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영하 65도 야쿠티야 이야기

4 '돌' '아씨' 등 우리말 쓰는 시베리아 다이아몬드 광산의 원주민, 과연 누구?

浮萍草 2015. 5. 8. 13:00
    골 마을 토폴리노예에서 들은 에벤 할머니들의 합창이 진한 여운을 남긴다. 
    “에벤족이여, 강해져라!” 누구를 향한 외침인가? 
    과거의 영화를 애달파 하는 향수의 노래인가? 
    아니면 돌아오지 못할 마지막 순록 치기를 위한 진혼곡인가?
    그들은 묻는다.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왜 우리는 옛 노래만 부르고 있어야 하는가? 
    순록 썰매 경주에서 부부가 챔피언이 된 가족을 향한 박수 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순록 썰매를 타고 눈 덮인 산을 오르는 대신 운전사가 되어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 같은 고물 자동차를 몰고 산길을 빠져나가고 싶어 한다.
    그래도 토폴리노예 마을은 나은 편이다. 
    2년 전 여름 남쪽 타이가 지역에 있는 에벤키 마을을 방문하였다. 
    에벤키족은 쉽게 말해 에벤족과 사촌쯤 되는 소수민족이다. 
    이 마을은 야쿠츠크에서 남쪽으로 1000km 이상 떨어진 곳이었다. 
    그 마을은 레나 강 지류인 차라 강 중류에 있는 섬 “탸냐”라는 곳에 있었다. 
    도착한 날 환영식을 열어 주었다. 
    할아버지 할머니 두 사람이 전통 복장을 하고 할머니는 에벤키어로 노래도 부르고 주술을 외웠다.
    에벤키 마지막 샤먼

    마을은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다. 집에서 인터넷을 할 수도 있었다. 그런 벽지 시골집에서 야쿠츠크에서보다 더 빠른 인터넷 속도를 보고 놀랐다. 다음 날 학교를 가 보았다. 시골 섬마을 학교로서는 꽤 괜찮았다. 전 해에 홍수가 나서 고지대에 새로 지은 학교였다. 그 학교에도 에벤키어 교실이 있었다. 그런데 막상 에벤키어를 할 줄 아는 애들은 없었다. 그냥 의무로 공부할 뿐이었다. 저녁에 촌장을 만났다. 건장한 체구에 대장부처럼 생겼다. 야쿠츠크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부인은 야쿠트 여자였다. 대화는 러시아어 아니면 야쿠트어였다. 촌장의 여동생들이 왔다. 여동생들은 에벤키어를 한 마디도 몰랐다. 왜 모르느냐고 물었다. 배울 기회가 없었다고. 에벤키 말은 순록 치기들의 언어였다. 순록을 따라 유목을 하며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그리고 손자에게 전해지는 언어였다. 그래서 이 집에서 에벤키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촌장밖에 없었다. 이 사람에게 아들은 없었다. 에벤키어도 덩달아 대가 끊겼다. 딸은 야쿠츠크로 시집갔다. 그건 이미 에벤키족의 정체성을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야쿠츠크로 돌아와 우연한 기회에 소수민족 연구소에서 에벤키어 연구원을 만났다. 촌장의 막내 여동생이었다. 그녀는 에벤키어 덕분에 좋은 직장을 얻었다. 그녀에게 에벤키어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는지? 마을을 떠나기 전 샤먼을 만났다. 목소리만 들어도 치유되는 영험을 가진 샤먼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미 기력이 다 해 북채도 잡을 수 없었다. 마을의 마지막 샤먼이었다. 2008년 4월 초 순록 축제를 처음 구경하였다. 야쿠츠크에서 북서쪽으로 비행기로 4시간을 올라갔다. 올료크마 마을. 올료크마 강변에 있는 그 마을은 작은 비행장이 있을 정도로 큰 시골이었다. 인구가 대략 2000명은 되는 것으로 기억된다. 그 지역은 에벤키인 거주 지역이었다. 그런데 에벤키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방문하였을 때 그들은 스스로 그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유치원 과정부터 에벤키어를 가르치고자 선생을 초청하고 교재를 만든다고 하였다. 그때 처음으로 에벤키어로 ‘돌’이 ‘됼’(d'ol)이고 ‘둘’이 ‘듈’(d‘ul)이란 걸 알았다. 또 ’여자‘가 ’아씨(asi)라는 말도 들었다. 충격이었다. 에벤키어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한 계기였다. 우리말 동사 ‘잡다’에 해당하는 에벤키어 동사는 ‘잡-미’이다. ‘미’는 동사 기본형 어미이니 어근이 같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찾은 어휘만 삼사십 개가 된다.
    올료크마 순록축제에서 만난 에벤키 여인

    올료크마 마을까지 여행을 동반해 준 사람은 국회의원 골로마료바 씨였다. 올료크마에서 야쿠츠크로 돌아오는 길은 우회로를 택하였다. 올료크마에서 우다치니라는 도시까지는 헬리콥터로 3시간,우다치니에서 1박하고 우다치니에서 미르니까지는 자동차로 10여 시간,다시 미르니에서 1박을 하고 야쿠츠크까지 비행기로 왔다. 우다치니와 미르니는 사하공화국 다이아몬드 광산 중심 지역이다. 올료크마에서 우다치니를 거쳐 미르니까지 이르는 서부 능선은 다이아몬드 광산 벨트이다. 원래 그 지역은 에벤키족이 살던 곳이었다. 45년 이 지역에서 다이아몬드가 발견되면서 에벤키족은 더 북쪽으로 ‘쫓겨났다’. 그런데 지금은 새로이 정착한 올료크마 지역에서 새로이 다이아몬드와 희토류 니오비움의 주산지가 발견되었다. 이것이 올료크마의 에벤키인들에게 축복이 될 것인가? 지금 그들은 에벤키어를 얼마나 회복했을까?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그들과 에벤키어로 대화를 해 보고 싶다. 골로마료바 씨는 국회 북극 및 소수민족문제 상임위원장이 되었다. 4월 9일 그녀는 네륭그리에 있는 에벤키 마을 이엔그린에서 소수민족들의 언어 유지에 관한 특별 회의를 열었다. 과연 그런 회의가 소수민족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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