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프면 당사자가 가장 힘들지만,가족이나 친지 등 주변 사람들도 적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다보니 아픈 당사자는 가족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싫어서 아프다는 사실을 숨길 때도 많다.
아픈 사람은 본인의 통증 뿐 아니라, 마음의 부담까지 안고 살아가느라 힘들다.
이를 보여주는 연구가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국내 장노년층 만성통증의 현황과 과제’라는 논문을 보면 통증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통증’과 ‘우울증'을 살펴보았다.
60세 이상 여성 중 통증이 있다는 사람은 87.7%로 10명 중 9명 꼴이었다.
반면 남성은 63.8%로 여성보다 23.9% 포인트 낮았다.
이 차이는 외국과 비교할 때 더 두드러졌다.
영국(75세 이상)의 통증 유병률은 여성(59%)이 남성(53%)보다 6% 포인트 캐나다(65세 이상)는 여성(31%)이 남성(23%)보다 7% 포인트 높았다.
영국,캐나다인들의 통증 유병률은 남녀 차이가 6~7% 포인트로 그다지 크지 않은데 한국 남녀 차이는 왜 이렇게 큰 것일까?
 | | ▲ '국내 장노년층 만성통증의 현황과 과제' 논문에 실린 60세 이상 남녀의 일상통증 빈도.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캡처 |
우리나라 60세 이상 통증의 90% 이상이 근골격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이 무릎과 허리였다.
통증의 상당 부분이 생활습관의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근골격계 통증은 교육수준,거주 지역,직업 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다.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읍면에 사는 경우,농림어업 종사자의 통증 유병률이 높았다.
농어촌에 살고 있으면서 농사,어업 등을 하는 어르신,그 중에서도 할머니들이 무릎과 허리 통증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농업이나 어업은 쪼그리고 앉거나 허리를 굽혀서 하는 작업의 비중이 큰 편이다.
심한 만성통증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잘 모르는 점이 있다.
통증이 단지 아픈 것에 그치지 않고 우울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릎과 허리 통증이 있는 사람들의 우울감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2배 이상 높았다.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 자살 충동이다.
통증이 있는 사람들이 지난 1년간 자살 생각을 한 비율이 여성(2.3배)과 남성(1.9배) 모두 높았다.
실제로 진료실에서 환자들을 만나보면 오래된 무릎 통증으로 인해 여러 개의 약을 복용하며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사례가 종종 있다.
우울증은 자살의 주요 원인이다.
나이를 먹으면 무릎과 허리가 아픈 것은 당사자나 가족 모두 자연스런(?)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
신경통'이란 이름으로 뭉뚱그려 받아들여 파스 진통제에 의존하면서 살거나,민간요법에 기대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하지만 세상에 당연히 아픈 것은 없다.
80~90세를 넘어도 무릎과 허리 통증이 없는 어르신들도 많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번 연구를 보면,여성 통증의 위험 요인 중에서 부엌형태와 비만이 눈길을 끈다.
재래식 부엌을 가진 여성은 근골격계 통증 위험이 1.9배나 높았다.
또 무릎과 허리가 아프면, 잘 걷지를 못해 비만이 생기고, 이것이 다시 근골격계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무릎과 허리 통증으로 힘들지 않게 하려면 두 가지를 챙겨야 한다.
첫째, 부엌이 재래식이라면 가급적 빨리 입식으로 고쳐야 한다.
한국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특별히 관절이 더 약하다는 연구는 없다.
농사는 물론, 쪼그려 앉아서 하는 빨래,걸레질,청소 등 가사노동이 척추 관절 통증의 주요 원인이 된다고 봐야 한다.
그 중에서도 비중이 큰 부엌 개조는 시급하다.
둘째, 무릎과 허리 통증이 있다면 경험 많은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 정확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자식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괜찮다”고만 하시는 부모님들이 사실은 자살 충동을 느낄 만큼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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