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건강한 먹거리

천일염의 실체와 효과는

浮萍草 2015. 9. 17. 09:13
    ▲   전남 신안 임자도의 천일염전에서 소금을 거두고 있다. /조선일보DB
    일염 위생문제로 인터넷이 시끄럽다. 제법 인지도가 있는 한 ‘맛 전문가’가 천일염의 위생 상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생산자협회가 발끈하며 그의 방송 퇴출까지 운운하는 모양이다. 과연 천일염은 한쪽의 주장대로 너무 지저분해서 식용에 적합하지 않은 불순물 덩어리일까 아니면 반대쪽의 주장대로 미네랄(=무기질)이 풍부해서 건강에 좋은 명품 소금일까. 천일염(天日鹽)은 ‘바닷물을 햇볕과 바람에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다. 소금은 당연히 그렇게 만드는 것 아니냐고 고개를 갸우뚱 거리실 독자분도 계시겠지만 세계적으로는 암염(巖鹽·염화나트륨으로 이뤄진 광물)이 더 일반적이고, 함호(鹹糊·물 1L당 무기염류량이 500㎎ 이상인 호수)에서 소금을 얻는 경우도 많이 있다. 단지 갯벌이 넓은 서해와 남해의 특성상 우리나라에서는 천일염이 널리 사용될 뿐이다.
    전남 해남'세광염전'에서 옛 방식으로 만든 천일염.
    /조선일보DB
    우리나라의 식품위생법에서는 소금(식염)을 제조 및 가공방법에 따라 천일염,정제소금,재제소금,태움· 용융소금,기타소금,가공소금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간단히 구분하자면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은 천일염과 정제과정을 거친 비(非) 천일염류로 분류할 수 있다. 이처럼 천일염이 정제과정을 거치지 않는 소금 이다보니, 요즘처럼 환경오염이 심각한 때에 오염된 바다 에서 만들어낸 소금의 위생상태가 오죽하겠냐는 우려가 무리는 아니다. 이러한 우려를 자아내는 또 다른 근본적 문제는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천일염이 식품으로서 식품위생법의 관리대상이 된 지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랜 기간 ‘광물’로 분류됐던 천일염이 비로소‘식품’으로 관리받기 시작한 시기는 2008년이다. 그 이전에 천일염은 원료의 전처리과정에서 사용할 수 있으나 불순물 등이 식품에 이행되지 않는 범위에서 김치 절임용 등으로 사용됐다. 이를 제외하고 식품 사용이 금지됐다. 즉, 직접 첨가해 먹는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법과는 달리 실제 생활에서 천일염을 직접 식품에 첨가하는 경우가 일상이어서 식품위생법 위반자가 속출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2004년 천일염의 사용실태와 위생 상태 조사에 착수하여 222건의 시료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일반적인 우려와 달리 천일염의 중금속 함유량 등이 식용으로 사용하기에 문제점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러한 모니터링 결과를 기준으로 천일염의 기준과 규격을 제정했다. 물론 그 ‘기준’이 조금 더 엄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와 관련해 목포대 김정목 교수 연구팀은 2009년‘천일염 생산공정에서의 위해요소와 개선방안’이라는 논문에서 염전 주위의 불량 환경에 따른 바닷물의 오염 PVC 장판 사용의 문제 천일염 끌개용 고무 재질 문제,소금창고 지붕의 슬레이트 문제 운반용 컨베이어의 부식에 따른 문제 등 다양한 위해 요소를 지적 하기도 했다. 그 동안 많은 개선 노력이 있었으리라 기대는 하지만 그 많은 위해요소가 모두 개선됐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만 2012년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발표한 논문에서도 ‘유통 중인 천일염의 중금속 함량이 안전한 수준’이라는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주제를 조금 바꿔서, 천일염의 미네랄 함량을 살펴보자. 최근 천일염은 건강기능성소재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천일염의 주 생산지인 신안군에서는‘소금 박람회(9월 26일~29일)’까지 개최하며 대대적인 천일염 홍보를 진행하는 등 천일염 시장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소금은 건강에 나쁘다는 인식을 바꾸고자 고군분투 중인데 그 중에서도 천일염은 미네랄 함량이 풍부하다는 점을 최대의 장점으로 내세운다.
    정제염에 비해서 또는 수입산 소금에 비해서 미네랄 함량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들을 발표하며 국산 천일염의 우수성을 강조한다. 천일염의 미네랄함량은 제품에 따라서 차이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논문마다 차이가 있으나 대체로 천일염 1g당 칼슘은 1㎎ 칼륨은 2㎎ 마그네슘은 10 ㎎ 내외로 분석된다. 한국영양학회의 영양섭취기준에서 칼슘의 1일 권장량은 700㎎ 칼륨은 3500㎎ 마그네슘은 350㎎이니 나트륨 과잉섭취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천일염으로 미네랄을 ‘보충’하고 싶으신 분은 참고하시길. 아 하나 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WHO에서 권고하는 소금 섭취량은 5g(나트륨 2000㎎)이다. 이 기준에 맞춰 계산하면 하루에 소금으로부터 섭취 가능한 칼슘은 5㎎ 칼륨은 10㎎ 마그네슘은 50㎎이 되는 셈이다. 과연 이걸로 충분한 미네랄을 섭취한다고 할 수 있을까?
    Premium Chosun ☜       이미숙 식생활 클리닉'건강한 식탁'원장 doctor@diet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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