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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막국수

浮萍草 2015. 6. 9. 11:30
    일제강점기 이전, 냉면과 막국수는 같은 음식이었다
    국수는 초겨울 수확한 메밀의 수분이 적당히 빠져나가는 늦겨울부터 초봄에 가장 맛있는 음식이다. 막국수와 냉면은 메밀을 국수의 원료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같다. '평양의 명물 냉면 먹고 1명 사망 10명 중독'이라는 제목의 1934년 7월 13일자'매일신보'기사는 현재까지 발굴된 막국수에 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자 막국수와 냉면의 관계를 증명하는 호적등본 같은 증거물이다. 제목에는 냉면이라고 했지만 기사에는'소위 막국수[黑麵]를 먹고 8명이 중독된 사건'이라고 나온다. 냉면과 막국수를 같은 음식으로 여긴 것이다. 50년 넘게 냉면을 만들어온 김태원'봉피양' 주방장도"일제강점기 이전 평양에서는 냉면을 막국수라 부르기도 했다"고 증언한다. 종합해 보면 평양에서는 메밀을 겉껍질이 붙은 채'마구'빻은 가루로 만든 면발은'막국수',껍질을 제거한 메밀로 만든 아이보리색 면은 '냉면'혹은'국수'라고 불렀음을 알 수 있다. 평양에서는 막국수를 면발이 시꺼멓다는 뜻의 '흑면(黑麵)'이라고도 불렀다. 막국수의'막'은'마구'란 의미로만 사용된 건 아니다. '방금'이란 의미도 있다. 오랫동안 강원도 화전민들의 음식이었던 막국수는 손님이 오면 껍질을 제거하고 나무 절구로 속살만을 빻아서 방금 만들어 내는 귀한 음식이었다. 그러니까 강원도 막국수는 검기만 한 게 아니라 뽀얗기도 한 것이었다. 막국수의 메카인 춘천 일대 막국수는 냉면처럼 면발이 하얗다. 겉껍질을 이용한 막국수 문화가 번성한 강원도 고성에서는 막국수를 검은 흙과 닮았다 해서'토면(土麵)'으로도 부른다. 평안도 국수인 냉면은 서울에서 번성하면서 평양냉면이란 이름을 얻었다.
    겉껍질이 섞인 막국수는 떨어져 나가고 껍질을 제거한 메밀국수만이 평양냉면으로 여겨지게 됐다. 함경도의 회국수(가자미식해를 올린 국수) 혹은 농마국수(감자 전분으로 뽑은 국수)는 함흥냉면으로 살아남았다.
    Premium Chosun ☜     박정배 음식칼럼니스트·'음식강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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