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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엠마'의 엠마

浮萍草 2014. 7. 15. 12:00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부족함이 없는 게 부족함인 여자
    인 오스틴의 소설을 진지하게 읽을 날이 올 줄 몰랐다. 
    내게 그녀의 소설은 그저 그런 계집아이들 이야기였으므로.
    그래서 나는 제인 오스틴 소설이 피곤했다. 
    여자들이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끊임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그 넘치는 에너지를 대개 남자 이야기를 하는 데 소비해 버린다는 것이.
    자기에게 어울리는 남자는 자신보다 신분이 높고 재산이 많고 명망을 획득한 사람이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면서 다른 여자가 그런 남자를 차지하면 그녀를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모순 덩어리 여자들이라는 것이 (한편, 조건 좋은 여자를 얻는 게 인생의 목표인 남자가 나오는 소설로는 ‘도깨비불’이 있다.)
    영화에서 기네스 팰트로가 엠마 역을 맡기도 했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정신을 강직하게 실천하는 영국식 표본으로 보였던 것이다. 그러나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점점 더 위대해지고 영원히 사랑받을 것처럼 보이는 것인지 그녀의 소설에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지만 인정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허무하게도 ‘엠마’의 첫 장을 다 읽기도 전에 나는 이 소설의 매력에 투항해 버렸다.(제인 오스틴의 다른 소설도 다 이런지는 알 수 없다.) “엠마 우드하우스는 예쁘고, 영리하고 부유한 데다 집안이 안락하고 성격이 명랑해서 이 세상의 축복을 모두 누리는 것 같았다. 세상에 태어난 지 거의 21년이 되었어도 괴롭거나 화를 낼 일이 거의 없었다.”
    여자들은 이렇게 모여서 남자 이야기를 한다

    놀라운 소설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엠마의 성격과 재력 사회적 신분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이 소설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족함이 없는 게 부족함인 이 여자 엠마에게 화가 날 일을 빈번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 소설을 쓰겠다는 작가의 선전포고이기도 한 것이다. “엠마의 처지에서 참으로 불운한 점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지가 좀 많고 자신을 지나치게 좋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엠마의 이 독특한 성격이 엠마의 화와 고난을 이끌고 나간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엠마를 고집스러운 수다쟁이 중매꾼으로 알고 있었다. 이 편견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는데, 이런 이유에서 그러하다. 첫째, 엠마는 확실히 고집스럽다. 실제로 부족한 것이 없고 그런 여자들이 대개 그러하듯 엠마는 자신만만하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것을 자기가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하고 세상 일이 자기 뜻대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자다. 둘째 그러나 엠마는 수다쟁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엠마의 많은 말들이 대개 그녀의 머릿속에서 발화되기 때문에. 제인 오스틴식 ‘의식의 흐름’인 셈이다. 그리고 셋째, 엠마는 중매꾼이 아니다. ‘꾼’이란 어떤 행위를 직업적으로 반복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이니까. 엠마는 자신의 친구 해리엇의 애정관계에 그저 ‘관여’할 뿐이다. 우리가 친구들의 연애에 간섭하는 것처럼 그 남자는 너에게 너무 부족해, 너는 그 남자에 비해 너무 아까워, 등등.
    결국 엠마도 '그녀의 남자'와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 영리하고 다 가진 여자는 어떻게 되는가. “도저히 봐줄 수 없는 허영심으로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알고 있다고 믿었었다. 용서할 수 없는 교만으로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해 주겠다고 나섰었다. 그러고는 도처에서 그녀의 착각이 입증되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행을 일으켰다.” 그러니까 이것은 세상 모든 이치를 안다고 자신하는 여자가 자신이 끝내 아무것도 몰랐음을 깨닫는 이야기이다. (자신마저도) 세상에서 제일 특별한 여자가 세상에서 평범한 여자 중 하나가 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사랑 때문에) 누군가의 사랑을 얻는 일 앞에서는 누구나 세상에서 가장 초라한 사람이 되고 마니까.(엠마도 역시) 성공한 결혼만이 여자의 유일한 자아실현의 통로였던 그 시대에 결국 엠마도 그렇게 사랑을 얻는 것으로 ‘성공’하고 마는 것이다. 한은형의 성격채집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다음 회에는 '알랭' (피에르 드리외라로셸,’도깨비불’)을 채집합니다.
    Premium Chosun ☜       한은형 소설가 Candider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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