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과학 이야기

43 사람들이 미신에 빠져드는 이유

浮萍草 2015. 8. 3. 10:15
    ▲  청소년들이 맹목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귀신놀이.
    튜브를 통해서 귀신놀이 동영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두 자루의 연필을 서로 포개 놓고 찰리라는 서양 귀신에게 질문을 던지면 위에 놓인 연필이 ‘yes’ 또는 ‘no’를 알려준다는 동영상이다. 누가 보더라도 단순한 장난에 지나지 않는 평범한 내용이 담긴 동영상이다. 그런데 사태가 생각보다 심각한 모양이다. 귀신놀이의 결과를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유튜브에 올라온 비슷한 동영상만 해도 66만 개를 넘고,조회수가 수백만을 넘는 동영상도 많다고 한다. 청소년을 비롯한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황당한 귀신놀이에 무작정 빠져들고 있다. 문제는 귀신놀이에 빠져든 사람들이 심각한 정서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ㆍ작은 떨림에 의한 평범한 현상
    요즘 문제가 되고 있다는 ‘찰리 찰리 챌린지’의 정체는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십자로 엇갈리게 포개놓은 두 자루의 연필이 만나는 접점은 매우 작다. 두 연필의 접점이 위에 놓인 연필의 무게중심과 일치하도록 놓아두면 아주 작은 힘으로도 위쪽 연필이 쉽게 회전하게 된다. 연필의 회전을 가로막는 마찰력은 접점의 면적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포개진 연필이 놓여있는 테이블에 미세한 진동이 생길 수도 있 귀신놀이를 하는 사람의 호흡에 의한 공기의 움직임이 있을 수도 있다. 위쪽 연필은 작은 효과에 의해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회전할 수 있다. 연필이 회전하는 방향은 테이블의 떨림, 공기의 흐름,두 연필의 접점의 모양 등이 고려된 매우 복잡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관찰자의 입장에서는 특별한 경향성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게 되고 마치 회전의 방향이 아무런 경향성이 없이 무작위적으로 결정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동전이나 주사위를 던진 결과가 무작위적으로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과 완전히 똑같은 일이다. 다만 귀신놀이에 빠져든 사람들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무작위적이고 무의미한 현상을 마치 우리의 운명을 쥐고 있는 귀신의 메시지로 잘못 이해하는 것이다.
    ▲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연약해진 마음을 파고드는 미신.
    ㆍ거친 야생과 불확실한 미래
    본래부터 인간은 연약한 존재였다. 우리의 육체적 조건은 거친 야생(野生)에서 살아남기에 턱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맹수와 싸워 이길 수 있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적을 물리칠 수 있는 맹독(猛毒)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야생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충분히 빨리 달릴 수 있는 능력도 없다. 사실은 추위와 더위를 이겨낼 능력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우리 인간이다. 연약한 인간에게 거친 야생에서의 삶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도전이고 숙명이었다. 우리가 극복해야 할 어려움은 그 뿐이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은 정말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다. 우리가 오늘 먹을 것을 찾았다고 해서 내일도 먹을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아무 예고도 없이 폭우가 쏟아지고 강풍이 불어와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릴 수도 있다. 오늘의 친구가 내일의 적으로 돌변해버릴 수도 있다.
    우리 인간에게 미래는 그야말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암흑의 세상일 수밖에 없다. 미래에 닥칠 위험은 눈앞에 보이는 거친 야생의 위험보다 훨씬 두려운 것일 수밖에 없다. 거친 야생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근거를 알 수 없는 자연숭배와 미신(迷信)이 유일한 길이었다. 우리가 함부로 저항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힘과 미래에 대한 훌륭한 예지력을 가진 알 수 없는 존재에 의존하는 것이다. 태양·달·산·강과 같은 자연을 숭배하기도 했고 곰·독수리·떡갈나무와 같은 동식물에게 의존하기도 했다. 자연과 미래에 대한 공포에 짓눌린 사람들에게 초자연적 존재는 거부할 수 없는 위안이었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초자연적 존재의 힘에 의존해서 막강한 권력과 부를 누리는 계층이 나타났다. 초자연적 힘을 등에 업은 지배자들의 횡포가 도를 넘어서는 경우도 많았다. 인류의 초기 역사는 그런 지배자들의 역사였다.
    ▲  합리적 과학정신으로 실현된 민주주의.
    ㆍ합리적인 과학과 기술의 힘
    우리 모두가 천부적인 인권을 가진 평등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은 온전하게 우리의 노력 덕분 이었다. 자연의 정체를 알려주는 과학 지식과 거친 야생에서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기술이 우리를 초자연적 존재와 미신의 굴레에서 해방시켜주었다. 오늘날 누구나 당연하게 여기는 자유·평등·민주주의가 모두 현대 과학과 기술이 가져다 준 놀라운 혜택이었다. 우리 모두가 거칠고 위험한 야생의 위협에서 벗어나 자유롭고,평등하고,안전하고, 편리한 현대의 문명을 누리게 된 것이 바로 현대 과학과 기술의 덕분이라는 뜻이다. 누구라도 18세기 이후 인류의 역사에서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명백한 역사적 진실이다. 귀신놀이는 우리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다는 자존감을 포기하는 것이다. 과학적 합리주의와 우리가 애써 개발한 기술의 도움을 철저하게 외면하고,스스로의 삶을 정체를 알 수 없는 초자연적 존재와 신비주의에 맡겨버리는 비겁한 행동이기도 하다. 청소년들이 성장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미신에 가까운 귀신놀이에 흥미를 느낄 수는 있다.
    그러나 귀신놀이에 과도하게 몰입한 상태에서 정서 불안 증상까지 나타내는 것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청소년들이 자연의 정체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자존감을 키워주는 적극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입시 경쟁에 휘말려서 진정한 교육을 포기해버린 공교육도 문제이지만 모든 책임을 무기력한 공교육에 떠넘기고 정작 중요한 가정교육과 사회 교육을 외면해버리는 우리의 현실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자신의 능력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존감과 함께 남을 배려하고 협력하는 자세를 가르치는 일은 가정과 사회의 몫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Premium Chosun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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