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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법은 불법에 양보해선 안된다"…'뇌사 도둑' 사건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보는 이유

浮萍草 2014. 10. 31. 13:44
    지난 27일 국정감사장에서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이 '뇌사 도둑' 사건과 관련, 빨래 건조대를 갖고 나와 "이게 어떻게 흉기냐"며 따지고 있다.
    기 집에 침입한 도둑을 때려 뇌사 상태에 빠지게 한 20대 남성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한 이른바 ‘뇌사 도둑’ 사건을 놓고 정당방위 논란이 한창이다. 피고인은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도둑이 넘어진 상태에서 집주인이 뒤통수를 수차례 걷어찬 데 이어 거실에 있던 빨래건조대로 여러 번 내리치고 허리띠까지 풀어 때린 점 등을 들어 정상적인 방어 범위를 넘었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 대해 상당수 국민들은 정당방위를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는 듯하다.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 법원은 정당방위를 상당히 보수적으로 인정하는 편이다. 가정 폭력 사건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한 여성이 자신과 자녀들을 상습적으로 구타하는 남편을 막기 위해 남편에게 반격을 했다고 하자. 이 경우 정당방위가 인정될까? 실무에선 대부분 정당방위가 아니라 쌍방폭행이 되어 모두 처벌받는 경우가 많다. 끔찍한 가정폭력의 가해자를 아내와 자녀들이 살해한 경우에도 정당방위가 아니라 살인죄로 처벌받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정당방위는 인정받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정당방위 법 규정(형법 21조)은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③ 전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경악,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법원은 이 법 조항을 엄격히 해석, 도둑이나 강도가 흉기를 갖고 때리거나 목숨을 위협하는 경우에만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뇌사 도둑’ 사건의 경우도 그냥 도망가려는 도둑을 피고인이 심하게 때려 식물인간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재판부가 정당방위는 아니라고 판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우리 법원은 이전에도 정당방위 인정에 대해선 소극적인 판결을 여러 차례 내렸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김보은양 사건’이 대표적이다. 보은양은 9살 어린 나이부터 12년 동안 함께 사는 의붓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을 당하며 살았다. 대학생이 된 보은양은 남자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되고 분노와 좌절감에 사로잡힌 두 사람은 고민 끝에 끔찍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의붓아버지를 살해하고 강도로 위장한 뒤 자유를 찾자는 계획이었다. 둘은 술에 취해 잠든 의붓아버지를 살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결국 경찰에 체포됐다. 이 사건에서 많은 시민들이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의붓아버지가 제대로 반항할 수 없는 상태에서 식칼로 심장을 찔러 살해한 행위는 사회통념상 상당성을 결여하여 정당방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 이후 학계나 여러 단체에서는 정당방위를 더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이후에는 정당방위를 인정한 판례도 등장했다. 예컨대 심야에 여성이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강제로 키스하려고 하니까 그 남자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사건에선 정당방위를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실무에선 정당방위를 넓게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해외에선 어떨까? 미국의 경우에는 정당방위를 상당히 넓게 인정한다. 미국은 총기도 자유롭게 소지하기 때문에 정당방위도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타인이 집에 침입할 경우 그 사람을 쏴서 죽여도 정당방위로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미국은 너무 넓게 인정해 부작용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백인 경찰이 흑인 소년이 자신을 위협하는 것으로 오인해 총으로 사살한 경우에도 정당방위를 인정해서 정당방위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다시 ‘뇌사 도둑’ 사건으로 돌아와 보자. 필자의 생각으론 ‘정당방위 행위가 야간 또는 불안한 상태에서 이뤄졌을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법 21조3항을 넓게 인정했다면 정당방위를 인정할 여지가 있다 본다. 아니면 적어도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인정해 집행유예 정도의 가벼운 처벌을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 자기 집에 밤에 도둑이 들어왔다고 가정해 보자. 그 도둑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다소 심하게 폭력을 행사하는 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 아닐까. 특히 도둑이 자기와 가족을 해칠 개연성이 있는 상황이라면 정당방위를 더 넓게 인정할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법은 불법에 양보할 필요가 없다. 정의는 불의에 타협할 필요가 없다!’는 법언이 정당방위의 원래 취지이기 때문이다.
    Premium Chosun        이인철 법무법인'윈'의 대표변호사 lawfirmw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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