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F S = ♣ /조훈철의 문화재 이야기

4 우리 조상들이 묘를 쓸 때 배산임수-좌청룡우백호보다 중시한 것은?

浮萍草 2015. 10. 28. 11:39
    수(風水)는 전통지리학의 한 분야이다. 
    그러나 학계의 주류를 차지하는 것은 현대지리학이다. 
    현대지리학에서 땅은 무생물로 취급한다. 
    그래서 땅을 광물이나 자원의 생산과 이용 및 개발의 대상으로 인식하여 지표상의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분석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지리학인 풍수에서 땅은 살아있는 생명체로 인정한다. 
    즉, 땅은 죽은 것이 아니라 살아 숨을 쉰다고 인식한다. 
    땅이 살아 있기에 인간도 그 위에서 목숨을 이어간다. 
    신토불이(身土不二),사실 땅과 인간은 하나인 것이다. 땅이 죽으면 인간도 죽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인간의 목숨은 유한하지만 땅의 생명력은 영원하다. 
    이런 점에서 땅의 이치를 탐구하는 풍수는 서양 학문들이 그렇게 신봉하는 과학을 뛰어 넘는 초과학적 학문이면서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귀중한 문화유산(文化遺産)
    이다.
    풍수는 ‘장풍득수’(藏風得水)의 약자이다. 
    ‘바람을 저장하고, 물을 얻는 일’이 풍수의 핵심이다. 
    우리 선조들은 바람을 막아주고 물이 있는 장소가 인간 살기에 좋은 터라고 보았다. 
    ‘장풍득수’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배산임수(背山臨水)를 하면 된다. 
    즉, 뒤에서는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주고 앞에서는 물을 얻는다는 원리이다. 
    여기에다 하나 더 추가하면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이다. 
    좌우로 청룡과 백호에 해당하는 산이 있으면 더 아늑한 장소가 된다. 
    이처럼 배산임수와 좌청룡, 우백호의 지세(地勢)를 따지는 것이 전통적 의미의 풍수이다.
    세종대왕릉과 '잉'의 위치. /조훈철

    우리 문화재 가운데 특히 건축 문화재의 터 잡기 밑바탕에는 자연에 대한 선조들의 생각이 철저하게 반영되어 있다. 이를 우리 선조들은 풍수라는 명칭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과학적인 사고방식을 선호한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질 않으면 모두 미신으로 치부하고 배척하거나 제거하려고 한다. 그 버리고 싶은 한 가운데 풍수가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건대 풍수를 언급하지 않은 한국의 건축 문화재 이야기는 2% 부족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문화재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과학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에 대한 배려심이다. 풍수용어에 ‘잉(孕)’이란 단어가 있다. 잉(孕)은 잉태한다는 의미인데,혈 자리 바로 뒤편에서 자연 상태로 볼록 튀어 나온 부분을 말한다. ‘잉’은 우리 문화재의 혈자리 뒷부분에 반드시 존재한다. 우리 선조들은 터를 정할 때 좌청룡, 우백호보다 ‘잉’의 존재를 더욱 중시했다는 것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광경이다. 우리 문화재의 주류를 이루는 궁궐, 사찰, 서원, 양반가옥은 말할 것도 없고, 조선 왕릉은 거의 100% ‘잉’의 존재가 확인된다. 그래서 ‘잉’이 있는 지역은 그 지기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시설물 설치도 하지 않고 가능한 한 자연 그대로 비워두는 경향이 있다.
    영릉(효종의 릉). /조훈철

    그런데, ‘잉’이 있는 지역은 의외로 출입금지 표시가 된 곳이 많다. 사대부 양반가 종가집 내부 ‘잉’의 흔적을 보려면 종손부부와 웬만한 교류가 없으면 구경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렵다. 그나마 ‘잉’의 존재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소는 조선왕릉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봉분으로 올라가려고 문의를 하면 반드시 확인서를 받아 오라고 한다. 조선 왕릉에서 공식적으로 봉분으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은 헌릉(태종의 릉), 영릉(英陵 : 세종대왕릉), 광릉(세조의 릉), 영릉(寧陵 : 효종의 릉), 동구릉 가운데 목릉 (선조의 릉) 그리고 시간에 제한을 둔 도심의 ‘선정릉’ 정도이다. 다른 지역에도 조금의 융통성을 발휘해서 제한적이나마 현장 답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화재를 보호한다는 원칙과 명분도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무관심’이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유물이나 유적을 만져서 훼손시키는 것이 아니고 일반인이 무관심해서 전혀 눈길을 주지 않는 것임을 문화재 관련 업무를 보시는 분들은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
    Premium Chosun ☜        조훈철 前 동국대학교박물관 선임연구원 agora6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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