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건강한 먹거리

소비자를 물로 보고 시판하는 미네랄워터 보충이 될까

浮萍草 2015. 7. 9. 10:55
    국내에서 시판되는 여러 생수. 해양심층수, 화산암반수, 빙하수 등 천연수가 주종을 이루고 있지만 최적의 미네랄 성분을 조합해 넣거나 탄산을 기계로 주입한 인공수도 많이 팔린다. /조선일보DB
    즘 소비자들은 참 깐깐하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다보니 선택에 앞서 고려해야 할 정보들이 그만큼 풍부하기 때문일 터. 특히 식품을 고를 땐 더욱 더 깐깐해지는 이유는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경향이다. 그게 나쁘지는 않다. 아무 생각도 없는 멍청한 소비자보다 백번 낫다. 때로는 쓸데없는 부분에서 깐깐한 헛똑똑이들이 있다. 미네랄워터를 찾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나 싶다. 미네랄(무기질)은 인간의 성장이나 건강유지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말한다. 칼슘,칼륨,마그네슘,나트륨,인,철분 등이 대표적인 미네랄이다. 필수영양소이기 때문에 부족하게 섭취하면 당연히 결핍증이 나타나고,그래서 충분히 섭취해야만 한다. 우리나라의 영양섭취 통계자료를 보면,예외적으로 과잉이 염려되는 나트륨과 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미네랄은 조금 더 섭취가 필요한 수준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미네랄워터’가 등장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먹는 샘물 시장은 소비자의 수돗물 불신에 힘입어 급속하게 팽창되어왔다. 또한 최근에는 다양한 상품 개발로 치열한 시장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경향중 하나가 미네랄함량을 강조한 제품들의 등장이다. 선전 문구에서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점을 기본으로 강조하고, 아예 ‘미네랄’이라는 단어를 상품명에 포함시킨 제품들도 여럿 있다. 마시는 물 하나도 신중하게 선택하기를 원하는 깐깐한 소비자들에게 미네랄이 풍부하다는 정보는 꽤나 매력적으로 보인다. 그래서 가격이 조금 비싸도 과감히 지갑을 연다. 과연 미네랄워터는 미네랄 보충에 효과적일까?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시판 먹는 샘물의 미네랄 함량 검사결과를 살펴보자. 지난해 한국 소비자원에서는 시판되는 먹는 샘물 25종을 수거하여 미네랄 함량을 분석, 발표하였다. 발표 내용의 포인트는 미네랄 함량이 제품에 표시된 수치에 비해서 낮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취수된 샘물의 미네랄 함량은 늘 일정하지가 않기 때문에 범위로 표시를 하는데 대부분은 하한선에 가까운 함량만 들어있었다. 예를 들어 칼슘함량이 9~18㎎/ℓ이라고 표시된 제품의 실제 칼슘 함량이 10.45㎎/ℓ 이었다. 결국 범위로 표시한 미네랄의 최대함량은 미네랄 함량에 민감한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한 미끼였던 셈이다. 미네랄 함량의 표시값과 실제 측정값이 다르다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과연 그 정도의 미네랄 함량이 영양적으로 의미가 있느냐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칼슘의 경우 대부분의 제품이 10~20㎎/ℓ 수준으로 조사되었다. 그런데 성인 기준으로 칼슘의 하루 권장섭취량은 700㎎이다. 물 1 ℓ에 20㎎이 들어있는 제품이라면 하루에 2리터의 물을 마셔도 겨우 40㎎의 칼슘을 섭취하는 셈이다. 칼슘 100㎎ 보충하려고 물 5ℓ 마셨다가는 배 터져(?) 죽을지도 모른다. 소비자를 물로 보고 시판하는 미네랄워터 보충이 될까 사실 ‘무기질’이라는 멀쩡한 우리말을 두고 ‘미네랄’이라는 외국어에 일반인들이 더 친숙해진 이유 중 하나가 ‘미네랄워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시판되는 먹는 샘물이 미네랄 함량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현상은 한편의 코미디라 여겨진다. 미네랄이 아무리 필수 영양소이고 충분한 섭취가 중요하다지만 물을 마셔서 미네랄을 보충하라니 이 무슨 황당한 얘기인가. 만약 다른 가공식품의 영양성분 표시기준처럼 먹는 샘물의 미네랄 함량을 표시할 때 1회 섭취량 기준으로 권장량의 몇 %를 표시하도록 되어있다면 다음과 같은 적나라한 정보가 제공될 것이다. ‘1회 제공 량 한 컵(200ml) 당 칼슘 2~4mg (하루 권장량의 0.28~0.57%).’ 한 컵에 하루 권장량의 1%에도 못 미치는 칼슘이 들어있는 물을 팔면서 감히 미네랄을 운운하니 이쯤 되면 소비자를 물로 보고 물 먹이자는 의도가 아닌지 사뭇 의심 스럽다.
    Premium Chosun ☜       이미숙 식생활 클리닉'건강한 식탁'원장 doctor@dietno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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