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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그랜드슬램 대기록… ‘골프 女帝’ 박인비

浮萍草 2015. 8. 13. 18:40
    “우리 엄마, 임신한 채로 7개월간 골프…”
    ▲  박인비가 지난 6일 제주 오라골프장에서 인터뷰 도중 활짝 웃고 있다. 박인비는 “지금까지 내가 이룬 모든 것들은 가족 없이 이룰 수 없는 일이었고, 가족은
    내게 항상 1순위였다”고 말했다. 제주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  박인비와 17년간 함께 한 반려견 세미.1년 전 건강했을 때 촬영했다.왼쪽 사진은 박인비 부부의 품에 안긴 모습이며,오른쪽은 짐을 꾸릴 때마다 세미가 헤어
    지기 싫어 여행 가방 위에 걸터앉아 있는 모습이라고 박인비는 설명했다. 박인비 제공
    인비(27)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수없이 많다. ‘골프여제’‘커리어 그램드슬램’‘퍼팅여왕’‘가족의 힘’‘남편’,그리고‘애견 세미’ … .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박인비가 지난 4일 귀국해 12일 미국으로 건너가기까지 8박 9일 동안 국내에선 ‘인비 열풍’이 불었다. 지난 3일 악천후로 하루 순연돼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완성한 박인비는 쉴 틈 없이 밤 비행기를 타고 5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공항에 ‘마중 나온’ 취재진은 1998년 박세리가 US여자오픈 2010년 최경주가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금의환향 했을 때보다 더 많았다. ‘인비 효과’는 제주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대회가 열린 제주 오라골프장에는 사흘(7~9일) 동안 매일 1000~1300명의 갤러리가 몰렸다. 제주에서 열리는 골프대회에 많아야 200~300명의 갤러리가 모이던 것과 비교할 때 엄청난 인파다. 제주에 온 박인비는 대회를 하루 앞둔 6일 연습라운드를 건너뛰었다. 피로가 쌓여 ‘파김치’가 됐기 때문. 그러나 박인비는 이날 기자에게“먼 곳까지 찾아와서 감사드리고 궁금한 것 있으면 다 물어봐 달라”며“최대한 길고 자세하고 재미있게 대답해드리겠다”고 말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겠다거나, 우승을 몇 번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면 이렇게까지 못했을 것” = 박인비는 “나는 ‘즐겁게 하고 행복한 사람이 되자’는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지금까지 골프를 해왔다”고 밝혔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박인비는 일찌감치 미국으로 골프 유학을 떠났고 미국에서도 장래성을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했다. 2002년 US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 우승 등 아마추어 시절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2006년 LPGA 2부 투어부터 출발한 박인비는 2007년 LPGA투어에 입성했고 2008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최연소 나이로 정상에 올랐다. 너무 빨리 찾아온 우승이었을까? 이때까지 내리막이 없었던 박인비였지만 이후 슬럼프를 겪었다. US여자오픈 우승 직후 ‘톱 10’에 한 번 끼었을 뿐 그해 시즌 종료까지 10개 대회에 참가했지만 번번이 상위권에서 벗어났고 이듬해부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러나 박인비는 2012년 3승을 거두더니 2013년 메이저 3개 대회를 연속 제패하는 등 6승을 거두면서 최고의 선수로 거듭났다. 지난해에는 3승, 올해에도 벌써 4승을 수확하며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 박인비는 이번 브리티시여자오픈 때 숨겨진 우승비결 한 토막을 소개했다. 마지막 날 티샷이 러프에 가는 바람에“이번 대회도 내 것은 안 되나 보다”라고 생각하며 러프 쪽으로 갔다. 그런데 뜻밖에도 볼이 스프링클러 바로 옆에 떨어져 있었다. 그곳에는 숨겨진 스프링클러가 하나 더 있었는데 경기위원을 불러 ‘구제’받았다. 순간 “신이 내 곁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우승에 대한 기대를 부풀릴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인비는 선두 고진영에 3타 뒤졌지만 이후 이글을 만들어 내고 버디를 뽑아내면서 우승할 수 있었다. ◇ “슬럼프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 = 긴 슬럼프는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로 극복했다. 박인비는 골프를 처음 배울 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갔다. 2011년부터 남편(남기협·34)과 스윙 교정을 시작했는데 자신의 스윙과 남편이 추구하는 스윙은 정반대였다. 타이거 우즈나 애덤 스콧 같은 정석 스윙을 갑자기 짐 퓨릭의 변칙 스윙으로 바꾸라고 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180도 바꾸는 게 쉽지 않았지만 박인비는 모험을 택했다. 박인비는“도움을 준다면 누구라도 붙잡고 그 말을 들었을 만큼 절박했었고 바닥이었기에 시도하지 못할 게 없었다”며“든든한 남편을 믿었기에 스윙을 바꾸는 게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박인비는 “바닥을 쳐 본 것과 바닥을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건 완전히 다르다. 슬럼프에 시달렸던 3년 넘는 시간이 내게 정말 소중한 교훈을 주었다. 부진에 빠지더라도 쉽게 극복할 수 있는 면역력을 얻었다”고 말했다. 남편 남 씨는 “절박함이 없었다면 새로운 박인비는 태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좌우로 종잡을 수 없이 휘던 드라이버 샷이 똑바로 날기 시작했다. 스윙이 안정되자 스스로 믿기 힘든 기록을 쏟아냈다. 박인비의 새로운 스윙은 느린 템포의 일정한 리듬감을 갖춰 LPGA투어에서 가장 높은 정확성을 과시하게 됐다. 2013년 마스터스 챔피언인 스콧조차 박인비의 템포를 배우고 싶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가족은 늘 1순위” = 박인비의 성공은 든든한 가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족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자 박인비는 “가족이 없으면 나도 없고 가족은 모든 ‘희로애락’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지금까지 내가 이룬 모든 것들은 가족 없이 이룰 수 없는 일이었고 가족은 항상 1순위였다”고 말했다. 박인비의 가족은 3대가 모두 골프와 깊은 인연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박인비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골프를 익힐 수 있었다. 할아버지(박병준·83)는 1970년 골프를 시작했고 아버지(박건규·54)와 어머니(김성자·52)도 일찌감치 골프를 배웠다. 박인비는 “어머니가 나를 임신하고도 7개월간 골프를 쳐 아마 그피를 고스란히 물려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1998년 초등학교 4학년 때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는 것을 보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박인비에게 골프 선수가 되는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박인비를 미국으로 보냈다. 박인비가 LPGA 2부 투어에서 활동할 때 그의 아버지는 다른‘골프 대디’처럼 회사 경영을 남에게 잠시 맡긴 뒤 딸의 캐디를 자처했다. 남편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박인비는 “남편은 항상 내 곁에 있고, 나를 챙겨주는 사람”이라며“내가 10분 스윙을 하기 위해 남편은 30분을 고민하고 연구했다”고 귀띔했다. 자신보다 3배의 노력을 기울여 준 남편 덕에 노력한 것에 비해 3배의 효과를 얻는다는 설명이다. 박인비에겐 또 다른 가족이 있다. 반려견 ‘세미’ 초등학교 4학년 때 첫 우승을 차지하자 아버지가 세미를 선물했다. 세미가 17살이나 됐다. 늙어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최근에는 발작까지 일으킨다. ‘이별’이 찾아올 때가 됐다. 박인비는 조금이라도 더 세미 곁을 지키고 싶어 이번 주 LPGA투어 출전을 포기했다. 박인비는 “세미는 강아지가 아니라 가족”이라며 “세미의 건강이 너무 안 좋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 “죽어서 이름이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 = 박인비는 자신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해외 언론이 폄하하려는 행태에 대해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좋겠지만 가장 큰 목표는 아니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만일 내가 아닌 스테이시 루이스나,크리스티 커 등 미국 선수들이었다면 (커리어 그랜드슬램 논란은) 없었을 것”이라며“4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던 모든 레전드급 선수들이 반드시 에비앙챔피언십에서 우승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지금까지 커리어 그랜드슬램이 메이저 4개 대회 우승이었다면 지금도 4개를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인비는 또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한국 대표팀으로 나가게 된다면 개인적으로 큰 영광이 될 것”이라며 올림픽 출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인비는“가장 큰 목표는 세계 명예의 전당과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골프를 하면서 내 이름이 골프 치는 사람들에게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름을 남기고 싶다”고 밝혔다. 그런데 박인비는 아직 국내 대회 우승컵을 안아보지 못했다. 박인비는“그동안 한국에서는 늘 1타가 부족해 우승하지 못했다. 한국에 오면 정신없는 상태에서 경기하고 한국에 온 것 자체가 좋아서 너무 즐기는 탓도 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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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퓨터 퍼팅 비결… “퍼터 헤드만 제자리에 놓는다 생각하면 실패 확률 줄어요”
    인비는 장점이 많다. 
    그중 동료 투어 선수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역시 퍼팅이다. 
    박인비에겐‘퍼귀(퍼팅귀신)’‘퍼팅여왕’‘컴퓨터 퍼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퍼팅 고수들은 하나같이 선천적인 감각을 ‘비결’로 꼽는데,박인비 역시 감각을 타고 난 것 같다. 
    박인비는“사람들이 내게 특별한 퍼팅 비결을 묻는데 그저 감(感)을 믿고 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인비는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퍼팅은 중간의 실수를 만회하기도 하고 망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고 이를 잊지 않았다. 
    박인비는 LPGA투어 퍼팅 부문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파온(레귤러 온)을 했을 때 퍼트 수는 홀당 1.73개로 3위를 달리고 있지만 시즌 초엔 1.701개까지 낮추기도 했다. 
    슬럼프에 빠졌던 2010년에도 1.73개였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이 부문 1위를 달렸을 만큼 뛰어나다. 
    퍼트가 안정되니 버디도 많아지고, 평균 타수가 좋아진다.
    박인비는 퍼팅의 ‘기본’에 충실하다. 
    어드레스 때 양발은 11자로 벌린다. 
    어깨는 목표와 평행을 이루고,그립을 잡는 힘은 최고 10이라면 3 정도로 잡아 스트로크 때 당기거나 미는 힘을 최소화한다. 
    스트로크 때는 왼발에 무게중심을 두고 퍼터를 최대한 지면에 가까이함으로써 볼이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좀 더 길게 굴러가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인비의 퍼트는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좀처럼 퍼터를 바꾸지 않았던 박인비는 지난 4월 노스 텍사스 슛아웃대회를 앞두고 투볼 퍼터를 우연히 집어들었다. 
    그런데 느낌이 좋았다. 
    박인비는“딱 서기만 하면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자신과 ‘궁합’이 잘 맞는지 투볼 퍼터로 그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 뒤 잠시 퍼트가 잘되지 않았지만,그래도 좋아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계속 들고 다녔다. 
    박인비는“남편이‘이 퍼터로 역사를 쓸 것’이라는 말을 했지만 이 퍼터로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을 차지하는 건 상상도 못했다”며“그런데 최근 2년간의 퍼트 중 가장 
    잘된 신들린 퍼트였고 마지막 날에는 신기하게도 그린에 서면 퍼트가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박인비는“넣어야 한다가 아니라 퍼터 헤드만 제자리에 가져다 놓겠다는 생각을 하면 긴장감을 덜 수 있고 실패할 확률도 줄어든다”고 조언했다. 
    퍼팅의 강점은 자신의 스코어는 물론 경쟁자를 더욱 긴장하게 하는 1석 2조의 효과가 있다. 
    세계적인 교습가 하비 페닉은 저서‘리틀레드북’에서“퍼팅 성공은 자신의 사기를 높이는 동시에 상대방의 기를 꺾어놓는 최강의 무기”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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