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웰빙라이프

소나무 사진작가 배병우

浮萍草 2015. 9. 15. 09:20
    사진 작가 배병우, "양이 질을 만든다
    배병우 사진작가. /이경호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병우는 대학에서 응용미술을 전공하다 사진이라는 ‘옆길’로 샜다. 자신이 태어난 곳인 바닷가의 풍경을 찍다 1984년 서른넷의 나이에 운명처럼 소나무를 만났다. 그 후로 30여 년간 전국을 다니며 찍어온 소나무는 그를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의 반열에 올려놨다. 엘튼 존과 벨기에 왕실, 영화감독 마이클 베이 등 주요 컬렉터들이 한 점에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그의 작품을 잇달아 구입하며 상업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흔치 않은 작가가 됐다.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최근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한불 문화교류의 일환이다. 내년은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를 한 지 13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올해 9월부터 내년 8월 사이에 프랑스와 한국 문화계 각 분야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배 작가는 지난해 여름부터 프랑스 샹보르 성Chateau de Chambord에서 사진 작업을 했다. 루아르 지역에 있는 고성이다. 한 달 중 절반 이상 현지에 머물며 촬영하다가 한국에 잠깐씩 들어오는 식으로 진행했다. 배병우의 눈으로 지켜본 샹보르 성의 1년은 올 9월부터 내년 4월까지 샹보르 성에서 전시된다. 국내 전시 일정은 당분간 없다. ㆍ‘讀書破萬卷’ 소문난 독서광
    배 작가는 독서가로도 유명하다. 파주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만 3000여 권의 책이 있다. 사진과 디자인 관련 서적 외에도 역사, 문학, 자연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다. 좋은 책은 여러 권 사서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어떤 책을 읽었는지 물었다. “얼마 전에 <물의 역사(알레브 라이틀 크루디어 지음)>라는 책을 읽었어요. 저는 역사 분야의 책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어떤 분야든 그 역사를 알아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거든요. 뷰먼트 뉴홀(Newhall)이 쓴 〈사진의 역사·The History of Photography〉는 엉터리 영어를 다 동원 해서 원서로 읽기도 했어요.”
    그는 사진가에게 필요한 항목으로 독서를 꼽는다. 아는 만큼 쓸 수 있고 깨닫는 만큼 찍을 수 있다는 진리를 그는 독서를 통해 터득했다.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배 작가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새기고 싶은 구절이 나오면 노트에 옮겨 적는다. 그 노트를 본 적이 있다. 제일 첫 줄엔 한문 구절이 적혀 있었다. ‘ 讀書破萬卷 下筆有如神(독서파만권 하필유여신·만 권의 책을 읽으면 신들린 듯이 글을 쓸 수 있다)’. 중국 시인 두보가 한 말이다. “젊었을 때 결심한 게 있어요. ‘ 한국에서 책을 가장 많이 쓴 사진작가가 되겠다. 한국에서 제일 사진 많이 찍은 사진작가가 되겠다.’ 저는 양이 질을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20대에는 야영까지 하며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고 30대에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전시는 다 찾아다니면서 봤죠. 소나무 사진 한 장에 그 세월이 다 담겨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동기창(중국 명대의 화가)이 이런 말을 했지요. ‘독만권서 행만리로(讀萬卷書 行萬里路)’.책을 만권 읽고 여행을 만리 하면 좋은 예술가가 된다는 뜻입니다. 결국 여행과 독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草浮
    印萍

    소나무로 명성 얻었지만, "소나무는 나쁜 나무"
    배병우는 생선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데 그 비법은
    죽염을 비롯한 한국산 소금에 있다고 얘기한다.
    /서경리 월간조선 기자
    ㆍ냉동고엔 제철 생선 그득… 직접 요리 평생 여행과 독서를 계속하려면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할 터. 배 작가가 바쁜 일정에도 학창시절 유도로 다져진 몸을 잘 유지하는 비결은 ‘음식’과 ‘운동’이다. 배 작가는 요리를 잘한다. 외국에 나가면 재료를 사서 직접 요리를 한다. 바닷가 출신답게 생선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 작업실에서 조수들과 함께 밥을 해먹는데 작업실 냉동고에는 제철 생선이 항상 그득하다. 베니스에서도 새우를 사다가 구워 먹었단다. “작업 때문에 프랑스에 머무를 때도 제가 직접 요리를 했어요. 요리를 할 때 재료가 중요하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또 있어요. 바로 소금이에요. 프랑스의 게랑드 소금이 유명하잖아요. 소금의 캐비어라고 불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우리나라 소금을 가져다가 써요. 제 입맛엔 게랑드 소금보다 한국 소금이 나은 것 같아요. 게랑드도 오염이 돼서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도 있고요. 프랑스 사람들한테도 한국 소금 맛을 보여주니 좋아하더라고요.” 배 작가는 주로 하는 운동을 묻자 1순위로‘노동’을 꼽는다. “저는 노동자잖아요. 촬영을 하는 날이면 일출 1시간 전에는 일어나서 숲으로 갑니다. 혼자 조용히 일하는 게 좋아서 조수 없이 혼자 카메라를 들고 산을 타요. 언젠가 누가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슬럼프가 오면 어떻게 극복하나’ 물은 적이 있어요. 제가 그랬어요. ‘새벽 숲 속에 가봐라, 지루함을 느낄 수 있겠나.’ 촬영을 안 나가고 한국에 있을 때는 탁구를 쳐요.
    매일 1시간씩 치지요. 술은 마시지만 담배는 안 피웁니다. 담배 피우는 조수가 들어오면 선택하라고 해요. 담배인지, 나와의 작업인지.”
    삼성미술관 리움에 전시됐던 배병우의 2006년 작 ‘소나무시리즈’. /조선일보 DB

    전남 여수의 돌산 방죽포에서 찍은 고교시절의
    배병우. /배병우 작가 제공
    손가락만 까딱하면 거의 무료로 수십 장의 사진을 얻을 수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그는 아날로그를 고수한다. 아직도 필름으로 작업을 하고 필름을 종이에 인화하는 작업을 거친다. 인화 작업은 독일에서 한다. 수동 인화와 자동 인화 모두 활용해 좋은 품질의 작품을 얻기 위해서란다. 소나무와 뗄 수 없는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는 그이지만 정작 나무 자체로 보면 소나무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고 한다. ㆍ소나무 싫어한다지만 그의 존재가 ‘소나무
    ’ “소나무를 30년 넘게 찍어 왔지만, 솔직히 좋아하는 나무는 아닙니다. 시각적으로만 좋아한다고 봐야겠지요. 소나무는 나쁜 나무예요. 근처에 다른 나무를 못 살게 하거든요. 참나무나 밤나무가 좋은 나무지요. 특히 참나무는 숲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소나무는 뿌리에서 갈로타닌(gallotannin)을 분비하는 등, 다른 종에 해로운 생화학 물질을 분비한단다. 바로 타감작용(他感作用)이다. 지표의 면적을 더 많이 차지해 햇빛을 더 많이 쬐기 위한 소나무의 전략이다. 어쩌면 그가 초반에 언급한 ‘균형’을 유지하려는 소나무의 몸부림일지도 모르겠다. 배 작가는 소나무를 싫어한다지만, 그의 존재는 소나무를 많이 닮아 있다. 앞으로 적어도 수십 년 동안에는 동서고금의 어느 누가 소나무를 찍어도 ‘배병우의 아류’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수십 년을 살아오며 스스로의 손과 발로 자신의 존재를 거장의 반열로 끌어올려 놓은 배병우의 다음 작업이 기대된다.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