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스케치여행

도봉산 천축사

浮萍草 2014. 10. 5. 10:24
    사바세계는 잊으라는 뜻인가 …
    선인봉을 뒤로 한 천축사
    케치여행이 설레는 이유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멈춰선 장소에서 만나는 또 다른 세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멈춰보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쳐 버렸을 어떤 공간이 내게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이다. 천축사를 향해 도봉산을 오르던 날도 그랬다. 이날은 동행이 있었기에 더욱 특별했는지도 모르겠다. 진경산수화로 많은 사찰가람을 담아오고 계신 이호신 화백님을 비롯하여 교편을 잡고 계신 시인 이종성 선생님,이제 막 한국화의 세계에 발을 디딘 미대생까지. 오르다 멋진 풍광을 마주치면 그림을 그렸고 힘들면 스케치북을 펴들고 쉬어 가며 느긋한 산행을 즐겼다. 천축사는 숨이 턱에 차오를 무렵 도달한 크지 않은 절집이었다. 원래 처음 이름은 의상대사가 창건하며 옥천암이라 지었었는데 조선 태조는 백일기도를 올린 곳이라 하여 직접 ‘천축사’라는 사액을 내리면서 인도의 옛 이름인 ‘ 천축’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이는 고려 때 인도의 승려 지공이 도봉산이 마치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법했던 영취산과 비슷하다는 말을 남겼다는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절의 창건은 신라 문무왕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존하는 당우는 근래에 지어진 것들로 오랜 세월의 연륜을 느낄 수 없어 안타깝다. 하지만 청동불상 가득한 산길을 돌아 도봉산 선인봉 아래 자연스레 피어오른 듯 한 절집을 마주하고 있노라면‘천축’이라는 사찰의 이름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참선도량으로 유명한 무문관(無門關)이 있다.무문관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면벽수행을 하는 것으로 문이 없다는 의미를 가졌다.여러 고승들이 이 곳을 거쳐
    정진하였는데 지금은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어 수행처로 사용된다고 하니 맥이 끊어진 느낌이 없지 않아 아쉽다.

    마침 공양시간이 맞아 떡이 곁들여진 국수로 시원하게 배를 채우고 천축사의 이곳저곳을 스케치북에 담았다. 따스한 양지 아래 낮잠을 즐기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마치 그림 속 풍경처럼 시간이 멈춘 듯 한없이 감미롭기만 하다. 천축사를 나와 도봉산 정상까지는 지금까지 온 것보다 고된 산길이었다. 늦여름의 바람은 시원했지만 흘러내리는 땀은 계절을 가리지 않았다. 그래도 정상에서 만난 바람은 가을을 재촉하듯 선선하다. 날이 흐렸다. 덕분에 성냥갑 같던 서울의 아파트 숲이 하나도 보이질 않는다. 옆에서 함께 그림을 그리시던 이호신 화백님께서 한 말씀 하신다. “사바세계는 잊으라는 뜻일겝니다~” 나는 도봉산 정상을 그림으로 담으며 가만히 천축국을 떠올렸다. 아스라하게 희미해진 서울이 잊히질 무렵 그곳에는 천축국의 영축산 안개가 보리수를 휘감으며 조용히 맴돌고 있었다
    ☞ 불교신문 Vol 3046 ☜        이장희 일러스트레이터 www.tth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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