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과학 이야기

50 언제까지 엉터리 짝퉁 수능에 매달릴 것인가?

浮萍草 2015. 12. 23. 11:17
    육과정평가원은 수능이 무사히 끝났다고 발표했다. 모두 141개 문항에 대해 713건의 이의가 접수됐지만 심각한 오류는 없었다고 한다. 2년 연속 출제 오류로 몸살을 앓았던 사실을 고려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상황은 만만치 않다. 출제 오류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고 일부 과목의 난이도에 대한 불만도 가벼운 일이 아니다. 난이도와 문항에 대한 논란은 언제든지 폭발할 수 있다. 수능의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만들겠다고 우왕좌왕할 때가 아니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기 전에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ㆍ신뢰를 잃어버린 수능
    대학 입시에서 수능의 위상이 빠르게 추락하고 있다. 수능을 전혀 고려하지 않거나 최저등급 정도만 요구하는 수시 전형의 비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입시에서 정시의 비중은 32.5퍼센트로 줄어들었다.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정시로 모집하는 인원이 전체의 30퍼센트를 밑돌고 있다. 수능을 활용하지 않는 정시도 있다. 수능에 따라 당락이 결정되는 전형의 비중이 30퍼센트에도 미치지 않게 됐다. 수시에서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는 대학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대입에서 수능 비중이 줄어드는 이유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입도선매하기 위해 수시 전형을 선호한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교육부가 수능 중심 전형의 비중을 줄인 대학에 막대한 지원금을 몰아준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의 성적이 수능의 성적과는 아무 상관관계가 없다는 사실이 훨씬 더 중요한 이유다. 수능이 수험생의 ‘대학수학능력’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교육부조차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수능이 고등학교 교육과 입시를 압도하고 있는 현실은 지극히 비정상적인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은 다를 수도 있다.
    ㆍ출제 오류와 난이도 조절은 시한폭탄
    별도로 설치된 검토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하면 출제 오류가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순진한 것이다. 올해 수능도 낙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주어진 지문의 범위 안에서는 정답이 충분히 명백하다는 평가원의 주장이 과연 사법적 판단에서도 설득력을 발휘할 것인지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능 출제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마당에 출제 의도를 고려해서 정답을 골라야 한다는 평가원의 주장도 힘을 잃어버렸다. 논란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객관식 출제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난이도 문제도 심각하다. 수능 때마다 언론이 앞장서서 증폭시키는 감정적인 물수능·불수능 논란만 심각한 것이 아니다. 선택과목 사이의 형평성 문제는 훨씬 더 심각하다.
    총 42개 교과목을 대상으로 난이도의 수준에 따라 ‘A형’과 ‘B형’으로 구분되는 수능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어떤 수준의 어떤 과목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수능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실제로 학생들의 과목 선택은 극도로 왜곡되어 있다. 외고 학생들이 중국어와 일본어를 독차지해버리는 탓에 일반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울 수도 없는 아랍어와 베트남어로 내몰리고 있다. 어설픈 표준변환점수나 등급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공정성과 형평성에 대한 논란은 잠재된 시한폭탄이다.
    ㆍ학력고사로 변질된 엉터리 짝퉁 수능
    본래 수능은 학생들에게 모든 과목을 암기하도록 강요하던‘학력고사’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1993년에 도입한 것이었다. 통합교과적이고 탈(脫)교과적인 고등 정신능력과 함께 학생들의 종합적 이해와 논리적 사고로 상징되는‘대학수학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목적이다. 입시에 종속되어 있던 고등학교 교육을 수능으로 정상화시키겠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래서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무관하게 ‘언어’·‘수리탐구’·‘외국어’로 구성된 수능에는 문과와 이과의 구분도 없었다. 응시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명분으로 1993년에는 2회의 수능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화려한 목표를 내세웠던 수능은 1994년의 3회로 막을 내려 버렸다. 난이도 조절과 탈교과적 출제가 어렵다는 교육부의 주장은 핑계였을 뿐이다. 사실은 교육부가 교과 이기주의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한 사범대 교수들의 적극적이고 조직적인 반발에 항복을 해버린 것이 진짜 이유였다. 실제로 국어·수학·영어·탐구(사회·과학·직업)·제2외국어 영역으로 구분된 현재의 수능은 모든 면에서 과거의 ‘학력고사’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국어와 영어에서 다양한 지문이 활용되고, 4지선다가 5지선다로 바뀐 것이 고작이다. 우리 모두가 지난 20년 동안 교육부와 교육 전문가들의 의도적인 거짓말에 감쪽같이 속아왔던 셈이다. 그런데도 교육과정평가원은 수능의 탈을 쓴 엉터리 학력고사를 수학 능력을 측정하고,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기여하는 시험이라는 거짓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ㆍ학생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줘야
    학생들에게 공정성과 형평성을 상실해버린 엉터리‘짝퉁 수능’을 더 이상 계속할 수는 없다. 선택과목 사이의 난이도 조절이 불가능한 수능을 무작정 받아들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40개가 넘는 선택과목으로는 융합 시대가 요구하는 문과와 이과의 구분 철폐도 불가능하다. 교육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문·이과 통합 수능’은 재앙적인 결과가 될 것이 분명하다. 물론 과거의 학력고사나 본고사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대안을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이제 학생 선발권을 대학에 돌려줘야 한다. 그동안 교육부의 과도한 간섭으로 대학의 학생 선발 능력이 심각하게 퇴화되어 버렸다. 결국 대학의 학생 선발 능력을 회복시키는 노력이 가장 시급하다. 한 번의 개혁으로 완벽한 제도를 만들어내겠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 어느 정도의 혼란은 참고 견뎌낼 수밖에 없다. 입시의 다양성이 미래 지향적 입시의 핵심 목표가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21세기가 요구하는 과학 교육도 살아날 수가 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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