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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엽기 드라마를 이준익의 연출로 녹여낸 영화 사도.

浮萍草 2015. 9. 16. 11:06
    영화 '사도' 스틸컷. /타이커픽쳐스 제공
    근 몇 년간 충무로는 팩션 사극 전성시대였다. 뭔가 색다른 것을 추구하는 시대에 ‘있는 그대로’의 지루한 역사 이야기보다는 코미디나 판타지 등을 혼합해 놓는 쪽이 잘 팔리기 때문일 터. 그러나 5년만에 돌아온 사극의 대가, 이준익 감독은 좀 다른 선택을 했다. 역사적 기록을 충실하게 따르기로 한 것. 때아닌 정통 사극이 지루할까 염려할 필요는 없다. 그가 들고 온 이야기는 조선사 중 최악의 비극, 바로 ‘임오화변’이니까. 임오화변은 1762년 5월 사도세자가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살해된 엽기적인 사건이다. 역사상 가장 극적인 사건인 만큼 그 원인과 과정에 대한 역사가들의 설왕설래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로 그려진 일은 드물다. 지난 8월 11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사도’ 제작보고회에서 영조 역을 맡은 배우 송강호는“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1960년대 한 편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저희는 비약이나 확대 해석보다 정말 8일간의 팩트에 중심을 둔 드라마다”라는 말로 이 작품의 차별화된 지향점을 밝혔다. 연기 역시 그 일환에서 벗어나지 않고 가장 현실적인 영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감독과 배우의 똑똑한 선택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궁금해 마지않는 그 사건에 ‘사실’ 그 자체 말고 더 무엇이 필요하랴. ㆍ 기대감을 자아내는 최적의 조합
    기름기를 쏙 뺀 정통 사극에 유일한 양념이 되는 것은 존재만으로도 기대를 걸게 되는 명품 배우들의 활약이다. 제작 보고회에서 유아인은 송강호가 맡은 영조에 대해 “아주 인간적으로 그려진다. 무거울 것 같지만 그 안에서 웃음을 담당하기도 한다. 제가 봤던 모든 영조 중 가장 입체적인 영조가 아닌가 생각했다”는 말로 기대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꼭 유아인의 말이 아니더라도 전작들에서 살아 숨 쉬는 캐릭터를 선보여온 송강호의 연기 이력을 되돌아보자면,그가 펼쳐 보일 영조의 모습이야말로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조선사에서 손에 꼽을만큼 노련한 정치를 펼쳤던 절대 군주이자, 아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비정한 아버지였던 그 복잡다단한 캐릭터를 송강호는 어떤 표정과 말투로 또 한번 소름 끼치게 표현해낼까?
    영화 '사도' 스틸컷. 영조역의 송강호(왼쪽)와 사도세자역의 유아인. /타이커픽쳐스 제공
    ㆍ “생각할 ‘사(思)’, 슬퍼할 ‘도(棹)’, 너를 생각하며 슬퍼하노라”
    영화 개봉에 앞서 공개된 캐릭터 예고편을 통해 울려 퍼진 그의 목소리는 이 사건에 대한 영조의 비통한 심정을 대변하며 벌써부터 깊은 여운을 선사한다. 사도세자을 맡은 유아인 역시 그에 견줄만하다. 올해 겨우 서른 살인 젊은 배우로서는 꽤 다작을 선보여왔다. 그는 어리숙한 사춘기 소년부터 도발적인 옴므파탈, 뼛속부터 비뚤어진 악역까지 폭넓게 그러나 그 하나하나를 모두 실감 나게 살려내왔다. “<사도>를 찍으면서 받은 스트레스를 <베테랑>으로 풀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오갈 만큼 최근 <베테랑>을 통해 인상 깊은 악역 연기를 펼친 그가 극한의 상황에 처한 사도세자의 심리를 어떤 식으로 펼쳐 보일지 기대감을 자아낸다. 또 무엇보다,지금으로부터 딱 십 년 전 <왕의 남자>로 1230만 관객을 동원하며 ‘생 초짜 배우’ 이준기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이준익 감독이 이 걸출한 배우 들과 십 년의 노련미를 더 갖게 된 지금 자신만만하게 내보이는 영화가 과연 어느 정도일까하는 기대를 금할 수가 없다.
           정자림 웰빙라이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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