20년 전에(1997년) 아주 재미있는 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습니다. 디스토피아적인 우울한 공상과학 영화였는데 제목은 <가타카(GATTACA)>입니다. 가타카는 DNA 염기서열의 이름입니다. 21세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미래사회에서는 개인의 성공과 서열이 가문이나 노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수한 유전자를 가졌는가 또는 열등한 유전자를 가졌는가에 따라 결정된다는 설정을 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에단 호크(극중 이름 빈센트)입니다. 당시의 부모들은 아이가 우수한 유전자를 가지게 하기 위해 유전자 디자인을 통해 인공수정을 해서 체외 태아 보육기에서 태어나게 합니다. 에단 호크는 부모가 욕망을 못 참는 바람에 차 안에서 임신되는데 심장이 약한 자연산입니다. 반면 그의 동생 안톤은 정석대로 디자인 베이비로 태어납니다. 어렸을 때부터 계급이 나누어져 빈센트는 교육도 제대로 받지 않고 하층민의 삶을 살고 동생은 잘 나가는 수사관으로 살게 됩니다. 빈센트는 이런 세상을 탈출해서 토성으로 가는 우주 개척선을 타고 새 삶을 살고 싶어 그 회사의 청소부로 들어갑니다. 유전자 브로커를 만나 신분을 속이고 우여곡절을 겪고 결국 지구를 떠나 우주로 갑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신분이 탄로 난 빈센트는 수사관이 되어 자신을 체포하러 온 안톤과 비 오는 바다에서 수영시합을 하는데 심장이 약함에도 동생을 이깁니다. 떠나는 빈센트에게 안톤이 묻습니다. 어떻게 당신 같은 약골이 나를 이길 수 있냐고…. 빈센트가 대답합니다. 그건 … 나는 다시 돌아갈 힘을 남겨 놓지 않았기 때문이야(전력질주한다는 뜻). 이 영화는 나름 의미가 있는데 이 영화가 개봉될 당시의 과학계에서는 유전자 결정주의가 득세했기 때문입니다. 생명체는 단지 유전자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도구일 뿐이며 유전자가 생명체의 모든 것- 질병 성격 심지어 윤리까지-을 결정한다는 진화생물학, 사회생물학적 주장이 난무했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설익은 이론에 대해 설득력 있게 감동적으로 반론을 보여주었습니다.
    ㆍ나의 한계를 넘다 - 습관을 재구성하라
    부모가 나에게 어쩔 수 없이 남겨준 불리한 유산을 나의 의지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본인의 습관을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사실 유전적으로 영향을 받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성격적으로든 체질적으로든 자신의 타고난 한계를 넘는 사람은 용감한 사람이고 영웅입니다. 따라서 생활습관을 고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영웅적 노력이 필요하며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인생의 기회는 한 번이 아닙니다. 선천으로 받은 것이 있다면 나의 의지로 키우고 만들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그것이 네 가지 습관입니다. 네 가지 습관 - 식사, 운동, 잠, 마음관리!
    Vol 1166 ☜      조홍근 연세조홍근내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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