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H/新줌마병법

새봄, 당신의 몸과 연애하세요

浮萍草 2016. 2. 24. 12:28
    하루 8만 가지 생각에 빠져 '바쁘다 바빠' 외치며 사니
    몸은 만신창이, 마음은 척박… 잠시 멈추고 돌아보세요
    봄꽃 심어 가꾸듯 토닥이며 "널 사랑한다" 말해주세요
    김윤덕 문화부 차장
    지내니? 애들 아빠는? 민호가 벌써 중학교를 졸업했어? 선물 뭐해줄까. 최신식 스마트폰 아니면 콧방귀도 안 뀐다고? 아들 하나 통 크게 잘 나놨다 얘. 그나저나 신년모임엔 왜 안 왔니? 몸살에 야근? 일 좀 작작해라. 한번 앉았다 일어서려면 뼈들이 우두둑우두둑 날 살려라 아우성 안 치디? 은주,현희 다 왔지 그럼. 남편 자식 뒤치다꺼리하느라 오이지마냥 한껏 쪼그라들어서 왔더구나. #
    그날 재미난 여자가 왔었다.
    요가 하는 여자래서 첨엔 시큰둥했지. 흐물흐물한 인도음악 틀어놓고 "우주의 기운을 배꼽 아래로 모으시오~" 할까 봐. 이 여잔 다르더라. 미국 최대 회계법인에서 일했던 유일한 한국 여자라는데 돌연 요가 강사가 된 거야. 사연이 별나. 어느 날 아침 눈을 떴는데 온몸이 마비돼 있더래. 눈알만 움직이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더라지 뭐야. 병원 의사는 더 요상한 말을 했대. 몸엔 아무 이상 없다, 무조건 쉬어야 당신이 산다. 순간 유색인종, 그리고 여성이란 편견을 깨려고 하루 스무 시간씩 일하며 질주했던 하루하루가 눈앞을 스치더래.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다 생애 처음 급정거를 한 거지. 건강을 잃고 얻은 건 이력서에 적힌 몇 줄의 경력과 통장에 찍힌 숫자뿐. 아, 잘못 살았구나 싶어 모든 걸 정리하고 하와이로 떠났는데 거기서 요가를 만났다는군. 손끝, 발끝의 미미한 전율까지 하나하나 일깨우는 요가 동작을 익히는 순간 눈물이 펑펑 쏟아지더래. 사십 평생 자기 몸을 얼마나 혹사하고 함부로 내박쳤는지 미안하고 미안해서. # 근데 너 우리가 아침에 눈떠 잠들 때까지 몇 가지 생각을 하는 줄 아니? 자그마치 6만에서 8만개란다. 수많은 생각 뒤엉켜 있으니 '바쁘다 바빠' 소리가 절로 나오고, 일이 뜻대로 안 되니 부르르 화를 내고…. 점심 먹으며 저녁에 할 일 앞당겨 고민하고, 가족은 물론 회사와 국가, 지구의 미래까지 참견해야 직성이 풀리니 뇌가 견디질 못하는 거지. 병이 찾아오는 징조가 별것 아니더라. 책장을 막 덮었는데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 안 나는 거, 잡생각 하다 내려야 할 지하철역 놓치는 거, 부엌에 뭘 가지러 갔는지 죽었다 깨도 모르겠는 거. 더 위험한 신호는 누군가의 사랑, 결혼, 출산 소식을 듣고도 무덤덤한 거래. ' 저만 연애하고 결혼하나? 애 낳는 게 별건가?' 이러면 중증이란 거야.
    이철원 기자

    그녀가 농구하는 청년들 영상을 보여줬지. 패스를 몇 번 주고받는지 세어 보라면서. 열세 번! 정확히 맞혔는데,그게 끝이 아니야. 청년들 사이로 뭔가 지나가는 걸 보지 못했느냐 묻더군. 그래서 다시 보니 오마이갓! 마이클 잭슨처럼 느릿느릿 뒷걸음질치며'문 워킹(moon walking)'하는 갈색 곰 한 마리가 지나가는 거야. "하루 팔만 개 걱정에 사로잡히면 정작 보아야 할 고귀한 것을 놓친다"는 말에 가슴이 쿵 내려앉더라. 내 아이 어여쁜 미소를 놓치고, 부모님 애틋한 사랑을 놓치고 친구의 다정한 격려를 놓치고, 아름다운 저녁놀을 놓치고…. 바쁘니까 그냥 패스, 패스하면서 종착역을 향해 가는 거지. #
    놓친 걸 다시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어. 내 몸과 연애를 하는거야! 녹슬고 사위어가는 몸 구석구석을 청소한 뒤 봄꽃 심어 가꾸듯 하라고, 여자는 말했지. 우선 먹는 게 중요해. 그 여잔 요가 한 뒤로 채소 반찬에 저염식만 먹는대. 인스턴트, 과자는 몸을 쓰레기통으로 만드는 지름길. 거기에 호흡 명상을 하는 거야. 아주 쉬워. 자, 허리를 곧게 펴고 엉덩이를 살짝 뒤로 빼고 앉아봐. 배꼽에 힘을 준 뒤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고 시원하게 내쉬는 거야. 그러면서 미소를 지어봐. 너 자신을 향해! 그리고 말해. "널 많이 사랑해. 오늘도 행복해야 해"라고. 입을 떼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지. 똑같은 방법으로 가까운 사람들을 떠올리며 인사해. "고마워, 사랑해." 백만 가지 일로 바빠도 하루 2~3분만 투자하면 갈색 곰을 놓치지 않는다고 했지. 근데 이게 약발이 있더라구. 나이 오십에도 철 안 드는 남편과 말 한마디 안 지고 덤비는 고딩 딸애마저 이뻐 보이더라니까. 마음 건강 최고의 보약이 '감사'라더니, 아프지 않고 내 곁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고맙더란 말이지.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그 여자 만나고 온 뒤 매일 밤 초간단 요가를 시작했다. 코브라 자세, 성모 마리아 자세라고 들어는 봤니? 비둘기 자세는 처진 엉덩이를 사과처럼 탱탱하게 해준다더라. 그래선가 낭군님 눈길이 예사롭지 않고 말이지, 흐흐! 근데 이게 무슨 냄새?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빨래 탄다 얘. 잠시만, 다시 전화할게. 진짜 중요한 얘긴 이제부터야.
          김윤덕 조선일보 논설위원 겸 문화부 차장 차장 sion@chosun.comn 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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