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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노무현 방북 때 천문연구원장이 걱정했던 이유

浮萍草 2014. 10. 9. 09:32
    10월 8일 달의 모습 변화
    10월 8일(수) 관측조건이 매우 좋은 월식이 일어날 예정이다. 월식은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지구 본그림자에 달의 일부가 가리는 부분월식,달의 전부가 가리는 개기월식으로 나뉜다. 지구 반그림자에 가리는 반영식은 별로 표가 나지 않는다. 이번 월식은 특히 각 방송사 저녁 뉴스 시간에 맞춰 일어나기 때문에 큰 화제가 될 전망이다. 10월 8일 오후 6시 14분 달의 일부가 지구 그림자에 가리는 부분월식이 시작되고 이어서 오후 7시 24분 달의 전체가 지구 그림자에 가리는 개기월식이 시작된다. 일몰 시각은 오후 6시 6분 월출 시각은 오후 5시 57분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월식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개기월식은 오후 8시 24분, 부분월식은 오후 9시 34분에 각각 끝나게 된다.
    10월 8일 달의 위치.

    개기월식 때 달은 전체가 붉게 변해 장관을 이룬다. 월식을 보는데 특별한 관측장비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한국천문연구원과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가 중심이 돼 전국의 시민천문대와 과학관에서 일제히 월식 관련 행사를 마련하고 있으니 이번 기회에 더 재미있게 월식을 즐길 수 있기 바란다.
    월식 때 달 전체가 붉게 변한 모습.

    세종대왕은 중국에서 입수된 천문학을 가지고 우리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식과 월식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무척이나 가슴아파했다. 하늘이 내린 임금이 어떻게 하늘을 모르는가 — 대왕은 우리 역사를 통해 어느 임금도 하지 않은 고민을 혼자 했다. 실제로 세종대왕이 뙤약볕 아래 의관정제하고 일식을 기다렸다. 그런데 예고됐던 일식이 15분가량 늦게 일어나자 대왕은 천문대장에게 태형을 내렸다. 곤장을 맞은 천문대장의 볼기보다 평소 인자했던 대왕의 마음이 더 아팠을 것이다. 세종대왕 시절 일식과 월식 예보를 정확히 못한 것은 중국 하늘을 기술한 천문학이 조선 하늘에서 맞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동지 때마다 사신이 새해의 천문정보를 중국으로부터 받아오는 것을 대왕은 못마땅하게 여겼다. 대왕은 결국 이순지 등을 시켜 아예 우리나라 고유책력을 편찬해버렸는데 이는 한글 창제 못지않은 대왕의 치적이다. 대왕은 천문학자나 다름이 없었다. 현대 들어서도 정치와 관련된 월식 얘기가 많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였던 2007년 정부가 8월 28일에 남북정상회담을 열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날 공교롭게도 개기월식이 예고돼 있었다. 대통령이 휴전선을 넘어 북한으로 간 날 붉은 달이 뜨면 얼마나 말들이 많을까 — 노무현 정부 때 한국천문연구원장을 맡고 있던 나는 적지 않게 걱정했다. 다행히(?) 회담이 10월 4일로 연기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대한민국 대통령 중에서 최초로 천문관측기록을 남긴 사람은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각료들과 함께 2009년 7월 22일 부분일식을 관측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국가브랜드회의 도중 모두 밖으로 나갔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한국천문연구원장을 맡고 있던 나는 무척 기뻤다. 혹시 몰라서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에게 일식 관측도구 수십 장을 맡겼던 작전이 적중했던 것이다.
    일식을 관측하는 이명박 대통령./청와대사진기자단

    크고 작은 행사를 위해서 택일할 때에는 반드시 옛날처럼 천문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저녁 때 금성이 달에 바싹 접근해서 터키 국기처럼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날이 있다. 그런 날 열린음악회 같은 야외행사를 열면 얼마나 분위기가 좋겠는가. 실제로 김영삼 대통령이 취임한 1993년 2월 25일에 달과 금성이 우연히 붙어 있었다. 그 상서로운 일을 취임식 관계자 어느 누구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면 아예 몰랐던 것으로 추정된다. 남아공 월드컵 때 우루과이와 경기하던 2010년 6월 26일 저녁에도 월식이 있었다. 붉은악마들이 붉은 달 아래 모여 거리응원을 하는 환상적인 장면이 연출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날 비가 오는 바람에 천문학 홍보를 위한 결정적 기회는 물거품이 됐다.
    Premium Chosun ☜       박석재 한국 천문연구원 연구위원 dr_blackh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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