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잊혀진 유라시아 이야기

18 한국 집집마다 김치맛 다르듯 터키에는 커피맛 달라

浮萍草 2015. 11. 5. 12:26
    터키방식 커피. /조선일보 DB
    “커피 한잔 하시겠어요?” 이 말만큼 달콤하고 가슴 설레는 말이 있을까?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커플의 만남을 탄생시킨 주역을 꼽으라면 단연코 ‘커피’가 빠질 수 없을 것이다. 지구상의 수많은 커플이 커피 한 잔이 계기가 돼서 결혼까지 이르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한국은 6.25 전쟁 이후 전 세계적으로 커피를 가장 많이 소비하며, “맛있는 커피가 가장 많은” 커피 강국이 되었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서구 문화나 근대 문물의 상징이었던 커피가 이제는 한국인의 삶과 분리될 수 없는 기호 식품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우리는 커피가 서구나 유럽의 상징이라고만 알고 있지만 커피 문화가 꽃을 피웠던 곳은 다름 아닌 오스만 제국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에티오피아가 원산지로 알려진 커피가 잠을 쫓는다는 것을 알게 된 이슬람 수도사들에 의해 아라비아 반도에 전해진 커피는 신성한 음료가 되었다. 커피가 전해지면서 하루에 다섯 번 기도를 올리는 수도사들이 커피를 마시면서 수행에 몰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커피를 “알라께서 내리신 음료”라 하며 오로지 남성들만 마실 수 있는 성스런 음료로 간주하기도 했다. 그러한 커피가 터키까지 전해진 것은 이슬람 국가의 종주국인 오스만 제국이 탄생하면서이다. 오스만 제국에서 카페가 문을 연 것은 1554년이다. 투르크 족이 이스탄불(비잔틴 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지 100년 정도 지난 후였다. 이스탄불의 상업중심지 타흐타칼레(Tahtakale)에 ‘커피 하우스’라는 뜻의 “카흐베하네 (kahvehane)”가 최초로 선을 보였다. 상인들이 모이면 대규모 연회가 필요했으므로 비용이 만만치 않게 소요되었지만,“카흐베하네”는 커피 한잔과 터키 식 딜라이트“로쿰”으로 오랜 시간동안 부담 없이 필요한 만남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점에서 인기 만점이었고 매우 실용적인 공간으로 각광받았다. “카흐베하네”는 대체로 상인들이 모이는 곳이었으나,문학과 가족 문제까지 토론하는 장으로 발전 해갔다. 그런데 한때는 사람들이 모여 반정부 토론을 하며 역모를 꾀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강제로 폐쇄 당한 적도 있었다. 오스만 제국에서 카흐베하네는 빈부나 신분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었다. 그렇지만 모이는 사람들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카흐베하네로 구분되었다. 상인들, 지역주민, 장인들은 각각 자신들의 성격에 맞는 독자적인 카흐베하네에 출입했다. 명창들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카흐베하네,그리고 이야기꾼의 모노드라마인 메다(meddah)를 볼 수 있는 카흐베하네 등 다양한 카페들이 생겨났다. 이와 같은 역사를 지닌 터키 커피는 끓이면 방법부터 마시는 방법까지 터키인만의 고유한 색채와 맛을 담고 있다.
    터키 커피는 곱게 갈아낸 커피 원두 가루를 끓이는 것이 특징이다. ‘ 제즈베’라고 불리는 국자 같은 주전자에 원두가루와 물을 한꺼번에 넣고 끓인다. 기호에 따라서 설탕을 넣고 끓이기도 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거품이다. 정성껏 스푼으로 저으면서 커피물이 넘치지 않으면서도 거품이 소담스럽고 보글거리게 끓이는 것이 요령이다. 그러면서 최대한 구수한 맛을 살려야 한다. 한국인의 김치 맛이 집집마다 다르듯 터키인들의 커피 맛도 다채롭기 짝이 없다. 집에 찾아온 손님들에게 예전에는 가장 먼저 커피를 대접했다. 그러면 손님들은 그 집 커피 맛으로 그 집의 문화와 분위기를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커피 한잔으로 결혼에 골인하는 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신랑 측에서 신부 집에 청혼하러 갔을 때 신부가 시댁 어른들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 첫 번째 관문이 바로 커피 맛이다. 신랑 측의 어른들은 예비 신부 후보가 끓여온 커피 맛으로 신붓감의 요리 솜씨를 가늠한다. 터키에서 그만큼 커피는 신랑 신부의 연을 맺어주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Premium Chosun        오은경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euphra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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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인들 커피 마시고 남은 찌꺼기로 하는 것은?
    키 커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커피점(占)'이다. 
    터키인들은 커피를 마시고 남은 찌꺼기를 굳혀서 점을 본다. 
    터키인 속담에 "점을 믿지는 마라. 그러나 점도 안 보고 살지는 마라"라는 속담이 있다. 
    점을 보면서 정을 쌓고, 이야기로 친분을 쌓아가라는 터키인의 지혜가 담긴 말이다. 
    그만큼 터키인들은 서로에게 점을 쳐주면서 덕담을 나누고 그동안 숨겨 놓았던 어려운 속내를 털어놓으며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을 즐긴다.
    터키인은 처음 만나는 사이라도 커피를 마시고 커피로 점을 치면서 자연스럽게 사적인 이야기를 털어놓고 대화를 즐긴다. 
    그들은 커피 찌꺼기가 만들어낸 온갖 형상과 상징들을 나름대로 해석해 내면서, 상대방의 고민을 듣고 덕담을 늘어놓거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바람둥이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커피점을 봐주는 척하며 그럴듯하게 상대방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을 배우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터키인들은 "커피 한잔에 40년의 추억이 담긴다"고 말한다. 
    그들이 마시는 커피는 단순히 커피가 아니라 소통이자 이야기로서 추억과 역사를 만들어내는 그들만의 문화이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신 후, 찌꺼기로 그날의 운세를 보는 터키문화. /조선일보 DB

    그러나 커피는 터키의 문화로만 한정되지 않았다. 유럽 문화의 상징인 에스프레소,비엔나커피,카푸치노 모두 터키 커피가 유럽 대륙에 전해지면서 파생한 문화상품이다. '카페(카흐베하네)'가 유럽에 전해진 것은 오스만제국을 통해서이다. '비엔나커피'는 오스만 군대가 빈까지 진출했다가 전쟁에서 패망하고 퇴각하면서 빠트려 놓고 간 커피 원두에서 탄생하게 되었다. 에스프레소 역시 이스탄불을 다녀간 이탈리아 사람들이 터키 커피를 신속하게 만들어 마시기 위해 기계를 만들어 보급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그래서 에스프레소는 터키 커피처럼 지금도 작은 커피 잔에 진한 원액을 그대로 마신다. 터키 커피는 한때 유럽 사회에서 이슬람이나 이교도를 상징하는 검은 악마의 음료로 간주하였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러한 편견에서 벗어나 커피는 유럽인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기호식품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그러한 공로 덕분에 터키 커피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는 영예를 얻었다. 이처럼 세계인의 문화유산이 될 정도로 깊은맛과 문화적 역사가 서린 터키 커피 한잔을 권해보는 바이다.
    Premium Chosun        오은경 동덕여자대학교 교수 euphra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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