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중순을 넘기며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누구나 한번 쯤은 들어 봤음직한 속담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가을볕은 딸 쬐인다'라는 말처럼 가을은 햇볕을 즐기기에 부담 없는 계절이기도 하다.
일사량이 적은 가을은 봄에 비해 자외선 강도가 낮아 외출을 해도 피부에 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피부 노화를 촉진하는 자외선은 일년 중 봄부터 여름까지 급격히 강해지고, 가을부터 강도가 약해진다.
지구에 도달하는 자외선의 강도와 양은 계절 주기에 따라 태양의 고도가 달라지며 함께 변한다.
춘분(3월 21일경)부터 4, 5월 절정의 봄을 지나 하지(6월 21일경)까지는 태양의 고도가 점점 높아지며 자외선의 양이 많아지고 강해진다.
반면 추분(9월 23일경)부터 10, 11월의 가을을 지나 동지(12월 22일경)까지는 태양의 고도가 점점 낮아지면서 자외선도 약해지고 적어진다.
이렇듯 같은 햇빛을 쐬더라도 피부손상이 적으면서 몸도 건강해지는 보약이 바로 가을 햇빛이다.
계절마다 달라지는 강도와 양에 관계없이 자외선이 꼭 필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체내 비타민D 합성 때문이다.
비타민D는 우리 몸에서 전구체(어떤 물질대사나 반응에서 특정 물질이 되기 전 단계)로 저장돼 있다가 자외선을 받으면 활성 비타민D가 된다.
햇빛의 도움을 받아 만들어진 비타민D의 주요 역할은 우리 몸의 칼슘 흡수를 돕고 혈(血)중 칼슘 농도를 조절해 구루병이나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것.
산모의 비타민D 농도가 높을수록 신생아의 체중이 더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얼마 전 영국의 한 연구팀은 비타민D가 부족하면 치매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영국 엑시터 의과 대학 연구팀은 치매 심혈관질환, 뇌졸중 병력이 없는 65세 이상 남녀 1천658명을 대상으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비타민D가 다소 부족한 노인은
모든 형태의 치매 위험이 53%, 많이 부족한 노인은 125%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렇게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비타민D지만 현대인들 중에는 자신이 비타민 D결핍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S대학병원은 남자 53%, 여자 62%가 비타민D 부족상태라는 연구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20대의 91.8% 30대는 89.1%가 혈중 비타민 D 농도가 정상보다 낮았다고 보고했다.
이는 고위도에 위치해서 일조량이 우리나라 보다 현저하게 적은 북유럽의 수치보다 낮은 것이다.
그 이유로는 피부미용을 위한 썬크림의 과도한 사용 때문이라고 연구자는 지적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비타민 D는 햇볕을 쬐면 생성되지만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볕을 쬐거나,자외선 차단 지수 SPF 30 이상의 썬크림을 바르면 만들어지지 않는다.
또한 아시아인의 피부는 멜라닌이 많아,햇빛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백인에 비해 오래 햇빛을 쬐어야 비타민D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자외선을 쬐는 방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대개 맑은 날 기준으로 일주일에 2~3번 썬크림을 바르지 않은 채 팔다리에 햇빛을 10~20분 햇볕을 쪼이면 효과적이다.
자외선이 강한 한낮은 피하고, 오전 11시나 오후 4시 이후에 쬐는 것이 피부 노화를 방지할 수 있다.
이때 기미나 잡티를 예방하기 위해 얼굴은 썬크림을 꼼꼼하게 바르거나 모자 등을 이용해 가려주는 것이 좋다.
가을볕을 즐겨야 하는 이유를 끝으로 하나 더 추가한다면 가을이면 일조량이 적어지는 탓에 세로토닌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고 이로 인한 계절성 우울감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최근 큰 사회적 문제인 우울증에 의한 자살이 자외선 부족에서 오는 비타민 D의 결핍도 하나의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과도한 입시 준비로 해를 거의 보기 힘들거나 새벽에 출근해서 밤 늦게 퇴근하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하면 터무니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따뜻하고 환한 햇볕을 충분히 쐬는 것 만으로도 기분 전환이 될 수 있다.
요즘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하고 바람도 좋아 산책과 나들이 하기 좋은 날씨다.
가족들과 소개한 방법을 고려해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가을볕을 쬐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을 것이다.
☞ Premium Chosun ☜ ■ 강진문 연세스타피부과 원장 kang326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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