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Her Story

김승희 식약처장

浮萍草 2015. 7. 29. 22:14
    직원들 조회후 詩 한 편 낭송… “함께 맑아지려 읽습니다”
    20여 년간 기자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여성공직자를 만났다. 특히 국장 이상의 고위공직자들과의 만남도 많았다. 성공한 여성공직자들을 많이 만난 것이다. 그들은 특징이 있었다. 남성중심의 공직사회에서 살아남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남성 공직자 못지않은 ‘카리스마’였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이 남성을 능가하는 업무능력과 함께 조직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남성 중심의 ‘공직 정글’에서 그들이 생존한 비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승희(61)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만나고 나서 이 같은 판단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 김 처장을 처음 만난 것은 지난 5월 중순이었다. 취임 한 달이 지날 무렵 출입기자단과의 저녁 식사 자리였다. 지금까지 본 성공한 여성공직자와는 다른 인상이었다. ‘어머니’ 같은 부드러운 미소가 그의 첫인상이었다. 카리스마가 필요한 공직사회에서 그가 어떻게 수장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었을까. 궁금해졌다. 지난 14일 충북 청주시 오송에 있는 식약처에서 그와 인터뷰를 하면서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어머니형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  지난 14일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충북 청주시 오송읍 식약처 앞 마당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밝게 웃고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차장으로 재직하다 퇴임하고 2년 만에 최고 책임자로 복귀했습니다. 다시 돌아온 조직은 어떻습니까. “지난 2013년 4월 초 식약처 발족을 직원들과 함께 준비하고 한 단계 성장한 조직의 시작을 위해 노력한 뒤 떠났습니다. 새로운 역할과 책임을 부여받고 다시 왔네요. 공무원은 국민이 행복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어요. 정책이 세상에 도움이 될 때 보람을 느끼게 됩니다. 지난 4월 7일 취임 후 지금까지 ‘국민’과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책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1998년 식약청 출범 때부터 이 조직에 몸담았습니다.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국민중심,현장중심의 촘촘하고 투명한 관리를 통해 식품·의약품 안전강국을 이루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겁니다.” ―한여름입니다. 식 중독 등 국민건강이 문제가 되는 시기가 왔습니다. “여름철 기온상승,휴가철 나들이 증가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책이 아무리 촘촘하게 추진돼도 국민 여러분의 개인 관리가 함께 돼야 합니다.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손 씻기,익혀 먹기 끓여 먹기’실천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또 음식재료 유통기한,신선도 확인 등 음식물 조리와 보관에도 각별히 주의하면 식중독 없는 건강한 여름나기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식약처가 ‘청’에서 ‘처로’ 승격한 것도 국민의 먹을거리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라는 뜻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먹을거리 안전관리에 대해 국민들이 하시는 걱정과 우려를 잘 알고 있어요. 식약처는 식품안전관리 컨트롤 타워로서 식품의 제조부터 최종 소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식품안전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죠. 특히 불량식품을 상습적으로 제조·판매한 업체들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영구히 퇴출되도록 엄격한 법 적용과 집행을 해 나갈 겁니다. 또 식품안전관리인증(HACCP)이 표시된 제품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소비자의 인식 속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HACCP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도록 할 겁니다. 이를 위해 작업장 세척·소독 등 중요한 위생기준의 경우 한 번만 어겨도 HACCP 인증을 취소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등을 도입할 겁니다.” ―최근 백수오 파동을 겪으셨는데 건강식품에 대한 안전성 강화 방안이 있을 것 같습니다. “백수오를 원료로 만든 건강식품에서 문제가 생겨 사회적으로 큰 파동이 있었습니다. 건강식품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상당히 증폭돼 있습니다. 100세 시대잖아요. 누구나 건강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죠. 백수오는 원료단계에서 육안으로 구별이 안 되고 식품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이엽우피소 뿌리가 혼입돼 생긴 파동이죠. 이번 일을 계기로 전반적인 제도를 다 점검해서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원료에서 혼입 가능성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감별과 구별을 한 뒤 시험을 의무화하도록 할 겁니다. 품질검사 때 부적합이 나오면 반드시 식약처에 보고하도록 법령을 개정할 예정입니다.” ―최근 한류 바람을 타고 화장품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나라마다 인종이 다른데 우리나라 화장품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이유가 있나요. “우리 화장품은 최근 5년 동안 수출이 전년대비 30% 이상 성장하고 있어요. 한류 열풍 덕에 많은 관광객이 화장품을 사기 위해 우리나라에 오고 있습니다. 화장품 선호도가 높고, 산업발전에도 효자 역할을 하고 있어요. ‘왜 이렇게 화장품 산업이 발전하게 됐나’ 되짚어보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하지만 정말 필요한 안전과 관련된 부분이 아니면 절차적 규제를 많이 풀어준 것이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다양한 화장품이 편하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던 거죠. 이 덕분에 기능성 화장품이라는 것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우리가 만든 거죠. 우리나라는 3가지 기능성 화장품을 인정해주고 있어요. 미백, 자외선 차단, 주름제거 등이죠. 여기에다 아토피도 추가하는 연구용역을 준비 중입니다. 화장품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규제를 완화해서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려고 생각 중입니다.” ―최근에는 웰빙(well―being)과 행복(happiness), 건강(fitness)이 합친 웰니스 기기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셨죠. “융·복합 의료기기인데요. 시간이 경쟁력입니다. 어떻게든지 빨리 시장에 진입해야 합니다. 시장에 늦게 진입한 후발주자는 팔리지 않는 거죠.그렇게 하려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의료기기에 해당하지 않는 것들이면서 만성건강관리용,운동레저용, 개인 모바일을 통해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은 시장에 빨리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의료기기라면 지금까지 개발하고 허가받는데 4년 정도 걸렸지만, 웰니스 제품이라면 몇 개월 안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최근 국내를 강타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식약처의 주된 업무 중 하나가 의약품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김 처장은 조심스러워했다. 하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방역체계 문제,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져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메르스가 우리나라를 강타하고 갔습니다. “메르스가 우리나라에 확대될 줄은 정말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말하듯 초기대응이 너무 허술했죠. 하지만 메르스 같은 큰일을 치르고 나면 방역체계 등이 많이 보완될 것 같아서 전화위복이 될 것으로 생각해요. 앞으로 더 전염성이 강한 감염병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해요. 식약처에서는 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있어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겠습니다. 지금 메르스 관련된 백신은 영국과 미국에서 개발 준비 중에 있고, 동물실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연구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 연구자에게 독성약리에 관한 실험에 대해 적극적으로 상담하면서 개발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하고 하고 있습니다. 메르스 예방 백신과 치료제를 포함해 의약품 개발 때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신약 개발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기술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있죠.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내비게이션 역할을 하는‘팜 나비’,바이오의약품 개발 초기부터 컨설팅을 지원해주는 ‘마중물 사업’ 등을 통해 국내 기업이 우수한 의약품을 신속하게 제품화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계속 할 겁니다. 치료제든 백신이든 민간에서 개발할 때 우리가 적극적으로 맞춤형 상담을 통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도록 지원하겠습니다.” ―메르스 등 각종 전염병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데요. “바이러스로 인한 신종 감염병은 물류, 교통의 발달로 전 세계가 하나의 생활권이 되면서 한 국가의 문제를 넘어서 국제적인 문제가 됐습니다. 식약처는 감염병이 국내에서 발생하기 이전부터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기구와 미국 식품의약국 등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대처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가고 있죠. 또 감염병이 유행하는 등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국내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이라도 긴급하게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제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지난 2010년 신종플루가 대유행하던 당시 직원들과 밤낮없이 서류를 검토해 예방 백신이 신속하게 허가돼 공급될 수 있도록 했죠. 감염병 유행 시에는 산업계, 의료계, 학계 등이 서로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여 의약품의 연구·개발부터 제품화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인 지원을 할 예정입니다.” 김 처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공무원은 남에게 행복을 주면 남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한 그런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며“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과학적 근거로 정책을 만들어서, 우리 국민을 행복하게 만드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Munhwa ☜     인터뷰 = 신선종 문화일보 사회부 차장 hanul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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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엄마로서 평균이하 점수… 항상 미안”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워킹맘 “집 생각하면 복받쳐” 눈물 글썽 승희(61)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학력과 경력을 보면 ‘엄친아’다. 경기여고와 서울대 약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약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인디애나주 노트르담대 대학원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 국립보건안전연구원 독성부 일반독성과 보건연구관으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김 처장은 1남2녀를 둔 워킹맘이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고 있다. 남편은 황규대 성균관대 경영학부 교수다. 김 처장은 워킹맘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김 처장에게 ‘아내와 엄마로서의 점수는 몇 점 정도인가’라고 물었다. 그는“후한 점수를 못 받고 평균 이하 점수를 받는다”며“그래서 제가 아이들과 남편에게 항상 고맙다고 말한다”고 했다. 김 처장은 “여자가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면서“아이들이 이해해주고,엄마의 빈자리를 감내해줘서 이런 자리에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많이 하지 않는 엄마라고 했다. 김 처장은“간섭보다는 칭찬을 많이 하는 편이고 결과가 나쁘게 나오더라도 더 언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가족 이야기를 더 물어보자 “집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항상 미안해서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 처장은 식약처가 일하는 여성이 더 일을 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양육이나 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지 않으면 여성이 일하기 쉽지 않다. 지금은 예전보다 제도가 많이 보완되긴 했지만 아직도 가정에서의 책임이 여성에게 더 많이 지워진다”며“여성이 직장생활을 마음 놓고 할 수 있도록 해야만 저출산에 대한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처장은 식약처 본부와 각 지방청에 여성직원들이 쉴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만들 생각이다. 그는“정말 안락하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곳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김 처장은 식약처 공무원들 사이에‘시 읽어주는 처장’으로 꼽힌다. 그는 직원들 전체 조회에서 전달할 말을 한 뒤 시 한 편을 읽는다. 시를 읽고 시에 공감하면 그만큼 맑아지기 때문이란다.
    Munhwa ☜     신선종 문화일보 사회부 차장 hanul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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