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浮萍草音樂/아시아 불교민속

<54〉 캄보디아 ⑥

浮萍草 2015. 3. 30. 09:42
    희망이 시작되는 곳
    
    ‘캄보디아에는 기차가 없다’고들 한다. 
    철로는 있지만 기차여행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식민시절에 농작물을 수탈하고자 프놈펜과 북쪽을 잇는 철로를 놓았고 1960년대에는 남부선이 만들어졌지만 전쟁으로 많은 노선이 유실되고 말았다.         
    프놈펜에 있는 유일한 여객기차도 며칠마다 다닐 뿐더러 느려서 이용률이 낮고 대부분의 철로는 운행하지 않거나 화물운송만 맡고 있다.
    이렇게 기차가 희귀한 캄보디아에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한 기차가 있다. 
    북서부 바탐방의 마을주민들이 이용하는 대나무기차 ‘노리’이다. 
    부서진 철로를 손질해서 산악마을의 거친 숲속을 삼사십 킬로의 속도로 달리는 기차이다. 
    철로에 앞바퀴와 뒷바퀴를 올리고 그 위에 대나무로 뗏목처럼 만든 몸체를 얹어 보트용 모터로 움직인다. 
    달리는 기차를 세우는 브레이크 또한 나무토막으로 만든 안전장치일 따름이다.
    평평한 바닥만 있는 노천기차이기에 ‘하늘을 나는 양탄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덜컹거리는 충격과 함께 산야를 가로지르노라면 바람도 비도 맞고 숲속 나뭇잎이 몸을 스치며 벌레가 얼굴에 부딪힌다. 
    또한 단선철로라서 맞은편 기차와 마주칠 때마다 진귀한 풍경이 벌어진다. 
    한 쪽의 손님이 내리고 기차를 들어내어 맞은편 기차가 지나가면 다시 바퀴와 상판을 선로에 얹어 조립하고 달린다. 
    양보는 사람이나 짐이 적은 쪽이요, 타고 내리는 손님이 있는 곳이 기차역이다.
    그렇게 느릿느릿 목적지를 향해 가는 가볍고 단순한 구조의 대나무기차는 그들의 삶을 닮았다. 
    최소한의 의식주만 갖춘 채 단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저마다 크고 작은 보따리를 들고 순박한 웃음으로 기차에 오른다. 
    대나무기차는 그렇게 산속 곳곳 마을사람들의 발이 되어 그들의 삶을 실어 나른다.
    그런가하면 앙코르가 있는 씨엠립에는 매일 야시장이 들어선다. 
    텅 비었던 들판에 어둠이 깔리면 마술처럼 삽시간에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면서 사람들이 북적이고 활기를 띤다. 
    시내중심가의 시장이 여행객을 위한 것이라면, 이곳은 현지인들의 공간이다. 
    옷과 음식과 일상용품을 사고팔며, 포장마차마다 이야기가 무르익고 아이들은 놀이기구를 타는 데 여념이 없다. 
    어둠이 찾아들어 기온이 식고나면 열대무더위에 지친 그들의 하루피로를 씻어주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크메르는 인근나라 모두를 합친 왕국이었죠. 
    내전이 없었다면 지금쯤 한국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한때 동남아 최강국으로 군림했건만 지금은 아시아 최빈국의 하나가 된 모국에 대해 현지가이드는 담담하게 말했다. 
    내전뿐만 아니라 백년에 가까운 프랑스 식민시절과 십년간의 베트남 침략으로 그들의 근현대는 외침과 피의 역사로 얼룩졌다. 
    지금도 삼십년이 넘는 독재정권에 휘둘리며 곳곳에 부패가 만연하다. 
    이제는 지친 국민들이 질곡의 삶에서 벗어나리라 믿었던 기대가 무너지는 순간이다.
    앙코르유적의 왕실사원 따 프롬에는 ‘통곡의 방’이 있다. 
    이곳 벽에 기대어 억울한 사연을 털어놓고 가슴을 두드리면 그 소리는 메아리 되어 사원을 울린다. 
    오랜 세월 수많은 이들이 이곳에 기대어 가슴을 두드렸을 것이다. 
    시내곳곳에 ‘앙코르의 미소’를 짓는 관음상을 만들어놓고 그 미소를 닮아가는 사람들의 밝고 건강한 삶의 의지에서 참된 희망은 시작되고 있으리라.
    
    ☞ 불교신문 Vol 3091 ☜       구미래 동방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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