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오빠와 아저씨는 한 끗 차이

[19] 셔츠에 이름 새기기

浮萍草 2015. 1. 28. 11:38
    '영역 표시'는 은밀하게 왼쪽 가슴 밑에 하세요
    이헌 제공
    '영역 표시'는 세(勢)를 과시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분비물을 남겨 세를 자랑하는 동물적 본성을 남자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자들은 자신의 물건은 물론 명승지에도 자기 이름을 명확히 표시해 세를 과시해왔다. 문제는 방식이다. 오늘 한숨 쉬며 문제 삼으려는 건 이니셜(initial)의 오·남용이다. 셔츠에 주로 새기는 이니셜은 정식 명칭이 모노그램(monogram)이다. 왕가에서 소유물에 모노그램을 새기던 풍습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 신흥 부르주아 계층으로 확대되며 부를 과시하는 행태로 자리 잡았다. 시간이 더 지나 단체 생활을 하는 군대의 장교들이 개인 맞춤 장교 복을 전장에서 공동 세탁할 때 다른 이의 옷과 구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는 오늘날의 남성복으로 이어졌다. 소중한 맞춤 옷에 이름을 새기는 건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때로 맞춤 셔츠 초보자들이'나는 맞춤 셔츠 입는다'고 만천하에 자랑하려는 객기 어린 과시욕의 수단이 될 때가 있어서 안타깝다. 그들이 주로 선택하는 이니셜의 위치는 양복저고리 밖으로 삐져나오는 셔츠 손목,아니면 라펠 위로 올라오는 셔츠 칼라 뒤쯤이다. 남에게 알리고 싶어 안달 났음을 드러내는 위치다. 이 저급한 취향은 대한민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옷 좀 입는다는 나라들의 신사들은 본인만이 알아볼 수 있는 위치 혹은 살짝 숨겨진 곳에 이니셜을 새길 것을 제안 한다. 그렇다면 모노그램을 어디에 새겨야 우아할까? 멋쟁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위치는 셔츠 왼편 갈비뼈 아래다〈사진〉. 단추를 풀어 재킷을 열거나 벗은 경우에만 이니셜이 드러난다. 더 고전적인 위치는 셔츠 아랫단이다. 바지를 입었을 때 안쪽으로 들어가 옷을 벗거나 갈아입을 때만 은근히 드러난다. 잘 보이지도 않는 곳에 이니셜을 새기는 이유가 뭐냐고? 부유층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요즘'감각의 부(富)'를 과시할 때도 책임 의식을 갖는 건 의미 있는 일 이다.
    Chosun ☜      이헌'한국신사'패션플래너 '신사용품' 저자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