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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선장과 의사

浮萍草 2014. 5. 6. 10:19
    라 전체가 패닉 상태다. 
    과거에도 크고 작은 재난이 있었지만 이번 세월호 사태는 우리 가슴에 다가오는 강도가 과거와 사뭇 다르다. 
    많은 전문가들이 나서 미증유의 이 충격을 다각도로 설명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모든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 
    작은 병원을 운영하는 피부과의사로서 이런 큰 사고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할 위치에 있지도 않고 그럴 전문성도 없다. 
    하지만 한가지 강하게 다가오는 것은 선장과 의사가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직업은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나 물건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고객은 돈을 주고 자동차를 받는 것으로 거래는 끝난다. 
    변호사는 소송에서 이기거나 지는 법률서비스 책임만 있다. 
    자동차 영업사원이나 변호사가 굳이 고객의 운전습관이나 건강, 생명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하지만 선장은 다른 직업과는 다르다. 
    물론 선장도 돈을 받고 승객을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것이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주요 임무이다. 
    인천항에서 제주까지 도착만하면 선장의 임무는 완성되는 셈이다. 다른 직업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승객을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것 이외의 임무가 있다는 것을 생각 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승객 운송 이상으로 중요한 임무가 선장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승객의 생명을 책임져야 하는 임무다. 
    초등학생도 알 수 있는 것이지만 우리 모두가 잊고 있었던 임무다. 
    일이 너무 익숙해져서 전문가,베테랑 소리를 듣다 보면 초심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기본적인 책임감마저 망각하기 쉽다.

    의사도 선장과 비슷하다.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위급상황이 아니라면 자동차를 팔거나 변호사의 법률서비스와 다를 바가 없다. 자신의 의료 지식을 서비스 하고 돈을 받는 것은 비슷하다. 그러나 결정적 차이는 그 서비스 과정에서 환자의 신체에 영향을 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자신의 신체에 고통을 가하는 것을 허락하는 사람은 의사 밖에 없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의사가 내 신체에 대해 책임을 다 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는 항상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대비하여야 하고 혹시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경험과 실력을 갖추는 것이 의사가 환자에게 갖는 최소한의 책임이다. 그럼 왜 이토록 중요한 임무를 우리는 잊어버리고 있었을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런 일이 흔히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세월호의 선장도 70 평생 처음 맞이하는 사고였을 테니까? 어찌 보면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일에 대해 평생 대비하고 있다는 것은 불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 세월호와 비슷한 배가 얼마나 자주 문제 없이 운항을 했겠는가? 의사도 그렇다. 처음 의사가 되었을 때에는 교과서에 배운 대로 수련 받은 대로 원칙에 입각하여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환자를 대한다. 그러다가 환자를 대하는 일이 점점 익숙해지고 원칙에서 조금씩 벗어나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전에도 문제가 없었으니 이번에도 문제가 없겠지 하는 요행을 바라게 된다. 그러다가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결국 예기치 않은 의료사고가 터지게 된다. 선장과 정부를 비난하고 선박회사를 비난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그렇게 끝난다면 이번 사고로 우리가 얻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이번 사고가 주는 시사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책임감이 없는 리더는 리더 자신 뿐 아니라 리더에 의지하는 승객이나 고객들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무책임한 선장 때문에 수백 명의 아까운 사람이 희생되었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은 선장은 앞으로 감옥에서 남은 인생을 보내야 할 지 모른다. 리더라고 해서 국가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나 큰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만 떠올릴 필요는 없다. 가족이던 부하직원이던 누구나 한 두 명은 나를 믿고 따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는 리더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인 필자부터 책임감과 긴장을 마땅히 가지고 있는지 깊이 돌아보아야 할 때인 것 같다.
    Premium Chosun ☜       강진문 연세스타피부과 원장 kang326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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