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Her Story

박소영 한국핀테크포럼 의장

浮萍草 2015. 10. 28. 19:17
    “핀테크 혁명, 은행 ‘밥그릇 쪼개기’ 로 생각… 정부 적극 중재 필요”
    박소영 한국핀테크포럼 의장이 지난 14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페이게이트 사무실에서 국내 핀테크(IT금융) 산업의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난 14일 잠실 석촌호수가 닿을 듯 내려다보이는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路) 페이게이트 사무실에서 박소영(45) 한국핀테크포럼 의장을 만났다. 언론에서 규제와 싸우는 ‘잔다르크’처럼 비쳤던 이미지와는 달리 사무실은 아기자기했다. 군데군데 그림(박 의장 올케가 그린 그림)이 걸려 있었고 정원에 나온 듯 크고 작은 화분이 사무실 한쪽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인사를 나눈 뒤 인터뷰 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했더니 수줍어하며 화장을 고치고 나온 박 의장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다. 국내 핀테크(IT금융)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게 뭐냐는 질문부터 던졌다. 속사포처럼 대답이 쏟아져 나왔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위해 꺼낸 그림 얘기나 동종 업계 여성 CEO들에 대해 얘기할 때와는 눈빛이 달라졌다. 박 의장은 그간 인터뷰를 통해 ‘금융회사 위주의 핀테크’ ‘카드사에만 주어지는 신용카드 인증방법 선택권’ ‘핀테크 업체와 금융기관의 불균형’ 등에 대해 지적해온 바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회사가 생겼습니다. 그 회사는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전기가 필요하지요. 전구를 소켓에 꽂으면 전기를 쓸 수 있습니다. 이미 그렇게 약속이 돼 있는 거지요. 그런데 핀테크 업체들은 금융회사 상품을 가지고 와서 연계해야 하는데 소켓이 어디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소켓을 찾는다고 해도 금융회사에서 사용해도 된다는 답을 얻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기자가 갸우뚱하자 박 의장이 말을 이었다. “카카오가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금융사들과의 연계가 필요합니다. 카카오는 대기업이기도 하고 해서 금융회사들이 열어 주기는 했지만,카카오 외에도 지금 핀테크 기업들이 은행들에서 가져와 쓰고 싶다고 하는 서비스들이 줄줄이 있어요. 그런데 어느 소켓에 꽂으라고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아요. 결국 금융사마다 다니면서 소개하고 이해를 시키고 하면 담당자가 ‘내부 검토한다’고 말합니다. 위에서 ‘OK’ 해야만 그 일을 할 수 있으니 새로운 사업이 빠르게 나오기 어렵지요.” 박 의장은“은행들이 하는 인터넷 뱅킹이나 계좌이체,모바일 등 많은 영역이 어떻게 보면 핀테크 영역하고 겹친다”며“은행은 우리가 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핀테크 업체와 협력을 꺼린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은행을 연결할 수 있는 인터넷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만든다고 하면 은행들이 계좌를 오픈하고 연결해 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박 의장의 말은 빨랐고 듣고 있는데 숨이 찼다. 차 말고 찬물을 좀 달라고 했다. 해외는 어떨까. 박 의장은 영국의 투자은행(IB) 바클레이즈 사례를 예로 들었다. “영국에 가서 핀테크 업체들 얘기를 들어보니 바클레이즈는 핀테크 서비스를 시작할 때 핀테크 업체들을 모아 놓고 ‘뭘 해줄까’ ‘뭘 도와주면 빨리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까’를 오히려 물었다고 합니다. 파트너가 늘어날수록 자기 회사의 트래픽이 증가한다는 인식이 있는 거지요. 그러나 한국 금융사들은 밥그릇을 쪼갠다고 생각합니다.” 핀테크 생태계가 구축돼야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고 서비스 등장 속도도 빨라진다. 사실 카카오도 카카오페이 서비스를 시작할 때 기존 금융권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데 애를 먹었다. 카드사들은 이미 자사의 간편 결제인 ‘앱 카드’ 서비스 등이 있는 상황에서 카카오의 간편 결제를 반기지 않았다. 그러나 카카오페이는 사용자들에게 일대 핀테크 혁명으로 받아들여졌다. 박 의장은 감독기관의 규제가 아닌 ‘중재’를 역설했다. 정부의 노력으로 공인인증서 의무화 등 여러 규제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민민규제’를 정부가 나서서 적극적인 가이드라인 등 중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것이 자산 규모 400억 원 이상의 결제대행사(PG)만 신용카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도록 한 민간기관인 여신금융협회의 규정이다. 간편 결제는 신용카드 정보를 다른 곳에 저장해 두었다가 결제할 때는 비밀번호 한 번만 입력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으로 인해 작은 규모의 핀테크 업체는 국내 카드사를 통한 간편 결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박 의장은 “정부기관의 중재가 덜 된 사례”라면서 “삼촌(금융기관)과 신생아(핀테크 업체) 간 협업이 일어날 수 있도록 중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이 논의해서 일하려고 하면 어마어마한 시간이 필요하거나 일이 좌절된다”고 덧붙였다. 박 의장은 재차 물 한 잔을 청했다. 그의 답답함이 기자에게도 전해지는 듯했다. 사실 박 의장이 감독기관의 중재에 대해 열을 올리는 이유는 사업상 아픔(?)이 있어서다. 박 의장은 1998년 핀테크 업체 페이게이트를 창업한 이후 지금까지 대표를 맡고 있는 핀테크 1세대다. 페이게이트는 2009년 금액인증 방식의 결제모듈을 만들어 바로 결제서비스에 붙이려 했으나 카드사의 반대에 부딪혔다. 사용하려면 정부 승인을 받아오라는 카드사의 입장을 확인하고 오랫동안 준비를 해서 결국 2012년 9월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았고 2013년 6월 온라인 서점 알라딘 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원래 2009년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보안성 심의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 중단됐다가 시작된 2차 서비스였다. 서비스를 출시한 뒤 이찬진 당시 드림위즈 대표와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가 트위터에서 설전을 벌였다. 이 대표는 “액티브엑스와 공인인증서 없이도 결제가 잘 되는 알라딘에서 외환카드로 조용필의 ‘헬로’ 앨범을 샀다”며“현대카드는 언제쯤 지원이 될 것인가”라고 글을 남겼다. 이에 정 대표는“당국에서 승인받지 않은 방법”이라고 답변했다. 이후 페이게이트 알라딘 2차 서비스 역시 중단됐다. 지난해 8월부터는 아예 국내 카드사를 거치지 않고 해외 카드사를 통해 결제를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신용카드 인증방법은 카드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박 의장은 간편 결제 분야에서 진정한 핀테크 스타트업이 활동할 수 있도록 가맹점(PG)이 인증방법 선택권을 가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인증방법에 대한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 간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박 의장은 “해외 카드사들은 ‘당신 회사 자본금이 얼마냐’고 물어보지 않고 인증방법이 뭔지도 중요하지 않다”면서“‘예수금 관리가 제대로 되느냐’ 등을 묻지 ‘400억 원 있느냐’로 자르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당신 마음대로 인증방법 사용해라. 대신 잘못되면 당신이 책임져라’하는 식”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한국핀테크포럼의 1년 성과에 대해 물었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숨을 고른 박 의장이 말을 이었다. 박 의장은 “그래도 요즘에는 손발이 맞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고무적”이라며 “최근만큼 핀테크 스타트업이 사업하는 데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된 적이 없다”고 말 했다. “15년간 떠들었던 얘기가 감독기관 등과 방향이 맞아가고 있어 희망적이지요. 개별적으로 활동하던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의기투합해 뜻을 모으게 된 점도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봅니다. 덕분에 다양한 분야의 개선사항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고 한국의 핀테크 산업이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는 등 짧은 시간이었지만 큰 성과 내지는 토대가 마련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페이게이트는 유독 ‘국내 최초’ 수식어가 많은 회사다. ‘1999년 국내 최초 개인용 전자지급 시범서비스 실시’‘2001년 전자지급업계 최초로 ISO-9001 인증 획득’‘2005년 국내 최초 웹 표준 기술기반 신용카드 결제서비스’ ‘2008년 국내 최초 아이폰 내 신용카드 결제서비스 제공’‘2012년 금감원 공인 국내 제1호 웹 표준기반 신용카드 인증방법 승인’ 등이 그것이다. 박 의장은 2010년 한국의 플러그인 기반 공인인증서가 글로벌 소비자들을 한국의 온라인 스토어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악역을 하고 있음을 정부 당국에 건의, 규제개혁에 일조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 훈장을 받기도 했다.
    Munhwa ☜     임정환 경제산업부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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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파일’ 간편결제 놓고 현대카드와 일전 벌이며 ‘유명세’
    ‘페이게이트’창업 핀테크 1세대 규제와 싸우는 ‘잔다르크’ 별명
    소영 한국핀테크포럼 의장을 유명인사로 만든 것은 이른바 ‘현대카드 사태’다. 발단은 2013년 7월 초 온라인 서점 알라딘의 ‘프로파일’ 방식 간편 결제에 대해 현대카드와 삼성카드가 결제를 중단하면서부터다. 카드사는 페이게이트가 자신들과 사전 협의도 없이 계약에 없던 프로파일 방식을 도입했다고 계약을 해지했다. 페이게이트가 개발한 프로파일 방식은 물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카드번호와 유효기간을 결제대행사(PG)가 저장한 뒤 본인 여부를 묻는 절차 없이 아이디와 패스 워드만으로 카드 결제를 할 수 있게 한다. 카드사는 프로파일 방식이 감독기관의 인증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보안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페이게이트도 이 같은 카드사의 지적은 수용했다. 요구대로 결제 보안상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가상 키패드 시스템을 도입하고 페이게이트 서버에 고객 신용카드의 유효기간 등을 저장하지 않도록 방식을 바꿨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카드사들은 이미 공인받아 4년째 써오고 있는‘금액인증결제’ 간편 결제마저 지원을 중단했다. 현대,삼성,KB,BC,씨티,신한,롯데 등 국내 대부분의 카드사가 연이어 페이게이트에 사용 중단을 통보했다. 알라딘 역시 간편 결제를 중단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결제 방식을 페이게이트가 건드리면서 카드사 이미지를 훼손한 데 대해 ‘괘씸죄’가 적용된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현대카드에서 보안 문제를 꺼낸 후 저희 고객사에서 전화를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와 계약한 회사가 8000개나 되는데 해지하겠다는 곳도 있었어요. 알라딘과 전혀 다른 결제서비스를 쓰고 있는 곳인데도요. 당시 정태영 대표님 트위터 팔로어가 8만 명,이찬진 대표님 팔로어가 20만 명으로 합해서 28만 명 앞에서 정부 승인도 받지 않은 허술한 결제서비스를 하는 기업이 된 셈이죠.” 2012년 매출 62억 원을 올렸지만 그해 매출이 30억 원으로 떨어졌다. 박 의장은 “누구를 원망하는 마음은 없고 저는 지금도 법인카드로 현대카드를 쓴다”면서“다만 저 같으면 ‘이런 상황인데 당신은 어떻습니까’‘나의 의도는 이런 거다.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꼭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그런데 (정 대표가) 끝까지 연락을 안 하셔서… 만날 수 있으면 정말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소영 한국핀테크포럼 의장
    △ 1970년 출생 △ 1996년 서강대 경영대학원 석사 △ 1998년 페이게이트 대표이사 △ 2014년 한국핀테크포럼 의장 △ 2015년 벤처기업협회 특별부회장

    Munhwa ☜     임정환 경제산업부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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