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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롯데그룹, 일본 기업될까? 한국 기업 될까?

浮萍草 2015. 1. 14. 11:34
    격동의 롯데그룹(1)
    
    2004년 10월 롯데그룹은 의미있는 인사를 단행했다. 
    신설되는 정책본부의 장(長)으로 신동빈 당시 부회장을 임명한 것이다. 
    그때 언론에선 별로 주목하지 않았지만 롯데그룹에 정통한 인사는 필자에게“사실상 후계구도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인사”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쩌면 롯데는 일본 기업으로 자리 잡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때까지만해도 장자인 신동주 부사장이 한국 롯데를,신동빈 부회장이 일본 롯데를 맡을 것으로 점지했었다. 
    신 부사장은 장자이면서 한국인 아내를 맞았고,신 부회장은 일본여인과 결혼했기 때문에 일본 롯데를 맡을 것으로 재계에선 내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신 부회장이 정책본부의 장에 임명되면서 후계구도에 대 변화가 생겼다. 
    신격호 창업주가 사실상 자신의 후계자로 차남인 동빈씨를 지목했음을 대내외에 알린 것이다. 
    신격호 총괄 회장은 이미 10여년전에 차남을 그룹 후계자로 지목 차분하게 경영수업을 받도록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에 장남을 일본 롯데 경영진에서 배제한 것도 예정된 수순이었는지 모른다. 
    때문에 최근 신 총괄회장의 행보를 놓고 롯데 그룹의 정체성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신격호 회장은 일본에선 시게미쓰 다케오란 이름으로 부르는 이중 국적자다. 
    동빈씨는 신 회장의 두번째 부인인 일본인 다케모리 하스코 여사와의 사이에 태어났다. 
    동빈씨는 1990년대 후반 한국에 오기전까지만해도 일본 이름인 시게미쓰 아키오라는 이름이 더 익숙했었다. 
    특히 그는 일본의 대형 건설사인 다이세이의 오고 요시마사 부회장의 딸인 미나미씨와 결혼,일본인에 가까운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1985년 미나미씨와 일본에서 결혼할 때 후쿠다 다케오 전직 총리기 중매를 서고 주례를 본 것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그만큼 처가 집안이 일본 최상류층에 속해 있음을 보여준 일화다. 
    동빈씨는 한동안 이중 국적을 유지하다가 2000년대 들어서 일본 국적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인 부인과 사이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외아들인 유열씨 역시 일본에서 낳고 자랐다. 
    이러한 독특한 가정사 때문에 롯데그룹이 결국 일본 기업이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는 것이다. 

    반면 장남인 동주씨는 지난 1992년 잠실 롯데호텔에서 전직 총리인 남덕우씨의 주례로 재미 교포 사업가의 딸인 조은주씨와 결혼,슬하에 아들(신정훈) 하나를 두고 있다. 동생보다도 7년이나 늦게 결혼했다. 그렇다면 왜 신격호 총괄회장은 이 시점에서 장남인 동주씨를 일본 롯데 경영에서도 완전히 배제하는 인사를 단행했을까. 지난 10일자 일본의 니혼 게이자이 신문은 의미있는 보도를 했다. 동주씨가 일본인 전문 경영인과 경영 방침을 놓고 대립했는데 신 총괄회장이 전문 경영인 편을 들었다는 내용이었다. 동주씨와 전문 경영인인 쓰쿠다 다카유키 롯데홀딩스 사장 사이에 경영 방침을 둘러싼 대립이 있었는데 신 총괄회장이 쓰쿠다의 노선을 지지했다는 보도였다. 그룹에 정통한 인사는 이 사실을 놓고 신 총괄회장이 확실하게 동빈씨를 후계자로 점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남인 동주씨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거둔 것이라는 진단이다. 일부에서 예측하는 한국 롯데그룹 경영권을 놓고 동생과 계열사 지분 확보 경쟁을 벌였던 것은 표면적인 이유일 뿐 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동주씨는 2013년 8월부터 1년여간 한국 롯데그룹 지배구조상 중요한 위치에 있는 롯데제과 지분을 꾸준히 매입,지분율을 3.92%까지 높였다. 5.34%를 보유한 동빈씨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만큼 동주씨의 주식 매입이 예사롭지 않게 비쳐졌었다. 이 시점에 동주씨가 왜 롯데제과 지분을 높였는지에 대한 의문은 아직 풀리지 않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의중과 관계없이 독자행동을 할 만큼 형제간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지 않을까 유추할 뿐이다. 그렇다고 후계구도가 깔끔하게 정리된 것은 아니다. 동주씨를 일본 롯데 경영에서는 배제했으나 지분 소유 현황만 보면 간단하게 정리될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의 다른 주요 계열사의 지분율이 형제간 별반 차이가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경우 동빈씨의 지분율은 13.46%,동주씨는 13.45%로 불과 0.01%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언제라도 치열한 지분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 구도다. 특히 신 총괄회장 일가의 다른 가족 구성원이 지분 경쟁에 뛰어들거나 동주 동빈 형제 중 어느 한쪽 편에 설 경우 롯데그룹의 후계구도가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상존해 있다. 신 총괄회장과 첫째 부인 사이의 딸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은 롯데쇼핑 롯데칠성 롯데푸드 롯데제과 등에 1∼2%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셋째 부인 슬하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은 롯데쇼핑 롯데삼강 코리아세븐 등에 1% 안팎씩 지분을 갖고 있다. 미미한 수치지만 두 형제 사이에 캐스팅 보트를 충분히 행사할 수 있다.
    신영자 롯데복지장학재단 이사장(왼쪽)과 서미경씨

    이런 와중에 지난 9일 동주씨가 급거 귀국, 부친인 총괄회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져 그의 국내 행보에 재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확한 내용은 그룹 측에서도 함구하고 있어 더욱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동주씨가 한국에 오자 다음날 동빈씨가 바로 일본으로 출국해 형제간 껄끄럼이 그대로 노출됐다. 형제간 만났을 것이라는 일부의 시선이 완전히 빗나간 셈이다. 신 총괄회장은 호적상에는 1922년으로 올라 있으나 실제는 1921년 생이다. 우리 나이로 95세가 되는 셈이다. 최근 몇 년간 공식석상에 한번도 얼굴을 비친적이 없다. 고관절 수술로 거동이 불편할 뿐 건강에는 이상 없다고 하나 생물학적 나이로 봤을 때 예전만 못하리라는 것은 상식이다. 이번 동주씨가 일본 롯데 경영에서 배제한 것도 신 총괄회장의 건강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고 있다. 어쨌든 부친이 장남이 아닌 차남을 후계자로 지목함으로써 롯데그룹의 향후 행보는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형제의 난’으로 비화할지 조용히 마무리 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 오른 것이다. 특히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는 한국만 아니라 일본 재계에서도 촉각을 세우고 있어 2015년 새해 벽두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가 되고 말았다.
    Premium Chosun        홍성추 재벌평론가 sch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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