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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浮萍草 2015. 12. 22. 09:47
    타이거즈의 전설인 이종범이 자신을 우습게 본 때는

    해설가로 인생 2막을 열고 있는 이종범. /길헌성 포토그래퍼
    설위원으로 제3의 야구 인생을 내달리고 있는 이종범(45). 그는 해설위원으로 살아온 지난 1년을 되돌아보며 이 변화가 성공적이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시즌 초반부터 그의 해설은 선수 시절 이상으로 거침이 없었다. 넉살 좋은 광주식 사투리가 더해진 달변의 해설은 ‘과연 바람의 아들답다’는 호평을 낳곤 했다. 경험에서 비롯된 예측과 선수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에서 비롯된 그의 뜨거운(?) 해설은 ‘냉정’과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종범신’의 재림을 보는 듯한 감격을 낳으며 ‘초보인 듯 초보 아닌’ 해설의 묘미를 전하곤 한다. ㆍ초보인 듯 초보 아닌’ 해설 뒤엔 엄청난 노력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에 발탁되면서 이종범은 지난겨울 내내 하루 6시간 이상을 스튜디오에서 보내며 프로 해설가가 되는 훈련을 해나갔다. 경기 녹화 영상을 틀어놓고 그 위에 더빙을 한 다음 캐스터와 함께 모니터를 해가며 다른 해설가보다 5도쯤 높은 화법의 온도를 낮추며 말수를 줄이고 절제하는 법을 연습해 왔다고. “처음에는 어색 그 자체였죠. 몸과 마음으로 아는 걸 입으로 꺼내는 게 그렇게 어려운지 몰랐어요. 하지만 곧 요령과 여유가 생겼죠. 그렇지만 여전히 미흡한 게 많아요. 2군에서 올라온 신인 선수들의 면면을 몰라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가며 방송을 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래서 선수들을 많이 만나보곤 하죠. 익숙지 않은 솜씨로 수첩에 메모를 해가며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제 모습이 어색한지 애들이 통 속을 안 털어놓고 말도 잘 안 해주더라고요. 좀 우습죠?”
    프로야구 사상 두 번째로 '30-30 클럽'에 가입한 이종범 선수가 1997년 9월 30호 홈런을 날린 후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왼쪽부터, 조선일보 DB),9년 전
    30대 중반의 이종범. 한국 야구 역사상 가장 거친 플레이어지만 털 스웨터를 유독 좋아하는 의외의 면도 갖고 있다, 작은 체구를 극복하는 방법은 중단 없는
    훈련뿐이었다고. /조선일보 DB

    이종범은 홈런을 능가하는 도루 실력을 가졌으며 수비의 룰마저 바꾸는 유격수이자 1회 첫 타석부터 상대팀을 뒤흔들던 장타자였다. 당시 이종범의 가장 큰 무기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기동력에 있었다. 엄청난 견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손쉽게 도루를 성공시키는 기민한 주루 플레이는 상대팀 내야를 흔들었으며 그에게 ‘바람의 아들’이라는 영예를 갖게 했다. 더구나 1번 타자임에도 중심타자 이상의 타격력을 과시했으니 그의 존재감은 추종불허의 그것이었다. 한 시즌 최다 도루(84개), 원년 백인천(0.412) 이후 한 시즌 최고 타율(0.393) 보유자로 지난해 히어로즈 서건창이 전인미답의 200안타 고지에 오르기 전까지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196개)도 갖고 있는 타이거즈의 레전드다. 가장 막강한 야구선수였기에 그가 그라운드에 없다는 사실이 못내 어색했다. 더욱이 그를 비롯해 대한민국 전체가 미련을 두게 한 3년 전의 은퇴는 시간을 견디지 못하고 퇴장하는 한 영웅의 끝인 것 같아 모두를 찹잡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곧 그는 ‘해태 왕조’를 이뤄낸 김응룡 감독을 보좌하며 한화의 주루 코치로 야구 인생 제2의 막을 열었다.<
           이일섭 조선일보 웰빙라이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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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석이 아닌 중계석에서 야구를 바라본 이종범의 감상
    송진우 등 투수 출신 해설가들과 입담 대결 “2년간 팀 성적이 너무 안 좋아 보람보다는 반성을 많이 했어요. 저보다는 감독님이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하지만 실패의 연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걸 그때 경험했죠. 거듭되는 훈련 속에서도 나아지지 않는 후배들이 답답하기도 했지만 믿음을 갖고 기다려줘야 한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요. 대졸 초임의 급여보다 나을 게 없는 코치 연봉에 낙담을 하기도 했지만 ‘참을 인忍’자가 새겨진 배트를 나눠주며 13연패에 허덕이는 후배들을 격려하곤 했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보다 동고동락의 기쁨이 제겐 더 소중하더라고요.” ‘페넌트 레이스’ ‘포스트 시즌’ ‘한국 시리즈’ 등 그 살 떨리는 초절정의 ‘타격 세계’를 이제 한 발치 떨어져서 편안하게 볼 수 있어 좋다는 이종범.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해설가로 데뷔한 그는 그라운드 안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객관이 더해진 야구의 진리를 터득하며 이 과정을 지도자 수업으로 여기고 있다. 해설가로서의 안목과 내공은 그가 갖고 있는 지도자로서의 가능성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올 시즌에는 그 외에도 송진우와 정민철,김선우 등 스타 출신들의 방송국 입성으로 그 어느해보다 해설위원들의 화려한 입담이 승패 이상의 화제가 되곤 한다. 그가 중계석에서 발견한 야구의 진리란 과연 무엇일까? 이종범은 그것이 야구 전반을 다 꿰뚫어보는 통찰력이라고 얘기한다.
    야구 해설가로 변신한 이종범. /조선일보 DB

    “승부처에 이르면 어떤 작전에 이어 어떤 투구와 대응이 나올지 가늠하게 되죠. 바깥쪽 낮은 공을 연속으로 던지던 투수가 몸쪽 높은 공을 던져오면 스트라이크 존을 낮게 잡고 있는 타자에겐 호기가 아니라 함정이 되기 마련인데 적절한 분석과 염탐 그리고 이것을 능가하는 적응력을 갖추는 일은 훈련과 실전 그리고 상대를 꿰뚫는 마음의 눈이 필요하죠. 높은 곳에 있는 중계석에서는 넓게 바라볼 수 있어 이 눈을 키우는 데 그만이죠.” 이종범은 관중으로 가득 찬 야구장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꼽는다. 오늘은 어떤 플레이로 팬들에게 감동을 줄까를 고심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으니 훌륭한 지도자가 되어 후반생을 펼쳐가는 게 사필귀정인 셈이다. 할 줄 아는 게 야구밖에 없는데 야구장 밖의 세상을 기웃대다 허망한 끝을 보기보다는 그간의 야구 인생 속에서 새로운 계기를 발견한다는 게 그의 목표다. 그래서 오늘은 잠실구장으로, 내일은 사직구장으로, 모레는 기아챔피언스필드로 내달리며 자신의 야구인생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바람의 아들’이라는 닉네임에 걸맞은 통쾌하고 후련한 해설을 들려주면서 말이다.
           이일섭 조선일보 웰빙라이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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