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 S = ♣ /조훈철의 문화재 이야기

5 대한민국 지명에 봉황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

浮萍草 2015. 10. 31. 10:30
    내 지명(地名)은 문화재 답사를 전문으로 가는 필자의 경우 거의 문화재와 같은 가치를 지닌 문화 콘텐츠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다. 
    특히 문화재 풍수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보면,지명은 그 지역에 관한 많은 통찰력(insight)을 제공해 준다. 
    이런 점에서 종종 정부기관에 의해 행정편의상 지어지는 명칭들은 오랫동안 우리 지명에 축적된 문화콘텐츠를 없애 버리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 쉽다
    는 생각이 든다.
    산이 70%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에서 그 지명을 유심히 살펴보면 유독 봉황의 이름이 많이 등장한다. 
    이는 봉황 모양을 한 산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봉황이 머무르는 곳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사람은 장차 큰 인물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한국인의 정서 밑바닥에는 깔려 있다. 
    그래서 봉황 형태의 지형을 잘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조사해 보면 그 정성이 눈물겨울 지경이다.
    봉황 관련 지명/조훈철

    봉황은 어질고 현명한 성인(聖人)과 함께 세상에 나타난다는 성스러운 전설의 새다. 수컷을 봉(鳳)이라하고,암컷을 황(凰)이라고 한다. 오동나무에 살면서 감천(甘泉)의 물을 마시고, 대나무 열매를 먹고 산다고 한다. 그래서 봉황이란 지명이 있는 곳에 오동나무와 관련된 지명이 많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봉황을 오래 동안 머무르게 하려면 봉황의 먹이가 되는 대나무가 풍부해야 한다. 그래서 봉황의 지명이 있는 산 아래에 대나무 밭을 조성한 것은 봉황을 오래 동안 머무르게 하려는 선조들이 생각해 낸 지혜의 산물인 것이다. 강원도 횡성에 가면 ‘봉복사(鳳復寺)’라는 절이 있다. 덕고산 아래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사찰의 절이다. 대웅전에서 참배하고 나오는데 문득 다음과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봉복사가 봉황의 배 부분에 해당된다면, 설악산 봉정암(鳳頂庵)은 봉황의 정수리부분,여주 봉미산에 있는 신륵사는 봉황의 꼬리부분이라는 가정이 성립된다. 한반도 중부지방 강원도와 경기도 일대가 봉황의 기운으로 뻗쳐있다는 이야기다. 학계에서 연구 성과로 발표하려면 치밀한 고증이 필요하겠지만,일단 대한민국 중부지방 일대가 날개 펼친 한 마리 봉황으로 장식되어 있다는 사실은 얼마나 유쾌한 일인가?
    용 관련 지명/조훈철

    경남에는 진주(晋州)라는 도시가 있다. 인물의 고장,충절의 고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 곳 진산의 명칭은 원래 대봉산(大鳳山)이었다. 그런데 고려때 진주 강씨 문중의 인물들이 고려 조정을 채우자 왕실에서는 이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어명으로 대봉산을 비봉산(飛鳳山)으로 바꾸어 버렸다. 날아가 버리는 봉황이라는 뜻으로 진주 진산의 기운을 날려 보내려는 의도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이에 봉황의 기운이 날아가 버리면 진주는 끝장날 것을 우려한 이곳 사람들은 풍수 대책을 세웠다. 먼저 ‘날아간 봉황은 알자리가 있으면 돌아오는 법이니 알자리를 만들라’라는 전설같은 이야기에 근거하여 ‘비봉산 아래 도심 한가운데 ‘봉알자리’ 터를 만들었다. 그 후 돌아올 봉황의 먹거리를 위해 도시 조경수를 대나무로 식재하고, 지리산 산청에서 진주시로 들어오는 도로 명칭도 아예 오죽광장으로 지은 것이 우리 한국인의 정서이다. 만약 진주시 단체장으로 입후보하는 후보가 풍수는 미신이니 봉황과 관련된 모든 시설물을 철거하겠다라고 공약을 하면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진주시장 당선은 고사하고 진주시에서 살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
    진주 오죽광장(왼쪽), 진주 봉알자리 안내문.

    앞으로 문화재 답사를 하다가 봉황과 관련된 지명을 만나면 반드시 봉황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답사객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담양 소쇄원 대봉대, 곡성군 동리산 태안사,공주시 봉황대,안동 봉정사,대구 팔공산 동화사 봉서루 등 이들 장소를 가거든 봉황의 이야기도 전해 듣고 봉황의 기운도 절대 놓치지 마시라.
    Premium Chosun ☜        조훈철 前 동국대학교박물관 선임연구원 agora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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