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털털한 세상

시저가 정적의 흉계를 예감 못했던 것은 반(半)대머리 탓?

浮萍草 2015. 10. 1. 11:10
    2015년 4월 6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열린 청해부대 17진 대조영함 입항 환영식에서 한 청해부대원이 연인으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입맞춤하고 있다.
    조선일보DB
    물의 털이 가진 기본적인 기능은 '보온''촉수''무기'다. 개와 고양이 등 포유동물 털의 기본 기능은 체온 유지다. 일부 동물의 털은 곤충의 더듬이 비슷한 역할을 하며,고슴도치의 털은 무기로 진화했다. 그렇다면 보온,촉수,무기로서 털이 필요 없는 현대 인간들에게 털은 어떤 의미일까? 동물들과 달리 인간의 몸은 머리카락,겨드랑이,수염,음모(陰毛),팔다리,눈썹,콧속 등에 부분적으로만 털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 털에 대한 관점도 다양하다. 예외는 있지만 머리카락이나 눈썹은 많아야 하는 반면 겨드랑이,팔다리 등 다른 부위의 털은 없애려고 안달이다. 이 때문에 털을 나게 하려는 발모(發毛),반대로 털을 없애려는 제모(除毛)에 대한 수요가 공존한다. 사람들은 왜 이처럼 털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을까? 털에 대한 인식은 상당 부분 문화적 산물이다. 과학자가 쓴 칼럼 한 대목을 소개한다. 오래 전 한 일간지에 실렸던 이 글의 제목은 '사고자와 추파트론'이다. '사람이 무엇을 생각할 때, 머리에서 방출되는 파장 또는 입자를 사고자(思考子)라 명명해보자. 이제 이 사고자가 머리에서 나가면 상대방의 머리털 즉 수신 안테나에 포착될 것인데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가 서로 잘 통하는 것은 상호간에 사랑의 농도가 짙어서 주파수가 서로 맞기 때문이리라. 연인들끼리 만나지 않아도 애정을 느끼는 것은 방출되는 사고자속(思考子束)이 강할 뿐더러 뽀뽀하는 사이에 주파수가 동조되기 때문이다.
    탈모로 스트레스 받는 남성./조선일보DB털

    시저가 정적의 흉계를 알지 못했던 것은 반 대머리인 그의 안테나 설비 실태가 불량한 까닭이었고 칼퍼니아가 잠자면서도 감지한 것은 그녀가 젊고 머리숱이 많은 연고였다. 같은 어버이인데도 나그네길을 떠난 자식을 염려하는 심정은 대머리 아버지보다 긴 머리의 어머니편이 더 강하고,남자보다 여자가,현대인 보다 옛 사람들이 더 정적(情的)인 것은 이 가설의 정당성을 반증하는 것이다. 군대에서 신병들을 모조리 삭발시키고 스님들이 머리를 깎고 수녀님들이 하얀 천위에 다시 검은 보자기를 씌우는 건 세속적인 사고자 수신을 막기 위한 기발한 조치다. 머리를 새둥지처럼 크고 높이 틀어 맺거나 가발을 쓴 여인,그것도 모자라 눈앞에 마스카라라는 인공안테나를 넣고 다니는 여인들은 될수록 많은 '추파자(秋波子. chupatron)'를 수신하려고 애쓰는 바람난 여자일 게다. 미장원은 쓰러진 안테나를 일으켜 세우는 수리공장이다. '입자물리학에 빗대 사람이 생각할 때는'사고자'라는 입자가 방출되고 이것을 잡는 안테나가 머리카락이라는 비유가 흥미롭다. 또한 '추파를 던진다'고 할 때의 추파를 파장(波長)이면서 동시에 추파트론(chupatron)이란 입자로 본 시각도 특이하다. 물론 칼럼의 주장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하기보다는 상상력의 산물이다. 탈모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머리카락에 대한 독특한 관점을 엿볼 수 있어서 기억에 남는 글이다. 이처럼 털(머리카락)의 의미는 참 복잡 미묘하다. 남자들에게 상투를 자르라고 하는 단발령이 내리자 자살로 항거한 사람들이 속출했던 때가 불과 120년 전이다. 그래서 그럴까? 털에 대한 '선호'와 '기피'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은 대단하다.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모발 이식술,탈모 치료는 물론 탈모 방지 효과가 있다는 각종 제품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털에 대한 고민은 탈모가 대부분인 것 같지만, 털을 제거하려는 사람도 많다. 제모는 과거에는 여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남성들도 팔-다리나 가슴 털을 제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남성의 '왁싱'도 화제가 되는 것이 요즘 세태다. 털은 철저하게 이중적이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사연도 많다. 탈모 때문에 여자 친구와 결혼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사례까지도 있다. 한 여성에게 "왜 여성들은 남성의 탈모에 그렇게 민감하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숫사자가 갈기가 없다고 생각해보라." 그 여성은 왜 남성의 머리카락을 남성성의 상징으로 보는 것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고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털끝'은 '아주 적거나 사소한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작고 사소하던 털의 의미와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시대다. 털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줄일 방법은 없을까?
    Premium Chosun ☜        임이석 임이석테마피부과 원장eslim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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