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 T = ♣ /한국불교 비구니 리더

1. 대장정을 시작하며

浮萍草 2016. 1. 2. 23:05
    불교 가치 묵묵히 구현한 비구니 “승단의 빛나는 한쪽 날개”
    불교는 여타 종교와는 달리 비구와 비구니라는 이부승가의 독특한 구성을 유지해 왔다.특히 대승불교권 중심인 한국불교 비구니 스님들은 이제 세계불교계의
    리더로 부상하고 있다.지난 2004년 한국에서 열린 세계여성불자대회는 전 세계 여성수행자들에게 희망과 가능성을 준 기회이자 한국불교비구니 승가의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덕’ 법계 이상의 비구 5857명,‘계덕’ 법계 이상의 비구니 5422명(출처=제204회 조계종 중앙종회 정기회 배부 자료집). 2015년 조계종단 이부중의 구성은 비구와 비구니가 각각 절반을 맡고 있다. 자연 성비가 여성 100명 당 남성 105명인 점을 감안한다면 종단의 비구, 비구니 구성 비율은 매우 이상적이기까지 하다. 여성 출가·수행 인정한 불교는 현대 사회에 부합하는 평등 종교 타종교 비해 월등한 특징·장점 전국비구니회 전신 ‘우담바라회’ 1968년 출범 비구니 승가 결집 개혁종단 출범 후 종무행정에도 진출 통로 열렸지만 여전히 미흡 교학·수행·복지 ·불사·문화 등 전방위 역량 발휘 불교 발전 견인 현장서 보여줄 비구니 스님 활약 불교 미래 가늠하는 척도 될 것
    하지만 규모의 문제를 벗어나면 불교계에서 비구니의 위상은 늘 뜨거운 감자다. 한국불교 제1종단을 자처하는 조계종의 발목을 수시로 잡는 것도 비구니 위상에 관한 사안이다. 일례로 조계종은 2014년 비구니 호계위원 참여를 위한 종헌개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이 원로회의에서 부결되며 비구니 스님 차별을 지적하는 종단 안팎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에는 ‘산중총회법’을 개정하며 ‘비구니 할당제’를 폐지하려다 거센 반발에 부딪혀 결국 기존대로 존치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비구니 스님에 대한 각종 차별 조항들이 거론되며 또 한 번 종단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빌미가 되었다. 비구니총림의 부재를 비롯해 산중총회 참여 제한,중앙종무행정기관 진출 제약 등 각종 불평등한 제도들을 살펴보면 종단 내 비구니 스님들의 자리는 매우 미약해 보인다. 하지만 조금 시야를 돌려 비구니 스님들에게 초점을 맞춰보면 그 성과는 눈부시다. 수행,전법,가람수호 등 승가 본연의 역할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복지,문화,예술, 사회 참여 등 전방위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활약은 두드러지게 부각되고 있다. 비구 스님들 사이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지난 2012년 전국비구니회 등이 주최한 ‘자성과 쇄신 결사를 위한 비구니승가의 위상과 역할’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당시 중앙종회 종헌개정및종법제개정특별 위원장 법안 스님은“통합종단 출범 이전과 이후 비구니계가 승단에 역할을 한 부분은 대단히 크며 향후에도 더욱 많은 역할이 기대된다”고 평가하며“승단 밖 시대의 흐름을 명료하게 인식해 승단 내에서의 시대가치를 만들어가는 지혜와 안목이 필요다”며 비구니 스님들의 위상 재고에 대한 필요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근현대기 비구니 스님들은 이미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만공 스님의 선문에서 비구니 법희 스님과 만성 스님이 출현해 비구니 선승의 명성을 드높인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비구니 선맥이 이어지고 있으며 남장사 관음 강원서 대교과를 이수한 10여 명의 비구니가 배출된 후 1956년 동학사를 효시로 운문사,화운사,봉녕사 등 비구니 강원이 잇따라 개설됐다. 이러한 배경에는 종단정화운동에 대한 비구니 스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계기가 되었다. 당시 대처승을 제외한 비구승의 규모가 비구니보다 적었던 까닭이다. 정화된 많은 가람 수호의 역할이 비구니들에게 주어진 것이다. 전국 각처에 비구니 선방이 개설된 것도 이러한 이유와 궤적을 같이 한다. 하지만 1962년 통합종단이 출범하면서 비구니 스님들에 대한 역할 제약은 종헌종법에 명시되며 그 이전 시대보다 더욱 악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1968년 뜻있는 비구니 스님들을 중심으로 ‘대한불교비구니 우담바라회’가 결성됐다. 당시 비구니 스님들은 총림 건설,포교 합리화,복지사회 건설이라는 삼대강령을 제창했다. 이 같은 목표는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아도 뒤처지지 않는,시대를 앞선 비구니 스님들의 혜안이었다. 아쉽게도 우담바라회의 활동은 재원 부족 등의 원인으로 비구니 총림 설립이 좌절되며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이 삼대강령은 지금까지도 한국불교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1970년대의 침체기를 거쳐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이 수면 위로 다시 부상한 것은 1985년이다. 석남사에서 ‘전국비구니회’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모임이 재결성됐다. 이후 1994년 종단개혁불사에서 비구니 스님들은 직접 농성장에서 밤을 지새는 등 개혁불사의 전면에 나서며 개혁종단 출범의 밑거름이 되었다. 개혁종단 출범 후 비구니종회의석이 확보되고 1996년에 이르러 교육원 산하 불학연구소 사무국장에 효탄 스님,상임연구원에 심원 스님이 임명되며 중앙종무기관 3원 내에 비구니 스님이 첫발을 딛는 역사적인 변화가 시작됐다. 1997년에는 포교원 포교연구실 사무국장에서 비구니 법성 스님에게 소임이 맡겨졌고 2003년 비구니 탁연 스님이 문화부장에 임명되며 조계종단 최초로 종무회의에 참석하는 비구니 종무위원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문화부장에서 재부무장으로 자리를 바꿔 비구니 스님이 임명되며 총무원의 ‘비구니부장 1석’은 확보된 분위기다. 종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비구니 스님들은 이처럼 교계 안팎의 다양한 분야에서 정진하며 대승불교의 가치를 구현해 왔다. 교계의 뿌리 깊은 여성 수행자 평가절하 풍토 속에서도 묵묵히 자리를 지키면서 변화의 중심에서 힘의 절반 그 이상의 역할을 해왔다. 비구·비구니의 두 날개로 나는 승단이 높이 날아오를 수 있도록 건실한 한쪽 날개가 된 것이다. 이같은 비구니 스님들의 역할과 성과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조명은 한국불교 위상을 높이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특히 한국불교 제1종단으로서 조계종의 위상을 높이는 과정에서도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은 큰 힘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불자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계기로도 이어질 것이다. 불교는 타종교와 달리 수행자로서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활동을 인정하고 있다. 출가와 수행, 성불에는 차별이 없으며 수행,포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은 절대적으로 보장되고 있다. 이는 타종교와 뚜렷이 구분되는 뛰어난 특징으로 평가되는 동시에 현대사회의 가치에 부합하는 종교로서 불교의 우월성으로 손꼽힌다. 비구니 스님들에 대한 적극적인 조명이 불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법보신문이 전국비구니회와 공동으로 올해부터 추진하는 대기획 ‘한국불교 비구니 리더’는 이 같은 인식의 공유에서 출발했다. 불교계 안팎의 다양한 분야서 원력을 세우고 정진하며,세상을 정토로 일궈가고 있는 비구니 스님들을 적극 발굴하고 홍보하는 이번 기획은 비구니 스님들의 원력과 성과,그리고 그 묵묵한 걸음의 여정을 소개함으로써 불자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기회이다. 동시에 더욱 많은 비구니 스님들이 원력과 정진의 길에 동참할 수 있도록 비구니 승가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선배 비구니 스님들이 걸어간 길이 비구니 후학들에게 롤 모델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4년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 기획 ‘한국불교 비구니 리더’에서는 각 분야서 활동하고 있는 비구니 스님 25명 안팎을 매년 선정, 인터뷰로 소개할 예정이다. 특히 매년 연말에는 소개된 비구니 스님들의 기사를 엮어 각 분야별 책으로 발간한다. 4년 간의 대기획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는 한국불교의 각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100여 명의 비구니 스님에 대한 갈무리 성과로 이어져 ‘한국불교 비구니 리더’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인명록이 완성될 전망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크게 여덟 분야로 나눠 비구니 스님들의 활약상을 소개한다. 기획 첫해인 올해 가장 먼저 교육과 교학 분야를 들여다 본다. 비구니 교육, 불교학 연구, 역경 등 교육과 교학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구니 스님들이 대상이다. 각 승가대학 강사, 대학 교수 등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님들을 통해 비구니 교육의 중요성과 성과를 조명한다. 또 연구자, 학자 등 불교학 발전에 기여한 비구니 스님들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2년 차인 2017년에는 전법과 불사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구니 스님들을 만난다. 어린이,청소년,해외,재소자,군법당 등 전법과 포교 분야에서 활동하며 불교의 미래를 담보하는 비구니 스님들의 활약상은 미래 불교의 희망을 찾는 과정이 될 것 이다. 특히 빈틈없는 불사를 통해 도량을 가꾸고 지역 불교의 중심으로 우뚝 세운 비구니 스님들의 역량은 한국불교의 또 다른 희망 찾기가 될 것이다. 3년 차에는 수행과 명상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구니 스님들을 살펴본다. 순수한 수행의 원력으로 정진하는 선방 비구니 스님들은 불교계의 또 다른 숨은 보석이다. 원력과 정진을 통해 수행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비구니 스님들을 통해 성불에는 남녀의 차이가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또 21세기에 요구되는 명상법과 수행 지도 등 현대적 응용에서도 발 빠르게 대응해 나가는 비구니 스님들을 조명한다. 마지막으로 비구니 스님들의 역량이 확연히 부각되는 문화,사회,복지 분야를 점검한다. 미술, 음악, 조각 등 예술 전 분야와 방송,다도 등 문화 전반에서 각각의 역량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비구니 스님들을 통해 불교문화창달 주역으로서 비구니 스님 들의 성과를 집중 소개한다. 또 환경, 생명, 문화재 보존 등 사회참여활동,그리고 다양한 복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비구니 스님들을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종교인의 모습까지 제시할 전망이다. 비구니 스님들은 제도적 불합리와 해묵은 편견 속에서도 오랜 세월 비구 승가와 함께 한국불교의 한 축으로 수행과 포교를 실천해 왔다. 이제 비구니 스님들에 대한 올바른 자리 찾기는 더 이상 미루어선 안 될 한국불교의 과제다. 동시에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명확한 현실로 다가왔다. 도법 스님은 저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에서 비구니 승가에 대한 왜곡된 편견에 거침없이 회초리를 들었다. “불평등 구조의 이부승가 문제를 위시해 승가의 제반 문제를 온전히 드러내고 공론화해 정리하고 처리하도록 하는 데 승가가 발 벗고 나서야만 승단의 미래,한국 불교의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이제 그 장도의 첫 걸음을 내디뎌 비구니 스님, 승단의 빛나는 한쪽 날개를 만나러 간다.

    Vol 1325
           남수연 법보신문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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