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털털한 세상

6 '털없는 원숭이'가 되고 싶어하는 현대인들

浮萍草 2015. 10. 8. 11:33
    한 여성이 종아리 부분 제모시술을 받는 모습.
    조선일보 DB
    국의 동물학자가 쓴'털없는 원숭이'라는 책이 있다. '털없는 원숭이'는 인간을 뜻한다. 왜 저자는 인간과 원숭이(동물)를 구별하는 기준으로 털을 꼽았을까? 언어나,문명,지능,직립 등 인간과 동물을 구별할 수 있는 요소들이 꽤 있지만,털에 주목한 것이 흥미롭다.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도 초기에는 원숭이처럼 털복숭이였을 것이다. 그러다 지능이 점점 발달하고 문명을 이룩하면서 털이 점점 줄어 지금에 이른 것으로 본다. 그래서 어릴 때는 털이 많은 친구에게"진화가 덜 됐다"고 짓궂은 농담을 하기도 했다. 동물에게 털은 필수지만,진화론에서 본다면 미래에는 애완 고양이나 반려견들은 털이 없어질 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보호를 받으니, 털이 별로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인간에게 털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머리카락,겨드랑이털,음모,팔다리털,눈썹,코털,가슴털,수염 등 동물의 흔적(?)은 남아 있는 이유가 있을 것 이다. 보온,먼지 등 이물질 유입 방지,마찰 감소 등의 털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많은 설명들이 있지만,의학적으로만 본다면 사실 현대인들에게 털은 없어도 별 상관없다. 털은 그래서 의학적인 해석보다, 종교나 사회학,인류학적 해석이 더 그럴 듯해 보인다. 예를 들어 이슬람 문화권에서 남자들의 턱수염은 상당히 종교적인 의미를 띤다. 조선시대 말에 단발령(斷髮令)에 저항해 자결한 사람들도 털(머리카락)에 대해 종교에 가까운 의미 부여를 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보이는 뚜렷한 현상의 하나가 '털의 가치'가 급속도로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즉 털이 많은 것을 거부하고, 털 없는 피부에 대한 선호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제모의 종류를 보면,놀랄 정도다. 이마와 뒤통수 라인에서 수염,겨드랑이,팔,다리,가슴,복부 등은 기본이다. 심지어 손등,엉덩이,음모,항문,엄지발가락,코털,귓속털 제모까지 있다. 사람들이"그 정도냐"고 낯설게 느낄 정도로 다양한 부위의 제모가 이뤄지고 있다. 머리카락 정도를 제외한 몸의 털은 모두 제거하고 싶어 하는 것같다. 과거 제모가 일부 젊은 여성들이 팔다리,겨드랑이 등 노출 부위에 생긴 털을 제거하려고 하는 정도였으나, 이제는 남성들도 팔다리털이나 가슴 털은 물론,수염까지 가급적 없애려고 한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실제로 병원에 제모 상담을 해보면, 털에 대해 과민하게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종종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같지는 않다. '유니섹스(unisex)'라는 서구 대중문화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수염이나 털은 남성성의 한 상징처럼 통하던 시절도 있었으나,유니섹스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털은 더 이상 남성성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된 것이다.
    털이 문화적 산물이라는 점은 진료실에서도 확인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여성들이 무모증에 대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종종 일본을 포함한,외국 여성들이 제모 상담을 하러 찾아온다. 이들 중에는 겨드랑이는 물론 음모까지 제모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처럼 무모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전혀 없는 문화권 사람들은 딱히 필요성(?)이 없으면서 생활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음모를 과감하게 제모하는 것이다. 이처럼 털에 대한 현대인들의 생각은 확실히 '털이 없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에만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털을 제거한다. 수만 년 동안 이뤄진 털의 진화가 불과 몇 년~몇십 년 만에 의학의 힘을 빌려 빠르게 진행되는 셈이라고 할까? 털에 대한 진화가 이뤄지다 보면 언젠가는 대머리나 무모증에 대한 편견도 없어질 것이다. 털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분들에게 위안이 되었으면 한다. 다만 털이 없거나 너무 많아서 고민인 사람들은 끙끙 앓으면서 너무 스트레스만 받지 말고 의학의 도움도 고려해볼만하다.
    Premium Chosun ☜        임이석테마피부과 원장eslim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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