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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정주영 회장의 건강관리법(상)

浮萍草 2014. 11. 19. 11:41
    정주영 회장이 가장 싫어했던 인간형
    하계수련회에서 직원들과 씨름하는 정주영 전 회장. 새내기 사원들과의 승부에서는 배치기 같은 큰 기술로 승부를 내곤 했다./아산정주영닷컴 제공
    ‘현장이 있는 곳에는 정 회장이 있다.’ 현대맨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만큼 정 회장은 현장을 중시하고 무엇이든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직성이 풀렸다. 이는 현대건설 초창기부터 환갑과 칠순을 넘길 때까지 시종일관 그의 원칙이자 철학이었다. 때로는 17시간이 넘게 비행기를 타고 와서는 숨도 돌리지 않고 바로 헬리콥터나 차를 타고 현장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강행군을 견디게 해주는 힘은 바로 타고난 그의 건강과 체력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평소 정 회장은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자주 했다. 선천적으로 강건한 체력을 물려준 부모님께 감사하는 표현이었다. 건강에 대한 정 회장의 자신감은 대단한 것이었다. “나는 딱 90살까지만 현역으로 뛸 거야. 그리곤 은퇴해서 한 10년 동안은 골프도 치고 쉬다가 그 다음은 하늘에 맡겨야지. 그러나 은퇴 후라도 현대그룹의 최고 경영자는 내가 직접 임명할 거야. 그때까지 치매 같은 것에 걸리지 않는다면 말이야. 하지만 나는 치매에 걸릴 염려가 없는 사람이거든.” 해외 출장 중 둘이서 차를 타고 이동할 때와 같이 한적한 시간을 보낼 때에 눈을 감고 잠을 청하는 듯 하던 정 회장은 문득 필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그것은 나에게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다기보다 자신의 건강에 대한 자신감과 또한 그런 바람을 스스로 확인하기 위한 것 같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렇게 타고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역시 대단한 것이었다. 우선 부지런한 천성에 일찍 일어나 새벽길을 걷는다거나 바쁜 중에도 틈을 내서 테니스나 수영 등으로 체력을 유지하고 음식이라면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먹었다. 입에 맞는 음식이 물론 따로 있겠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바깥에서 보내며 수많은 내외국인을 접대해야 하는 그에게 있어서 어떤 음식이든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장점 이자 노력의 결과이기도 했다. 또 주로 동해안에서 열렸던 사원 연수회 등에서 젊은이들과 함께 씨름을 즐기는 모습도 재벌 총수로서 사원들에게 보여주는 애정의 표시이자 자신의 젊음을 확인하고자 하는 노력의 하나였던 것이다. 비록 그는 자신의 바람대로 90세까지 현역으로 뛰지는 못했지만 남들은 은퇴해서 쉴 나이인 70, 80이 넘어서도 현장에 있기를 고집했던 철저한 ‘현장맨’이었다.
    인력개발원에서 테니스를 즐기고 있는 정주영 전 회장(1981년)./아산정주영닷컴 제공

    이런 정 회장이 가장 혐오했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게으름이다. 그리고 자신의 게으름을 변명하느라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을 아주 싫어했다. 주어진 일을 정해진 시간 안에 해내지 못한다는 것은 정 회장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할 일은 하고야 마는 자신의 성격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준비가 그만큼 철저했다면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주어진 일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신의 경험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흔히 정 회장을 황소와 같은 고집과 뚝심으로만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그는 어떤 일을 하든 나름대로 앞뒤를 꼼꼼히 살피고 철저하게 준비를 하는 사람이었다. 그의 이런 준비성은 특히 해외 현장 시찰 때 잘 나타난다. 해외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어려움을 겪는 것이 바로 시차에 대한 적응이다. 열 몇 시간씩 비행기를 타고 가다 보면 비행기 안에서 밤낮이 바뀌고 만다. 때문에 현지에 내려서도 곧바로 정상적인 몸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정 회장은 그를 수행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시차적응과 같은 문제로는 거의 고생을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것은 물론 타고난 체력이 바탕이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시차 적응을 위해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현장의 시차를 줄이기 위해 정 회장이 택한 방법은 바로 잠이다. 상황이 허락하는 한 그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잠을 자기 시작해서 내릴 때에야 깬다. 역시 장거리 비행기를 많이 타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편안한 좌석이 주어진다 해도 비행기 안에서 몇 시간씩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여기서 정 회장의 비결과 준비가 돋보인다. 정 회장은 해외 현장에 나갈 일이 생기면 비서진에게 우선 비행기 시간부터 챙기게 한다. 어떤 국적의 어떤 비행기를 탈 것이냐가 아니라 출발 시간과 도착 시간을 점검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급적 일정상에 큰 무리가 없다면 해가 있을 때 출발해서 오전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고른다. 정 회장이 밝힌 이유는 비행기 안전과 관련한 통계 기록이다. 즉 항공기 운항 사고에 대한 통계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사고는 이착륙 시에 일어났으며 또 그 사고의 대부분은 시야가 어두운 밤에 발생했다고 한다. 불의의 사고야 어쩔 수 없겠지만 최대한 안전한 비행시간을 고르는 것이다. 그런 다음 비행기 좌석은 옆의 좌석을 추가로 예약한다. 비행 중 최대한 편안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당일, 출발시간을 몇 시간쯤 남겨둔 상태에서 정 회장이 찾는 곳은 테니스장이나 수영장이다. 테니스를 할 경우 대부분 정 회장을 수행했던 이병규 비서팀장이 상대가 되었다. 장거리 여행을 앞두고 웬 운동이냐고 의아해 할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것이 바로 정 회장만의 장거리 여행 비법이다. 테니스장이나 수영장에서 몇 시간씩 땀을 쭉 빼서 체력을 소진하고 나면 비행기를 타는 순간부터 몸이 알아서 잠을 청해주기 때문이다. 좌석에 앉으면 보다 평온한 수면을 위해 가벼운 식사와 몇 잔의 위스키로 몸과 마음의 컨디션을 릴렉스시킨다. 그리고 잠에 빠진다. 오전 시간에 도착지에서 내리면 거뜬한 컨디션으로 바로 현장으로 가서 뛰고 그날 저녁 다시 잠을 푹 자는 방식으로 정상적인 신체리듬을 회복하는 요령을 실천했다.(하편에 계속)
    Premium Chosun        박정웅 메이텍 인터내셔널 대표 ltjwpar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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