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커플링 법칙

한국인들이 가장 신경 쓰는 딱 한 가지는 바로 이것

浮萍草 2015. 3. 4. 13:35
    우리 사회에 남아있는 성리학의 향기
    간의 본성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느냐 하는 성리학의 최초의 물음은 한국인들의 의식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물음을 가지고 우리의 선현들이 토론을 전개하고 패를 나누어서 갑론을박하고 또 그로 인해서 사람을 군자나 소인으로 간별하고 차별하고 하는 그 과정 에서 생긴 관행은 우리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다. 우선 유교의 가장 핵심적인 종지(宗旨)는 흔히 인(仁)으로 생각하지만 그 인이 구체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적용될 때에는 인의 개념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유학에 가장 철저했던 조선시대의 양반계급뿐 아니라 오늘을 사는 한국인들이 가장 신경 쓰는 문제는 딱 한 가지가 있다. 그게 무엇일까? 바로 인간관계이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대인관계 그중에서도 남이 나를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이 문제에 가장 관심을 쏟는다. 가정의 남편과 아내,시어머니와 며느리,장모와 사위,직장의 상사와 부하 등 모든 인간관계가 한국인들이 일상적으로 마음을 졸이고 신경을 쏟는 관계다. 그런데 이렇게 친밀한 사람들의 관계에도 거기에는 일정한 위선성이 개재되곤 한다. 한국 사람들은 남을 잘 대접하고 남을 잘 배려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남이 나를 잘 대접하고 잘 배려해 주기를 바란다. 다시 말해서 남을 잘 대접하고 잘 배려하는데 즉 이타(利他)에 목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로써 남이 나를 잘 대접하고 잘 배려해 주기를 바라는 이아(利我)에 더 큰 목적이 있다. 내가 남을 잘 대접하고 배려하는 것은 남이 나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또 공경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말이다. 내가 남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공경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렇게 함으로써 남이 나를 높여주기를 바라는데 진짜 목적이 있다.
    한국인들은 자신의 인격이 상하는 것을 두려워해
    남에게 본모습을 쉽게 보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한국인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체면은 자기 자존심의 또 다른 표현이다. 한국인들은 자기의 인격이 조금이라도 상할까 봐,남이 자기를 어떻게 볼까 하고 노심초사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남한테 나쁜 소리 듣지 않기 위해서 갖가지 장치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인사를 잘한다든지 말씨를 공손히 한다든지 태도를 조신하게 가진다든지 또는 체면치레로 이러저러한 수단을 동원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십중팔구 위선적인 의도나 또 가면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상사에게 90도로 허리를 꺾어서 인사하는 그 사람의 마음도 똑같이 90도로 꺾여 있는지,과연 그 정도의 겸양과 겸손을 마음속으로도 간직하고 있는지 의문이 간다는 말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인의 대인 접대 심리에는 위선과 위악이 바꿔가면서 약간씩 끼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국 사람들은 인사에도 눈인사 또는 목례에서 머리 인사 고개인사 어깨 인사 몸 인사에 이르기까지 상대와의 심리적인 거리에 따라 지위에 따라 또는 서열과 연배에 따라 인사하는 태도와 각도가 다 조금씩 다르다. 사람에 따라 미세조정을 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은 인맥에 따라 또는 세밀하게 마음속에 적어놓은 관계망에 따라 심리적인 지도를 읽는 심독법을 달리 한다. 그 심독법에 따라 예절의 강도와 심도가 수시로 변한다. 또 한국 사람들은 상대에 따라 어휘와 말의 존칭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극존칭에서 강존칭-존칭,약존칭에서 하대와 반말로 그리고 욕설에 이르기까지 그 층하가 실로 다양하고 미묘하고 복잡하고 경묘하고 아주 델리 케이트 하기 그지없다. 상대에 따라 그 상대에게 맞는 태도와 어휘법을 쓰는 것이지만 그것은 그 상대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 보다도 궁극적으로는 그 상대가 자기를 옳게 대해주기를 바라는 그 의도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어느 제정신이 아닌 여자 국회의원이 대리운전기사에게“너 내가 누군지 아느냐?”하는 협박 아닌 협박을 했대서 세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이 역시 상대가 자기의 신분을 몰라주는 데서 느끼는 일종의 좌절과 분노를 그런 식으로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항공기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대한 풍자
    캐리커처/조선 DB
    한국인들은 자기 신분에 맞는 만큼의 혹은 자기 연령에 맞는 만큼의 혹은 자기 지위에 맞는 만큼의 대우를 못 받으면 상대에게 생떼를 부리기 쉽다. 자기 신분에 맞는 대우를 상대로부터 받지 못할 때 심기가 불편하다든지 얼굴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나타낸다든지 노골적으로 화를 낸다든지 상대를 모욕을 한다든지 더 나아가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까지도 있다. 아마 이 모든 여러 단계의 감정 표출을 한꺼번에 나타낸 경우가 바로 KAL기의 부사장 이었던 조현아의 경우일 것이다. 조 씨의 경우도 자기 신분을 번연히 알면서도 사무장이 매뉴얼을 지키지 않음으로써 자신의 권위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은 것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다. 더구나 조 씨는 사무장이 매뉴얼을 지킨 것으로 금세 판명이 나자 더욱더 자존심에 상처를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더 화는 증폭되었을 것으로 본다. 이 모든 사태의 발단과 그 전개 과정은 그녀가 느끼는 자기의 주인의식이다. 주인이 갖는 권위가 충분히 충족되기를 바라는 마음,밑에 사람으로부터의 맹종과 충성을 바라는 마음이 흡족하게 마음에 와 닿지 않으면 화를 내게 되는 이 감정은 세계 어느 사회, 어느 국가,어느 조직에도 있을 수 있는 관행이다. 그러나 서구의 경우는 이 관행이 많이 깎이고 절제되고 그리고 강제로 중단되는 일을 겪어 왔다.
    그것이 일종의 민주화 과정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은 유독 이 관행이 아직도 굳건하게 존치되고 있는 것은 역시 성리학적인 상하관계의 의식이 변하지 않고 있는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의식은 때때로 삐뚤어진 여러 가지 형태의 비상식적인 행위들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노인에 대한 그리고 연장자에 대한 한국인들의 공경심은 외국인들에게는 색다른 도덕적 감명과 정서적 안도감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외국인들은 이것을 한국만이 가진 독특한 유교적 전통의 관습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들은 그들이 갖지 못한 이런 유교적 전통을 존경스럽고 부러운 마음으로 쳐다보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인의 이런 인사법은 유교의 본 고장인 중국에도 남아있지 않다. 오히려 중국에서 한국으로 공부하러 유학 온 학생들조차 한국 학생들의 스승에 대한 깍듯한 예의범절에 감동을 한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이런저런 일들로 한국사회의 윤리 관행에 대해서 많은 개탄의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국인의 본래의 마음자리에는 성리학의 본고장인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그리고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윤리적 품격이 높은 행위들이 그 고 결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마치 진흙 속의 연꽃이 내뿜는 짙은 향기와 같은 것이다. 그렇다. 우리의 정신문화와 물질문화를 지켜온 그 본바탕이 역시 이 성리학의 줄기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Premium Chosun        허경구 국제정치문제연구소 이사장 aronge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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