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오빠와 아저씨는 한 끗 차이

[16] 장갑

浮萍草 2014. 12. 10. 09:54
    손에 꼭 맞아 책장도 넘길 수 있어야
    이헌 제공
    연히 본 영화에서 놀라운 광경을 봤다. 낙엽 우거진 유럽의 정원 한쪽에 놓인 테이블에 우아한 신사가 앉아 애프터눈 티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 남자는 차의 향기를 음미하며 가죽 장갑 낀 손으로 유유히 책장을 넘겼다. 장갑을 끼고 책장을 넘긴다고? 상상이나 해봤던 일인가. 한국에서 남성용 장갑은 으레 손보다 크고 헐렁한 것으로 여겨진다. 섬세한 작업을 하려면 장갑을 벗는다. 하지만 장갑은 원래 추위를 막기보다는 손을 보호하며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물건이다. 책장을 넘기는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간단한 작업은 장갑을 끼고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손에 꼭 맞아야 한다. 장갑을 살 때는 손가락을 쥐었다 폈을 때 손아귀의 힘이 꽉 차게 느껴지는 것을 골라야 한다. 너무 꽉 껴 주먹 쥐기가 힘들거나 반대로 너무 헐렁해서 물건을 확실하게 잡을 수 없다면 맞지 않는 사이즈다. 유럽은 한국보다 훨씬 세분화된 사이즈의 장갑을 판매하는데 손이 작은 편인 필자와 주변인들은 대개 사이즈 7 1/2이나 8 사이즈면 꼭 맞는다.
    이제는 국내에서도 섬세한 취향의 오빠들이 다양한 용도의 장갑을 소비한다. '드라이빙 장갑'이라고 부르는 손가락이 드러나는 형태의 제품이나, 스마트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손가락 끝 부분에 전류가 통하도록 특수 처리된 제품도 있다. 장갑 선택의 기본은 '옷차림과 어울리느냐'이다. 양복을 입는다면 당연히 가죽 장갑이다. 전통적으로 신사용 장갑의 소재는 가죽이었다. 방한이 목적이라면 안쪽에 캐시미어·신슐레이트 등 라이너를 덧댄 제품을 골라야 한다. 라이너가 없는 가죽 장갑은 손에 난 땀을 흡수하지 못한다. 땀이 마르면서 손의 온도를 떨어뜨려 동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가죽 장갑은 소·양·사슴·염소 가죽 등이 사용된다. 최고의 소재는 페커리(peccary)라 불리는 남미산 야생돼지 가죽이다. 털구멍이 남아 있어 독특해 보이는 데다 질기면서도 부드럽다. 최근에는 니트 소재와 결합된 제품도 나왔다. 손에 착 감기는 가죽 맛과 니트의 따스함을 동시에 제공한다.
    Premium Chosun ☜       이헌'한국신사'패션플래너 '신사용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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