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계류지 ㄱ ~ ㄹ/과학 이야기

39 이엽우피소 논란, 식약처의 납득할 수 없는 행보

浮萍草 2015. 6. 8. 09:44
    동의보감에 '하수오'의 기원식물로 소개된 은조롱
    (큰조롱).
    품과 의약품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백수오 문제에 대해 납득할 수 없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문제를 지적하기 전까지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부터 정상이 아니었다. 논란이 시작된 후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식약처가 이엽우피소의 안전성을 강조하는 것도 어설프고 앞으로 2년 동안 독성을 연구하겠다는 것도 사안의 긴박성을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정말 중요한 문제는 이엽우피소의 안전성이 아니다. 이엽우피소가 독초가 아니라는 사실은 농민들에게는 상식이다. 식약처가 관리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제도 자체가 심각한 위기의 늪에 빠져버렸다. 식약처의 전문성도 흔들리게 되었고, 규제 기관으로서의 윤리성도 의심받게 되는 상황이다. 식약처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
    ㆍ이엽우피소는 큰조롱 대신 재배한 외래종
    이엽우피소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식물이 아니라 중국에서 도입된 외래종이다. 1990년대 초에 영주 지방의 독농가(獨農家)에서 재배가 어려운‘큰조롱’(은조롱)을 대체할 수 있는 작물로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큰조롱은 우리 식약처 생약규격집에 등재된‘(한국)백수오’의 기원식물이고 동의보감에 등재된 ‘하수오’의 기원식물이다. 이엽우피소는 ‘(중국)백수오’의 기원식물이다. 결국 (중국)백수오는 동의보감과 같은 우리 전통의서에 등재될 이유가 없는 약재인 셈이다. 식약처가 동의보감의 ‘하수오’를 ‘백수오’라고 부르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밝혀줘야 한다. 전통의학에 대한 우리 전문가들의 이해가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농촌진흥청의 2006년 자료에 따르면 당시 백수오 재배 농가의 90퍼센트가 이미 이엽우피소를 큰조롱의 대체작물로 재배하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적지 않은 양의 이엽우피소가 재배되었고 생산량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소비되었던 것이 분명한 사실이라는 뜻이다. 그 이후 지금까지 약용작물 재배 농가의 상황이 달라졌을 가능성은 없다. 약용작물을 재배하는 농민의 입장에서는 많은 비용이 필요한 지주(支柱)를 세우고, 2~3년을 재배해야 하는 큰조롱보다 매년 수확할 수 있는 넓은잎큰조롱 (이엽우피소)이 훨씬 더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식약처와 농업진흥청 그리고 약용작물과 전통의학 전문가들이 농민들의 그런 현실을 철저하게 외면해왔던 셈이다.
    ㆍ식경험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외면했던 것
    '가짜 백수오'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중국 백수오'
    우리에게 이엽우피소의 식경험(食經驗)이 없었다는 식약처장의 발언은 우리의 현실을 무시한 것이다. 우리에게 이엽우피소의 식용 경험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식약처가 자신들의 생약규격집에 등재되지 않은 약재의 생산·유통·소비를 애써 외면해왔을 뿐이다. 국민의 건강을 지켜줘야 할 식약처가 직무를 유기해왔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더욱이 20여 년 동안 이엽우피소로 생산한 약재의 심각한 부작용은 알려진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엽우피소가 정말 독초였다면 농민들도 재배를 계속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뜻에서 이엽우피소 제품을 섭취해도 괜찮을 것이라는 식약처장의 주장은 크게 틀리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독성학자의 학술 연구로 밝혀낸 결론이 아니다. 그동안 적지 않은 양의 이엽우피소를 생산하고 소비해왔던 우리 사회가 직접 경험한 결과에 따르면 그럴 수 있는 뜻이다. 실제로 중국의 일부 의서에 이엽우피소가 ‘백수오’의 기원식물로 소개되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엽우피소의 섭취 가능성에 대한 식약처장의 발언은 다른 면에서도 문제가 된다.
    이엽우피소를 식품과 생약으로 활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식약처의 공식 입장이었다. 건강기능식품의 개별인증형 원료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엽우피소의 섭취가 소비자에게 위해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적지 않은 농민들이 재배하는 작물의 활용 가능성을 차단해버린 셈이다. 식약처가 그동안 불필요한 규제를 해왔던 셈이다. 결과적으로 순진한 농민과 약재상들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셈이다.
    Premium Chosun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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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엽우피소, 독성이 문제가 아니다
    식약처가 독성을 검토할 이유가 없다 리가 섭취하는 식품이나 의약품의 독성과 부작용의 구분은 애매하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독성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뜻하고 부작용은 경미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소화가 잘 안 되거나 살이 찌는 것과 같은 불편함이 부작용의 대표적인 사례다. 더욱이 생리활성이 큰 의약품의 독성은 복용량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의약품은 대부분 강한 독성을 가진 독약이다. 대부분의 의약품은 과량으로 복용하면 생명을 위협하게 된다. 그런 뜻에서 ‘독약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 옛말은 사실과 다른 것이다. 전통의학에서 사용하는 생약도 예외가 아니다. 의약품을 소비하는 환자는 의사와 약사의 철저한 관리를 받아야만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이엽우피소의 경우에는 지난 20여 년 동안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들이 복용량에 신경을 쓰지 않고 섭취를 해왔다. 그런 이엽우피소의 독성을 확인하기 위해 2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식약처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소비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직접 확인했던 사실을 재확인하기 위해 아까운 세금을 쏟아 부을 이유는 없다. 식약처장이 언급했듯이 중국과 대만의 소비 실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굳이 식약처가 나선다면 이엽우피소의 독성이 아니라 이엽우피소 섭취에 따른 부작용을 확인하는 노력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도적으로 생약이나 건강기능식품으로의 활용이 금지된 생약의 독성이나 부작용을 식약처가 굳이 확인해야 할 이유는 찾기 어렵다. 현재 소비자의 손에 있는 백수오 제품은 당연히 폐기해야 한다. 이미 섭취한 백수오 제품에 의한 부작용은 개인별로 확인해서 대처해야 한다.
    제도권에서 밀려나버린 이엽우피소 재배 농가.
    식약처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농촌진흥청과 함께 이엽우피소의 재배 현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전혀 다른 식물인 큰조롱과 이엽우피소에서 생산된 약재들이 마구 뒤섞여서 생산되고 유통되는 현실은 절대 용납 할 수 없는 것이다. 외래종인 이엽우피소를 생약으로 활용할 가치가 있는지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이엽우피소에 대한 정책은 재배 현황과 활용의 필요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난 후에 고민해야 할 문제다. 만약 생약으로 활용할 가치가 분명하게 확인되지 않거나 다른 대체 생약이 충분히 공급된다면 농민들이 굳이 이엽우피소를 재배할 이유가 없다. 언론도 신중해야 한다. 이엽우피소를 ‘가짜 백수오’라로 불러서는 안 된다. 이엽우피소는 식물의 이름이고 백수오는 약재의 이름이다. 더욱이 이엽우피소는 중국 이름이고 국립수목원에서 정한 우리말 이름은 ‘넓은잎큰조롱’이다.
    중국에서는 이엽우피소가 진짜 백수오의 기원식물이라는 사실도 중요하다. 중국에서 자라는 약용작물을 공연히 ‘가짜’라고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혼란을 극대화시킨 주역이 무책임한 쇼닥터를 양산한 언론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물론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버린 식약처의 책임이 무겁다.
    Premium Chosun        이덕환 서강대 교수 duckhwan@sogang.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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