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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칠월칠석을 코리안 밸런타인데이로 부르자

浮萍草 2014. 8. 7. 09:23
    고구려 고분벽화. 왼쪽 아래 소를 끌고 가는 견우와 바로 오른쪽 직녀가 보인다
    시아의 여러 나라 지자체들이 견우직녀 설화가 자기네 고장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면서 대대적인 축제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견우직녀 설화는 너무 오래 돼서 사실 어느 민족으로부터 비롯됐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견우와 직녀가 나온다. 아이들에게 강의하는 도중 벽화에서 소를 끌고 가는 견우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한우’였다. 견우와 직녀가 졸지에 ‘한우와 직녀’가 된 것이다. 하긴 당시 수입된 소는 없었을 테니까 아주 틀린 답이야 아니겠지만…. 어쩌면 ‘동양의 아담과 이브’로 알려진 나반과 아만이 바이칼 호수를 건너 만났다는 설화가 견우직녀 설화의 뿌리일 수도 있다. 어쨌든 우리도 칠석을 별칭으로 ‘코리안 밸런타인데이(Korean Valentine's Day)’라 부르고 백화점에서 ‘떡’도 팔아야 한다. 칠석은 너무도 중요한 명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전통적으로 홀수를 ‘하늘의 숫자’ 천수로, 짝수를 ‘땅의 숫자’ 지수로 여겼다. 그래서 우리나라 명절은 음력 1월 1일, 3월 3일, 5월 5일, 7월 7일, 9월 9일이다. 즉 음력 1월 1일이 설날 3월 3일이 삼짇날 5월 5일이 단오 7월 7일이 칠석 9월 9일이 중양절인 것이다. 속되지만 기억하기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 명절은 1땡, 3땡, 5땡, 7땡, 9땡’ 같이 기억하면 된다. 이 명절 중 단오만이 행사가 제대로 열리고 있다. 강릉시에서 단오제를 선점하고 유네스코에 등록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지자체들이 왜 칠석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날이 되면 견우와 직녀가 1년에 딱 한 번 만난다는 초등학교만 다녀도 다 아는 사랑 얘기를 외면하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다. 견우와 직녀는 특별한 연고지도 없는데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전시가 내 건의를 받아들여 2006년 첫 견우직녀 축제를 개최한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행사를 열고 있다. 대전의 과학공원과 문예공원 사이의 엑스포다리는 오작교 그 자체다. 붉은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진 모습은 남녀와 음양의 조화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는 그 다리를 공식적으로 ‘견우직녀다리’라고 명명했다. 덕분에 갑천은 ‘은하수’가 된 것이다.
    견우직녀축제 광경. 멀리 '견우직녀다리’가 보인다

    사랑을 주제로 한 행사 내용도 다양해져서 재미와 감동을 한꺼번에 제공하고 있다. 이리하여 해마다 칠석이 되면 전국에서 청춘남녀들이 사랑을 찾기 위해 대전으로 모여들게 됐다. 일본의 경우는 음력을 버렸기 때문에 양력 7월 7일 장마철 한복판에 칠석 행사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올해 칠석은 8월 2일, 휴가철 한복판 ‘황금의 토요일’이다. 나크리 태풍의 방해 속에서도 대전시는 견우직녀축제를 무사히 마쳤다. 옛날에 밸런타인데이(Valentine's Day) 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 국적 없는 기념일이 다가오면 백화점에서 초콜릿을 파느라고 난리가 난다. 검색을 하다 보면 ‘중국 밸런타인데이(Chinese Valentine's Day)’ 같은 말을 발견하게 된다. 중국 여자들이 초콜릿을 주는 날일까? 아니다. 바로 칠월칠석을 중국에서 그렇게 부르고 있다. 최근 중국은 이 이름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래서 걱정이 앞선다. 미래에 우리나라 백화점들이 칠석 때 중국 밸런타인데이라고 초콜릿을 파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중국 동화집에서 견우직녀 설화를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유학시절 미국 사람들이 음력 설날을 ‘중국 설날(Chinese New Year)’로 부르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미국 친구들이 ‘이번 중국 설날 무엇을 하느냐’ 물으면 대답하기가 망설여졌던 것이다. 미국 친구들은 한의학도 ‘중국의학’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대로 나아가면 미국 사람들이 우리 교포들에게 ‘중국 밸런타인데이 때 무엇을 하느냐’고 물을 날도 머지 않았다. 이것이 우리가 빨리 칠월칠석을 별칭으로 ‘코리안 밸런타인데이(Korean Valentine's Day)’라 불러야 되는 이유다.
    Premium Chosun ☜       박석재 한국 천문연구원 연구위원 dr_blackh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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