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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고산 윤선도 4

浮萍草 2015. 11. 12. 12:19
    고산과 달리 장수 못하고 48세로 타계한 증손자 윤두서
    동국여지도 /정지천
    산의 후손 중에 걸출한 문인화가였던 공재 윤두서(恭齋 尹斗緖)라는 분이 있습니다. 공재는 고산의 증손자이자 다산 정약용의 외증조부이기도 한데,85세까지 장수했던 고산과는 확연히 다르게 불과 48세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모친이 83세까지 장수했고, 형이 72세까지 그리고 장남도 81세까지 살았으니 예외적으로 유난히 단명한 셈이죠. 공재는 태어난 지 이레 만에 큰집에 양자로 가서 종손이 되었습니다. 1 5세에 혼인하였는데, 부인은 실학의 선구자로서 <지봉유설(芝峰類說)>을 지은 이수광(李睟光)의 증손녀입니다. 그러니 본가와 처가 모두 실학자 집안인 셈이죠. 실제로 공재는 성리학은 물론이고 천문,지리,수학,병법,서예,음악,회화,공장(工匠),의학 등 다방면에 걸친 박학을 추구했던 실학자였는데,26세에 진사에 합격했으나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지리와 그림에 재능이 탁월하여 숙종임금의 명에 의해 <동국여지도(東國與地圖)>를 그렸습니다. 동국여지도는 보물 481-3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김정호 선생의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 : 보물 850호>보다 150년 정도 앞선 것이죠. 이 지도는 사실적이며 채색도 되어 있어 매우 아름다운데, 강줄기와 산맥의 표시를 대부분 정확하고 섬세하게 표현하였습니다. 주변 섬들을 자세히 그렸으며 섬과 육지의 연결수로까지 표시되어 있는데 특히 대마도가 그려져 있습니다. 동국여지도를 보면 대마도가 우리 땅인 셈이죠. ㆍ공재가 그린 유명한 그림은?
    국보 240호로 지정된 자신의 자화상입니다. 예리한 관찰력과 뛰어난 필력으로 묘사를 매우 정확하게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 초상화 가운데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힙니다. 자화상을 보면 눈과 수염에서 강렬한 느낌을 받을 겁니다. 초상화의 눈빛에 압도되어 똑바로 쳐다보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지요. 눈에서 강력한 기운이 뿜어 나오는 것 같고 활활 타오르는 것 같은 긴 수염이 마치 기를 내뿜는 듯합니다.
           정지천 동국대 분당한방병원 내과 과장 kyjjc19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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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 체질을 타고난 윤두서가 요절한 특별한 사연
    국보 240호 자화상. /정지천
    화상에 눈과 수염이 강조된 이유는 뭘까요?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냥’이라는 말이 있지요. 그만큼 눈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눈빛만 봐도 사람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듯이 한의학의 진단에서도 눈의 진단이 중요합니다. 눈은 간장과 연계되어 있는데 오행(五行)에서 눈과 간장이 ‘목(木)’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생목(水生木)’으로서 ‘목’은 ‘수(水)’의 도움을 받아야 하므로 ‘수’에 해당하는 신장의 음기가 간장에 정기를 공급해 주어야 합니다. 결국 간장과 신장의 기가 충족해야 눈이 밝게 되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과로하거나 큰 병을 앓거나 성생활이 지나쳐서 신장과 간장의 음기가 상하면 눈의 정기도 떨어져 눈이 피로하고 침침해지게 됩니다. 수염도 워낙 풍성해서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와 장비의 수염을 합쳐놓은 것 같습니다. 한의학적으로는 신장의 기가 왕성해야 수염이 풍성해집니다. 그러니 공재도 신장의 정기가 강했을 것이고 장수한 고산의 체질과 기를 물려받은 데다 종손이라 재산도 풍족 했지요. 그렇다면 분명 오래 살았어야 했는데 오십조차 넘기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ㆍ공재가 장수하지 못하게 된 특별한 사연
    그의 삶에 슬픔이 무척 많았기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22세에 부인이 세상을 떠났고 27세에 양아버지가 돌아가시고 29세에는 셋째 형이 당쟁에 휘말려 귀양 갔다가 이듬해에 사망했습니다. 30세에는 큰형이 모함을 받을 때 함께 연루되어 고생했고 32세에 친아버지가 돌아가셨으며 37세에 친어머니가 돌아가셨고 39세에는 절친한 벗 이잠(李潛)이 흉서를 올렸다고 해서 맞아 죽었습니다. 43세에는 친한 벗인 심득경(沈得經)이 죽었고 45세에는 양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그게 끝이 아니었죠. 46세에 서울을 떠나 아주 해남(海南)으로 내려왔더니 이듬해에 맏형이 죽었습니다. 결국 자신도 48세 겨울에 우연히 감기를 앓다가 세상을 떠나버리고 말았던 것이죠. 20년 남짓한 세월 동안 양부모, 친부모에다 형제,부인,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연달아 겪었던 것인데, 이처럼 마음에 큰 상처가 되는 일을 연속으로 당하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계속 쌓이므로 기운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의지가 꺾였고 명을 재촉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을 보면 정신과 육체는 둘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신형일체(神形一體)’이기 때문에 ‘정신’이 약해지면 ‘형체’ 역시 강함을 유지할 수 없게 되지요.
    특히 ‘의지(志)’는 오장 중 신장에 연계되어 있기에 의지가 꺾이게 되면 신장의 기운이 떨어지게 됩니다. 신장의 기가 허약해지면 각종 질병에 쉽게 걸리고 노화가 빨리 진행되지요. 공재는 삼십여 세에 벌써 백발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물론 삼년상 동안 고기를 먹지 않으니 쇠약해질 수밖에 없기도 하죠.
           정지천 동국대 분당한방병원 내과 과장 kyjjc193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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