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과학 이야기

40 낙제점도 아까운 메르스 방역

浮萍草 2015. 6. 11. 10:07
    에어로졸을 통한 공기 감염으로 확산되는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국 정부가 틀어쥐고 있던 병원 이름을 공개했다. 정보 공개로 드러난 메르스 확산의 정황은 경악할 수준이었다. 정부가 어설픈 비밀주의를 고집하는 동안 방역망은 구멍이 숭숭 뚫려버렸던 정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보건 당국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선제적·적극적 대응을 기본으로 하는 방역의 기본 원칙을 철저하게 무시 했다는 안타까운 사실도 밝혀졌다. 메르스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보건 당국과 일부 전문가들의 인식이 여전히 안이하고 그들이 제시하는 대책을 신뢰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방역망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정확하고 설득력 있는 정보가 필요하다.
    ㆍ상식과 어긋나는 공기 감염의 정체
    메르스는 공기 감염이 불가능하다는 보건 당국과 전문가들의 반복적인 주장이 도무지 석연치 않다. 감염자의 기침이나 기도 삽관에서 방출되는 지름 5마이크로미터 이상의 비교적 큰 액체 방울에 의해서만 감염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 비말(飛沫)이나 에어로졸은 무거워서 공기 중에서 2m 이상 날아가지 못하고 그래서 병원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장시간에 걸친 밀접 접촉을 하는 경우에만 감염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비말의 크기와 확산 범위를 그렇게 엄밀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어설프다.
    병실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되고 응급실 출입구에서 10여분 동안 감염자를 안내한 젊고 건강한 청년 경비원이 감염되는 현실과는 맞지 않는 주장이기도 하다. 멀리까지 날아가는‘작은 공기 방울’이나 ‘먼지’에 의한 광범위한 ‘공기 감염’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황당한 것이다. 지역사회 확산을 걱정하는 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한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일반 상식으로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기침이나 기도 삽관에서 쏟아져 나오는 비말이나 에어로졸에 의한 감염도 ‘공기 감염’(aerial infection)이라는 것이 일반 상식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들먹이는 ‘작은 공기 방울’도 과학적으로 무의미한 엉터리 개념이다. 설사 학술적으로 그런 구분이 필요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용어의 선택은 매우 어설픈 것이었다. 일부에서 사용하는 ‘비진’(飛塵) 감염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는 표현이다. 더욱이 그런 구분이 복잡한 감염 현실에서 확실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어설픈 설명으로는 메르스의 감염에 병원 안에서만 일어나는 이유를 명쾌하게 납득할 수가 없고, 지역 사회 확산을 걱정하지 말라는 주장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나 미국 질병관리센터(CDC)의 자료에서는 그런 주장을 찾아보기 어렵다.
    메르스 확진 환자의 발생 상황.

    ㆍ병원 내 감염만 나타나는 이유
    메르스가 병원 안에서만 확산되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만약 신종 플루의 경우처럼 병원 바깥의 지역 사회에서의 감염 확산이 가능했다면 사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악화되었을 것이다. 뒤늦게라도 보건 당국이 감염이 발생한 병원을 공개한 것은 정말 다행이다. 병원의 공개로 생기는 어느 정도의 부작용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공개가 다수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역 대책의 출발점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다.
    Premium Chosun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  ;草浮
    印萍

    메르스가 다행히 급속히 전파되지 않는 이유
    2012년 이후 메르스 환자 분포
    설픈‘공기’감염 불가능설은 폐기해야 한다. 오히려 신종 플루와 구별되는 메르스 감염의 특성에서 제한적인 확산의 이유를 찾아 보는 것이 더 합리 적일 수 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달리 메르스 바이러스는 대부분 목에서 멀리 떨어진 기관지의 아랫부분을 감염 시킨다. 심한 기침을 하지 않으면 바이러스의 외부 유출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더욱이 메르스의 초기 증상이 기침이 아니라 심한 고열·근육통‧호흡 장애 등으로 시작되는 것도 확산 가능성을 줄여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감염자는 어쩔 수 없이 정상 생활을 포기하고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감염자에게는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방역을 위해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ㆍ어설픈 통계도 믿지 말아야
    메르스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인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ERS-CoV)에 의한 감염성 호흡기 질병이다. 일반 감기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뿐만 아니라 개·고양이·소·말·낙타·박쥐를 비롯한 광범위한 포유류를 괴롭혀왔던 골치 아픈 바이러스다. 메르스는 위험성이 매우 높은 감기인 셈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습격을 처음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2003년 우리나라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사스(SARS)도 역시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것이었다. 방역의 입장에서는 H1N1형의 변종 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했던 2009년의 신종 플루도 이번 메르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메르스가 낯선 감염성 질병이라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뜻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첫 환자가 발견된 후 지난 6일까지 전 세계 25개국에서 1195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고 그 중 448명이 사망했다. 증상이 나타난 환자 중에서 확인된 치사율이 37.4퍼센트에 이른다는 뜻이다. 초기에는 사정이 더욱 심각했다. 첫 1년 동안에는 55명의 환자가 발생해서 56퍼센트인 31명이 사망했다. 다음 1년 동안에는 626명이 감염되어 24퍼센트인 153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지역과 시기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는 하지만 메르스가 위험한 감염성 질병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감염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높은 것은 우리나라 병원의 응급실의 열악한 환경과 엉성한 방역 대책 때문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감염 위험이 특별히 낮은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발생한 환자가 1천 명 수준인 상황에서 통계는 크게 믿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성·어린이·청소년의 발병률이 낮은 것은 병원 내 감염의 특성일 수 있다. WHO에서는 메르스의 위험군을 1세에서 99세까지로 밝히고 있다. 3차·4차 감염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필요하다. 최초 감염자로부터 멀어진다고 바이러스의 독성이나 감염력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3차·4차 감염은 방역 체계의 붕괴를 뜻한다. 이제라도 모든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한 방역 대책을 확실하게 시행해야 한다.
    Premium Chosun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