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우주 이야기

22 고구려인들은 달에서 토끼 보다 이것을 더 크게 봤다

浮萍草 2014. 9. 4. 09:16
    천체가 나오는 3장의 화투
    을 밤하늘은 계절만큼이나 쓸쓸하게 느껴진다. 이는 가을 밤하늘에는 밝은 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여름밤 중천에서 찬란하게 빛나던 은하수도 서편 하늘에 낮게 기울어져 있어 우리에게 적막함을 더해준다. 그래도 가을마다 추석 보름달이 떠서 쓸쓸함을 달래준다. 무던히도 달을 좋아하는 것은 우리민족 특성 중의 하나다. 추석날 온 가족이 햇곡식과 햇과일로 차린 저녁식사를 마친 후 마당에 깔아놓은 멍석에 앉으면 보름달은 동산 위에 마치 화투의 8광 모습처럼 걸려 있게 된다. 이 보름달이야말로 ‘태평연월’인 것이다. 실제로 8광은 음력 8월 보름달 즉 추석 달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화투 1광에 나오는 음력 1월의 천체는 솔이나 학과 함께 연하장을 만드는 해다. 그믐달은 다르다. 그믐달은 곧 해가 따라 뜨기 때문에 여명에 사라질 팔자를 가진 것이다. 그래서 그믐달은 동양에서 유일하게 인상이 좋지 않은 달로 알려져 있다. 시와 문장에서 비운의 주인공들이 그믐달에 자주 비유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화투에서도 좋지 않은 의미를 지닌 음력 4월 흑싸리 패에 그믐달이 나오는 이유 또한 바로 이것이다. 자세히 보면 종달새 뒤에 빨간 그믐달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동양에서 달은 ‘음’의 기운을, 해는 ‘양’의 기운을 상징한다는 통념이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달은 ‘태음’, 해는 ‘태양’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오늘날 해는 태양이라고 하면서 달은 태음이라고 하지 않아 듣기에 어색하다. ‘해와 달’이 ‘태양과 달’보다 더 잘 어울리지 않는가? 동양에서는 해와 달의 크기가 같은 덕에 음과 양도 동등한 자격을 갖추게 됐다. 즉 음과 양은 어느 하나가 좋고 다른 하나는 나쁜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관계에 있는 것이다.
     
    ▲ (左)보름달 표면.▲ (右)달 표면의 방아를 찧는 토끼.

    하지만 서양의 경우는 다르다. 서양에서 낮은 신이, 밤은 악마가 지배한다는 통념이 자리매김하게 됐던 것이다. 따라서 밤의 상징인 달은 자연스럽게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됐다. 라틴어로 해를 ‘Sol’, 달을 ‘Luna’라고 한다. 영어로 정신병을 ‘lunacy’라고 하는데 이 단어는 바로 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심지어 정신이 나간 상태를 ‘moonstruck’ 즉 달에게 얻어맞았다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이해할 수 있다. 태고적부터 형성된 이 동서양간의 차이는 오늘날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동양에서는 달이 밝으면 달맞이를 가는데 서양에서는 그것이 자살행위처럼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름달은 서양인들에게 거의 공포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예를 들어, 13일 금요일에 보름달까지 뜨게 되면 사람들이 외출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정도다. 서양의 이야기 속에서는 유령이 나타나거나 사람이 늑대로 변하는 것이 모두 보름날 밤에 이루어진다. 여기에 반해 동양에서는 보름달이 좋은 이미지를 간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처녀귀신이나 도깨비는 달이 없는 그믐 무렵에나 활동을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동서양의 개념이 마구 뒤섞여 보름달을 배경으로 악마의 상징인 늑대가 우는 광경이 동양 영화에도 나오게 됐다. 달은 정말 우리한테 정겨운 천체다. 어떻게 보면 대낮의 화려한 해보다 우리 정서에 더 맞는 천체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지 동양화에 달은 자주 등장하지만 해는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름달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자. 표면에서 검게 보이는 부분은 고도가 낮은 지역이다. 주로 현무암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바다’라고 불린다. 바다는 바다인데 물이 없는 바다인 셈이다.
     
    ▲ (左) 달 표면의 토끼와 두꺼비.▲ (右) 고구려 고분 벽화의 달 그림.

    우리는 어려서부터 토끼가 달에서 방아를 찧는다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왔다. 달에는 정말 토끼가 있을까? 물론 살아서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토끼는 없다. 하지만 바다들을 잘 연결하면 방아를 찧는 토끼를 발견하게 된다. 그림에서 토끼가 왼쪽에 앉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보름달을 이용한 작품이나 광고에서 토끼가 오른쪽에 앉아있으면 그림을 뒤집은 실수를 한 것이다. 추석이 다가오면 틀린 보름달 광고가 몇 개나 등장하는지 유심히 살펴본다. 가끔 토끼가 없는 보름달도 많이 보게 되는데 이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달의 옆면이나 뒷면 사진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보름달의 모습은 항상 사진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달은 지구를 1회 공전하는 동안 1회 자전하기 때문이다. 즉 항상 같은 면만 지구를 향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조상들은 달에서 ‘토끼와 두꺼비’를 찾아냈다. 즉 절구 부분을 두꺼비로 간주했던 것이다. 우리가 보면 토끼 모양이 더 뚜렷한데 고구려 벽화 등을 보면 오히려 토끼를 무시하고 두꺼비만 그려놓은 경우도 많이 봤다.
    Premium Chosun ☜       박석재 한국 천문연구원 연구위원 dr_blackhole@naver.com

     草浮
    印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