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술과 건강 이야기

8 화난다고 술 먹으면, 부정적 감정이 더욱 고취

浮萍草 2016. 1. 8. 07:34
    조선일보DB
    모씨(남·33)에게는 한 가지 힘든 습관이 있습니다. 바로 술만 마시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주사를 부리는데 바로 누군가를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로 험담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들어 그는 회사업무와 상사와의 관계에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가라앉히느라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습니다. 도저히 참고 넘어갈 수 없는 수준의 일이 지속되자 그것을 해소하지 못하고 쌓아두게 되면서 난폭성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지고 그의 주사는 극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참고 상대편에 맞서서 싸우지 않았습니다. 이런 성격 때문에 정작 하고 싶은 말은 하지 못하고 매번 마음속에 담아놨다가 술만 마시면 그동안 담아두었던 마음을 들춰내곤 했습니다. 술조차 마시지 않으면 그동안 쌓인 것들이 가슴을 짓눌러 숨이 턱턱 막힌다는 것입니다. 요즘 ‘분노조절장애’ 라는 단어를 많이 듣게 됩니다. 분노한 사람들을 소재로 하는 광고와 개그까지 등장할 정도로 ‘욱해서’,‘홧김에’ 라며 순간적인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성을 잃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분노조절장애의 의학적 진단명은 충동조절장애로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자주, 과도하게 표출하는 것을 통칭합니다. 인체 내의 대뇌변연계라는 부위는 분노조절을 담당합니다. 이 부위에 기능 이상이 생기면 감정조절이 안 되는 상태가 됩니다. 특히 술을 많이 마셔 알코올 중독까지 이르게 되면 대뇌변연계가 일정 부분 손상을 입게 됩니다. 때문에 통제력이나 판단력이 흐려져 과감하게 행동하고, 감정 변화가 심한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또한 만성적인 과음은 엔도르핀과 도파민의 분비를 점점 둔화시키고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 분비에 영향을 줘 정서불안을 유발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분노조절장애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09년 3720명에서 작년 4968명으로 5년 새 33.5%가 늘어났습니다. 해당 질환의 환자는 최근에도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2015년 대한정신건강의학회에 조사결과에 따르면,우리나라 성인의 절반이상이 분노 조절이 잘 안 돼 노력이 필요한 상태로 나타났고 10명 중 1명은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고위험군으로 조사됐습니다.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은 스스로가 분노 조절 장애라고 생각하지만 분노조절장애를 병으로 인식하거나 그 심각성을 바로 알고자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김모씨의 사례처럼 스트레스 상황에 장기간 노출되거나 가슴 속에 화가 과도하게 쌓여있으면,이것이 잠재되어 있다가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범위를 벗어나면 억제 되어온 감정이 폭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억압된 분노는 신체 및 언어적 공격성과 폭력,대인관계 손상 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약물남용,성격장애와 같은 정신건강상의 문제와도 밀접하게 연관 되어있습니다.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분노를 자주 표출하는 경우 술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술을 장기간 마시면 뇌의 전두엽이 손상됩니다. 술을 많이 한 사람은 50대가 넘으면서 성격이 날카로워지고 고집이 세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실제로 뇌 MRI 등을 촬영해보면 뇌세포가 손상되면서 뇌 위축을 가 져와 뇌가 쪼그라들 듯 작아지며 뇌 기능이 쇠퇴되는 변화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분노조절장애가 제일 많이 표출되는 것이 바로 알코올 중독입니다. 손진훈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알코올 중독 환자들은 일주일에 평균 4.9회의 분노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가운데 분노를 삭이려 술을 마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분노는 폭음과 음주횟수에 영향을 주며 많은 양의 알코올은 더욱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감정을 발생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알코올 중독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알콜의존 환자에서 음주욕구를 유발하는 조건화 자극에 대한 연구’에서도 음주 충동을 증가시키는 내적자극으로 부정적 정서를 최우선으로 꼽았으며 그 중 분노가 71%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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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로써 답답함을 풀고 싶은 생각과는 달리 우리 몸은 많은 양의 알코올을 견디지 못하고 구토,설사,구역질로 더 고생하게 됩니다. 술을 많이 먹으면 먹을수록 우리 몸의 손발과 머리에는 혈액이 많이 몰리게 되며 오랜 기간 음주를 할 경우 분노의 감정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홧김에 술을 먹는 행동은 화, 폭언, 폭행 등의 행동으로 표출 될 수 있어 술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발산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처럼 정신적 피로감을 풀기 위해 술을 마시게 되지만 술이 오히려 정서상태를 악화시킬 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능력도 감소시킵니다. 알코올의 섭취는 부정적인 감정문제를 더욱 더 심각하게 만들어 불안이나 우울 같은 심리적 문제가 있는 경우 분노와 공격성이 음주로 인해 더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알코올 중독 환자들에게 있어 알코올의 섭취는 그들의 감정을 더욱 더 심각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평소 ‘욱’하는 성격으로 화를 참기 힘든 사람은 더 심각해지기 전에 본인의 상태를 스스로 점검해 필요가 있습니다. 때문에 우선적으로 적절한 심리상담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면서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스스로 극복하기 힘들다면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 등의 전문적인 심리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좋습니다.
              허성태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 whanta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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