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 T = ♣ /우리말 뿌리를 찾아서

짝퉁, 속어 ‘짜가’ + 중국어 ‘퉁시(물건)’의 합성

浮萍草 2016. 3. 1. 09:37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을 친다.” 이 노랫말처럼 가짜가 없는 분야가 있을까. 누구나 가짜를 한두 개 가지고 있다. 알든 모르든 가짜의 세계를 벗어나 살 수 없는 것이 현재 우리의 세상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진품명품’에 진품(眞品)인지를 알고자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사람들이 많아 전문 감정위원이 진위를 먼저 가린다. 예술분야에서 가짜 논쟁의 치열함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천경자 화백 같은 유명 작가도 생전에 자신의 작품조차 진위를 가리지 못할 정도로 진짜 같은 가짜가 나와 아직도 논란 중이다. 이런 문제는 미술품만이 아니다. 표절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가요와 가수에 대한 보도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진리를 추구한다는 학술분야조차 예외가 아니어서 줄기세포에 대한 가짜 사건은 전 세계 사람을 실망시켰다. 이뿐만 아니라 가짜 박사, 표절 논문 시비는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가짜가 생명과 희망과 용기를 주기도 한다. 의안(義眼), 의족(義足), 의수(義手)는 진짜는 아니지만 새로운 삶을 찾게 한다. 이야기 속의 긍정적인 가짜도 있다. 옹고집은 부자였지만 베풀 줄 모르는 구두쇠에 고집쟁이였다. 부모가 병들자 “사람은 누구나 다 죽게 마련이야”라며 부모를 구박하고,굶는 장모를 몰래 도왔다고 아내를 내쫓았다. 도사가 시주를 받으러 갔다가 죽도록 얻어맞고 겨우 돌아와 그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짚으로 가짜 옹고집을 만들어 그가 집을 비운 사이에 들여보냈다. 가짜가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선심을 쓰자 가족과 이웃은 아주 좋아했다. 돌아온 진짜가 가짜를 쫓아내려고 했으나 오히려 가족이 진짜를 쫓아냈다. 쫓겨나 갖은 고생을 하던 그는 억울해 갖가지 방법으로 죽으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이때 가짜가 진짜를 불러 잔치를 열고 자신이 온 이유를 말하고 짚으로 돌아가자 진짜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쳤다는 것이다. 신신애의 노래에 나온 ‘짜가’라는 말은 ‘가짜’의 글자를 앞뒤로 바꾼 것이다. ‘짝퉁’은 이 ‘짜가’를 줄인 말 ‘짝’에 ‘퉁’을 붙인 것이다. ‘퉁’은 중국어로 물건을 뜻하는‘퉁시(東西)’에서‘시’를 뺀 것이다. 이렇게 ‘짝퉁’이라는 말은 짝퉁을 만들 듯 말도 교묘하게 만들어졌다. 짝퉁은 중국, 홍콩 등지에서 만든 가짜 제품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만들어진 말이다. 더 좋은 물건,특히 외제 명품에 대한 욕구는 커졌는데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수입을 금지하자 밀수가 늘어나고 한편으로는 돈이 없으면서도 허세와 사치에 물든 사람들의 수요가 더해져 짝퉁이 판을 치는 것이다. 1960년대에는 ‘홍콩에서 배만 들어오면…’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가짜 열풍이 있었고 1970년대 산업화로 좀 넉넉해지자 더 좋은 먹거리 수요가 많아져 ‘순 진짜 참기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짜 식품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외제가 물밀 듯 들어오면서 짝퉁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박재양 담산언어문화연구소장
    草 浮
    印 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