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오빠와 아저씨는 한 끗 차이

[39] 부토니에

浮萍草 2016. 2. 15. 12:46
    양복 깃에 꽃 한송이, 봄이 피었다
    일 구스또 델 씨뇨레 제공
    춘(立春)도 설도 지났으니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보자. 작지만 큰 변화를 가져다 줄 '필살기' 하나를 소개하려 한다. 양복 상의 옷깃(라펠)에 필요도 없는 단춧구멍이 왜 있는지 궁금해한 적 있는가? 그 구멍이 꽃을 꽂기 위한 것임을 알게 된다면 깜짝 놀랄지 모르겠다. 여기에 꽂는 꽃을 부토니에(boutonniere)라는 정식 명칭으로 부를 정도이니 상당한 역사와 전통이 있다. 부토니에의 유래는 영국 여왕 빅토리아의 남편인 앨버트공이 처음 시도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앨버트공이 1840년에 있었던 결혼식장에서 즉석으로 라펠에 구멍을 뚫고 장미를 꽂았고 이후 모든 옷에 구멍을 뚫어 꽃으로 꾸미자 사람들이 따라 하면서 유행하기 시작해 관례로 정착됐다는 것. 정설로 받아들이기엔 어려움이 많지만,꽤 오래 전부터 서양에서는 양복 윗도리 단춧구멍에 꽃을 꽂아 장식한 건 사실이다. 오늘날 부토니에는 턱시도나 모닝코트 같은 격식을 갖춘 성장(盛裝)의 마무리로 여겨진다. 한국에선 결혼식 날 신랑의 재킷 가슴 주머니에 커다란 꽃뭉치를 꽂아주기도 하는데,이는 잘못된 것으로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이다. 가슴 주머니엔 포켓스퀘어(사각형 천)를 꽂고 꽃은 라펠의 단춧구멍에 꽂아야 격식에 맞는 정통한 옷차림이다. 서양의 멋쟁이 오빠들은 평소에도 양복을 입을 때 카네이션이나 장미 같은 꽃을 양복 깃에 꽂아 멋을 내기도 한다. 꽃의 종류는 문제되지 않는다. 다만 수분이 공급되지 않더라도 금세 시들지 않고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꽃이라면 다 괜찮다. 작은 장미의 수분을 제거하고 유분을 채워 형태를 유지하도록 한 부토니에 제품도 판매되고 있다. 일부 브랜드에서는 브랜드의 상징으로 작은 꽃 모양 장식을 만들어 재킷과 함께 제공하기도 하고 별도로 만들어 진 꽃 모양 장식을 팔기도 한다.
    고풍스러운 옷핀이나 짝 잃은 커프스링크 혹은 아내의 버려진 귀걸이 등 뭐든 꽂거나 꿸 수만 있다면 사용해도 좋다. 오빠의 멋을 봄보다 먼저 꽃피워볼 수 있도록 작은 용기를 내보자!
          이헌'한국신사'패션플래너 '신사용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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