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과학 이야기

49 개방된 석유시장에서 국산 나프타에 부과되는 역차별 관세

浮萍草 2015. 11. 30. 20:54
    바이유가 다시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소비자에게는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지만 마냥 즐거워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언젠가는 원유 가격이 다시치솟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석유시장은 혼란에 빠져들고 있고, 정유사들도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정부가 고유가 시절에 어설프게 만들어놓았던 황당한 정책을 무작정 밀어붙이고 있는 탓이다. 
    화석연료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도 감당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우리 경제를 지탱해주는 핵심 기간산업인 정유산업과 화학산업을 포기할 수도 없다. 
    석유제품에도 공정거래의 원칙을 확실하게 적용해서 석유시장의 체력을 키워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소비의 절약과 효율화를 위한 에너지 정책의 근원적인 혁신도 필요하다.
    
    ㆍ 완전히 개방된 석유시장
    우리 석유시장은 완전하게 개방되어 있다. 누구든지 휘발유·경유·항공유·나프타 등의 석유제품을 외국에서 수입할 수 있고 국내산 석유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 국내 석유시장에서 유통되는 석유제품의 21퍼센트가 수입산이다. 정유사의 공급이 부족하거나 내수 시장에서의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수입산이 밀려들어오게 된다. 실제로 택시 연료로 쓰는 액화석유가스 (LPG)의 70퍼센트가 수입산이고, 화학산업의 원료인 나프타의 43퍼센트도 수입산이다.
    울산의 3대 주력산업 가운데 석유화학산업의 전초기지인 울산 석유화학공단 모습. /조선일보 DB

    반대로 내수시장에서 밀려난 석유제품은 국제시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국내 정유사가 생산하는 석유제품의 40퍼센트 이상이 수출된다. 실제로 휘발유와 경유는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고,항공유·아스팔트의 70퍼센트와 나프타의 18퍼센트 이상을 수출한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가 석유제품의 주요 수출국이라는 사실은 기적과도 같은 것이다. 실제로 원유 가격이 높을 때는 석유제품이 수출품목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완전히 개방된 시장에서 정부의 역할은 결정적이다. 국제적으로 시장 개방이 대세인 상황에서는 과거처럼 내수시장을 지키기 위한 보호·지원 정책은 비현실적이다. 자칫하면 심각한 통상 마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수입산 석유제품에 과도한 특혜를 줄 수도 없다. 수입산과의 경쟁이 일시적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수는 있지만 국내 정유산업과 화학산업의 기반을 위협하는 수준이 된다면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ㆍ국산 나프타에 대한 역차별적 할당관세
    나프타는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폴리에스터(PE)를 비롯한 비닐·플라스틱과 합성섬유·합성수지·합성고무의 생산에 꼭 필요한 기초 원자재다. 정유사가 생산하는 제품 중 경유 다음으로 많은 23퍼센트를 차지하는 핵심 석유제품이기도 하다. 우리는 매년 4억 배럴의 나프타를 소비한다. 그 중 57퍼센트는 국내 정유사가 생산한 국산이다. 나머지는 국제 석유제품시장에서 들여온 수입산 나프타로 충당한다. 내수시장에서 국산과 수입산 나프타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내수시장에서 밀려난 국산 나프타는 국제시장으로 수출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가 올해부터 갑자기 국내 정유사가 내수용 나프타를 만들기 위해 수입하는 원유에 대해 1퍼센트의 할당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수입산 나프타에 대해서는 0퍼센트의 할당관세를 부과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국산 나프타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다. LPG 제조용 원유와 수입산 LPG에 모두 같은 비율의 할당관세를 부과하는 경우와 분명하게 다르다. 결국 할당관세가 부과된 원유로 생산된 국산 나프타는 가격이 올라가고,내수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내수시장에서 밀려난 나프타는 국제시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올해 1월에서 9월까지 국내 정유사가 국제 시장에 내다 판 나프타는 3473배럴로 작년 동기보다 43퍼센트나 늘어났다. 정부의 관세 수익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산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도 함께 추락하게 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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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뜰 주유소는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나?
    
    ㆍ 연료 시장에 대한 과도한 개입
    유가 상황에서 휘발유와 경유의 소비자 가격을 낮춰주겠다는 정부의 노력이 도를 넘어서 버렸다. 
    알뜰주유소·전자상거래·혼합판매의 3종 세트가 모두 그렇다. 
    우선 정부가 약속했던 가격 인하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량 구매에 의한 가격 인하는 기름값이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지금처럼 기름값이 하락하거나 정체된 경우에는 대량 구매가 오히려 소비자 가격 인하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인위적인 소비자 가격 인하를 위해 일본산 경유 수입에 관세와 바이오디젤 혼합의무를 면제해주는 정책은 매국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대부분이 셀프주유소 형태로 운영되는 알뜰주유소의 소비자 가격을 일반 주유소와 직접 비교하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면서 전국적으로 수천 명의 저소득층 인력이 일자리를 잃어버렸다는 사실도 심각한 문제다. 
    소비자들은 알뜰주유소로 일자리를 잃어버린 저소득층의 복지를 위해 기름을 넣을 때 아꼈던 몇 천원보다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될 수도 있다.
    한화석유화학 울산공장 전경. /조선일보 DB

    그런데 더욱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정부가 알뜰주유소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짝퉁’ 기름과 ‘가짜’ 기름의 유통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시장 경제에서는 기업이 자신의 상표가 붙은 제품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는 대신 제도적으로 자신의 제품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게 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상표권’이 바로 그런 권리와 책임을 상징하는 기업의 재산권이다. 그런데 알뜰주유소와 전자상거래에서는 그런 상표권과 브랜드가 인정되지 않는다. 특히 자신의 상표가 붙어있는 주유소에서 자신이 생산하지 않은 ‘짝퉁’ 기름을 판매하는 혼합판매는 정유사가 어떤 경우에도 수용할 수 없는 제도다. ㆍ소비의 절약과 효율화를 위한 개혁
    우리도 화석연료의 무분별한 소비를 줄여야 한다는 글로벌 이슈를 외면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정유산업과 화학산업을 모두 포기해버릴 수는 없다. 휘발유와 경유를 대체할 연료도 개발하지 못했고 화학산업에 필요한 나프타를 대체할 기초소재도 찾아내지 못했다. 원자력과 풍력·태양광·조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기와 수소 자동차도 승용차에만 한정된 것이다. 화석연료의 문제가 아무리 심각하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에너지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는 화석연료를 포함한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에너지의 소비를 최대한 효율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연료의 선택을 소비자의 손에 맡기고, 정유사의 상표권을 인정해주는 것이 그 출발이 된다. 국민 안전을 무시한 택시 연료 정책 탓에 폭발·화재 위험이 큰 LPG 소비량의 70퍼센트를 수입에 의존하도록 만든 정책은 소비의 절약이나 효율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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