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건강한 먹거리

'가족끼리 어때' 잔반 사용하다가 식중독 걸린다

浮萍草 2015. 5. 24. 09:22
    식점의 남은 음식 재사용문제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몇 년 전 한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에서 남은 음식 재사용 실태를 보도하고 정부는 이를 법적으로 금지시켰다. 
    하지만, 아직도 상당수의 음식점에서 남은 음식을 재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참으로 역겹고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왜 잔반 재사용은 사라지지 않는 걸까.
    서울시 공무원과 소비자단체 간사로 구성된 '잔반 재사용 점검반'이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식당에서 잔반 사용을 검사하고 있다. /조선일보DB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상 남은 음식물의 재사용은 금지됐다. 이를 위반하면 행정처분이 부과된다. 남은 음식을 재사용하는 식당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원하는 제도도 있다. 하지만 남은 음식의 재사용은 주방에서 은밀히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음식점의 남은 음식 재사용이 아직도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은 최근 한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확인됐다. 이처럼 남은 음식의 재사용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원가절감을 위해 사업주가 의도적으로 남은 음식을 재사용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금전적 이익을 위해 고객의 건강쯤은 아랑곳하지 않는 일부 업주들의 양심불량은 식품위생법을 교묘하게 피해간다. 종업원들의 잘못된 태도나 인식,업주들의 관리능력 부족 또한 남은 음식의 재사용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으로 꼽힌다. 관련분야 전문가들의 심층면접을 통해 지적된 또 다른 원인으로는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버리지 않는 한국적 식문화 1인 분량의 과도한 배식 등이 있었다. 풍성한 상차림이 미덕인 한국적 식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업주들은 과도한 1인분 배식을 계속 할 수밖에 없고 소비자는 다른 사람이 먹던 음식을 또 다시 먹을 수 밖에 없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 동안 정부가 시행해온 주문식단제 위생식단제,좋은식단제 등이 몇 년이 지나도록 정착되지 못한 것은 결국 소비자의 의식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푸짐함’에 집착한다. 잔반 재활용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업소가 한정식집이라는 조사 결과는 결국 우리의 푸짐한 한상차림에 개선이 필요함을 강하게 시사한다. 남은 음식의 재사용은 비단 음식점만의 문제가 아니다. 풍성하고 푸짐한 상차림을 추구하다보니 각 가정에서도 음식물 재사용은 일상다반사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가족끼리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한다. 음식점에서는 남이 먹던 음식이니까 찜찜하지만 가정에서는 먹다 남긴 음식을 다시 먹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정부에서 남은 음식의 재사용을 막기 위해 식품위생법을 제정하고 관리감독을 실시하는 이유는 음식의 재사용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타액을 통한 교차오염을 막고 동시에 재사용에 따른 신선도 저하로 발생할 수 있는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서 남이 아니라 우리 가족이라도 심지어는 내가 먹던 음식이라도 남은 음식을 버리지 않고 다시 먹는 것은 위생적인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다. 가정에서의 음식물 재사용은 연령이 높은 주부에게서 더 자주 나타난다. 가난한 시절을 살아왔던 노인 세대에서는 음식 버리는 것을 죄악으로까지 생각했고, 가난에 대한 보상심리의 일종으로 푸짐한 음식에 집착하는 정도가 젊은 세대 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결국 한 끼에 다 먹지도 못할 만큼 많은 반찬을 수북하게 담아 내놓고 먹다가 남은 반찬은 다시 냉장고에 넣는다. 심지어 보관용 용기를 통째로 꺼내놓고 먹다가 남은 반찬을 그대로 다시 냉장고에 넣는 경우도 많다. 명백한 잔반 재사용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음식점에서 사먹는 음식보다 가정에서 만들어먹는 음식이 안전하다고 철석같이 믿는다. 하지만 실제로 가정에서 발생하는 식중독은 전체 식중독의 최소 25%로 보고돼 있고 경미한 식중독을 포함한다면 오히려 가정 내 식중독이 훨씬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단체급식소나 음식점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식중독은 보도가 되고 통계도 가능하지만 가정에서 일어나는 배탈 정도는 식중독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위생에 대한 소비자의 인지도가 더 높아지지 않는다면 가정 역시 식중독 안전 지대라 할 수 없다. <남이하면 불륜이고 내가하면 로맨스인가. 이중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남은 음식 재사용은 남이 해도 내가 해도 모두 식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
    Premium Chosun ☜       이미숙 식생활 클리닉'건강한 식탁'원장 doctor@diet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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