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과학 이야기

46 가짜 백수오' 논란 판박이인 '키성장 식품' 논란

浮萍草 2015. 9. 23. 10:01
    짜 백수오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건강기능식품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어린이의 키 성장에‘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인정을 받은‘황기 추출물 등 복합물’(HT042)이다. 논란의 내용은 가짜 백수오의 판박이다. 원료·효능·부작용에 대한 모든 정보가 확실하지 않고 인증 절차가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것이다. 식약처장도 벤처 기업이 제출한 서류에 심각한 오류가 있었던 사실은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그런데도 인증 절차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국정감사 증언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ㆍ속단과 한속단은 전혀 다른 약재
    어린이의 키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개별인정형 원료(HT042)는 황기·가시오갈피·속단에서 추출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성장 개선제의 개발사가 원료로 썼다는 플로미스 움브로사는 뼈를 튼튼하게 해주는 약재인 속단(續斷)이 아니다. 식약처가 법에 따라 고시한‘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에 따르면 플로미스는 해열제로 사용되고, 독성 때문에 임산부에게는 사용을 금하는‘한속단’(韓續斷)의 기원식물이다. 국정감사에서 식약처장은 개발사가 속단의 학명을 플로미스라고 적은 것이 단순 오류였을 것이라고 답변한 모양이다. 실제로 개발사가 사용한 원료는 ‘천속단’(川續斷)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산토끼과의 디프사쿠스 아스피로이데스였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개발사가 미국실험생물학회지에 발표한 학술자료에서 밝힌 원료도 속단이 아니라 한속단에 해당하는 플로미스였다. 더욱이 한의학중앙연구원이 인터넷에 공개한 학술자료에 따르면 천속단은 우리나라 땅에서는 본격적으로 생산되지 않는 약재다. 실제로 국내에서 사용되는 속단(천속단)은 전량 중국에서 수입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1년 수입한 천속단의 양이 41톤에 이른다. 농진청이 속단(천속단)의 재배 기술을 개발해서 실증재배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이 2012년 5월이었다. 결국 키 성장 촉진제에 사용한 속단은 식약처장이 밝혔듯이 진짜 속단(천속단)이 아니라 독성이 있는 해열제인 한속단일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에 사용하고 있는 속단도 한속단인 플로미스 움브로사였다.
    ㆍ통계적으로 분명하지 않은 효능
    어린이용 성장 개선제(HT042)에 대한 학술자료는 미국실험생물학회지(FASEB J.)에 발표된 초록뿐이다. 엄격한 심사를 거친 후에 발표된 학술자료가 아니라 한의학을 전공한 벤처 기업 관련자들이 학술회의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또래 아이들 중에서 키가 하위 25퍼센트에 속하는 7세에서 12세 사이의 어린이 99명에게 12주 동안 수행한 임상실험의 결과를 정리한 것이 핵심 내용이다. 하루 두 번 750밀리그램의 성장 개선제를 섭취한 아이들은 평균 2.2센티미터 성장했고 위약(僞藥)을 먹인 아이들은 평균 1.9센티미터 성장했다고 한다. 그런데 임상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의 키가 모두 같은 정도로 자랄 수는 없다. 실제로 조금 덜 자란 아이도 있고 조금 더 자란 아이도 생기게 된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아이들이 12주 동안 성장한 키가 모두 성장 개선제 때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환경적 요인을 어떻게 통제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가 없다. 개발사가 식약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학술자료에 밝힌 99명의 대상자들이 모두 임상시험을 끝까지 마친 것도 아니었다.
    Premium Chosun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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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기능식품은 치료제가 아닌 보조제다
    상시험에서 개인별 편차를 나타내는 표준편차가 두 집단 모두에서 0.7센티미터였다. 
    한 집단에서 나타나는 표준편차가 두 집단의 차이인 0.3센티미터보다 2.3배나 크게 나타난 것이다. 
    평균값만을 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임상시험에서 나타는 편차를 고려하면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차이라고 보기 어렵다. 
    성장 개선제를 먹지 않았지만 먹은 아이들의 평균보다 더 자란 경우가 35퍼센트나 되고 개선제를 먹었는데도 먹지 않은 아이들의 평균보다 덜 자란 경우도 역시 35
    퍼센트나 되기 때문이다. 
    결국 개발사가 주장하는 성장 개선제의 효능은 통계적으로 분명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식약처의 인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ㆍ 정체성을 알 수 없는 건강기능식품
    건강기능식품은 영양 섭취가 주목적인 식품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보건 용도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제품이다. 200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그렇다. 식약처가 골다공증과 충치 발생 위험 감소 그리고 기억력·혈행·간건강 등을 비롯한 31개 생리활성기능의‘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성 원료를 인증해주는 업무를 담당한다. 그런데 건강기능식품을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 효능·효과가 있거나 의약품으로 오인·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렇게 인식할 수 있는 표시와 광고도 금지되어 있다. 법률적으로는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으로 오인·혼동하지 않을 수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은 다르다.
    갱년기 여성의 건강 개선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갱년기 여성의 질병 예방이나 치료에는 효과를 기대하지 말라는 법률적 요구는 무의미한 언어적 유희이고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 법률을 집행해야 하는 식약처의 입장도 난처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에 관리가 불가능한 법은 폐기하는 것이 마땅하다. 식품과학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기적의 기능을 가진 암브로시아를 만들겠다는 꿈은 2500년 전 신화의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에게나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식품의 기능성에 대한 환상으로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현대의 첨단 과학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식품의 정체와 기능,그리고 저장·조리·가공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과학기술 시대의 식품과학이 추구해야 할 목표가 되어야만 한다.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드러난 전통의학의 문제도 심각하다. 전통 의서에 소개된 생약의 정체를 현대 과학적으로 밝혀내는 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중국 약재인 백수오의 진짜 기원식물인 이엽우피소(넓은잎큰조롱)를‘가짜’로 만들고,짝퉁 백수오였던 은조롱을 진짜라고 우겨서는 안 된다. 농촌진흥청의 요청에 따라 국립수목원에서 정한‘넓은잎큰조롱’이라는 멋진 이름을 내던져버리고‘이엽우피소’라는 낯선 중국식 이름에 집착하는 전통의학과 언론의 자세도 명백하게 잘못된 것이다. 법에 따라 식약처가 고시한‘대한민국약전외한약(생약)규격집’도 존중해야 한다. 자칫하면 전통의학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위협받게 될 수도 있다.
    Premium Chosun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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