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W T = ♣/오빠와 아저씨는 한 끗 차이

[13] 스카프

浮萍草 2014. 11. 23. 06:00
    쑥스럽다면… 짙은 감색부터 매보세요
    메멘토모리 제공
    바람이 불고 스산한 기운이 짙어지면 남자들은 재킷을 꺼내 입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시 옷 고민이 시작된다. 넥타이를 매자니 너무 차려입은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여름 내내 자유를 허락했던 목에 답답한 무언가를 옥죄듯 걸기도 쉽지는 않다. 굳이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되는 회사라면 스카프를 슬며시 제안하고 싶다. 여성만을 위한 액세서리로 여겨지지만 사실 스카프는 남성성의 상징 같은 물건이었다. 역사적으로 보면 스카프를 목에 먼저 두른 건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었다. 고대 로마 군인들은 스카프로 목을 보호했다. 중국 진시황도 무관들의 계급을 표시하기 위해 서로 다른 색상의 천을 목에 매게 했다. 넥타이를 처음 매기 시작한 프랑스에서는 넥타이를 크라바트(cravate)라고 부르는데 크라바트는 유럽 발칸 반도에 있는 국가 크로아티아(Croatia) 군인들이 목에 매던 천 즉 스카프에 어원을 두고 있다. 이 정도면 스카프가 여성의 전유물이 아님을 이해하고 용기를 얻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아저씨들이 화려한 스카프를 목에 두르는 건 부담스럽다. 실크 소재의 짙은 감색(네이비) 스카프로 시작해보면 어떨까〈사진〉. 짙은 색상의 스카프는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기 때문에 부담이 덜할 뿐 아니라 V존을 정갈하게 정돈해준다. 대한민국 아저씨들의 교복이나 마찬가지인 쥐색·회색·감색·검정 양복과 두루 어울리는 안전한 색깔이기도 하다. 이 기사를 읽고 굳이 스카프를 사러 매장에 갈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아내나 여자 친구의 옷장에는 잘 매지 않는 얇고 부드러운 감청 스카프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새 스카프를 사기보다는 슬쩍 한두 번 빌려 매도 괜찮다. 천연 실크 스카프는 부드러워 익숙해지면 오히려 풀기가 싫을 것이다. 스카프에 충분히 익숙해지면 그때 질 좋은 남성용 제품을 사도 늦지 않다. 다양한 소재의 스카프로 멋 내기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단언컨대 스카프는 남자의 물건이다.
    Chosun ☜       이헌'한국신사'패션플래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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