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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하>

浮萍草 2014. 7. 15. 00:00
    사랑이 죽어가자 그녀는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졌다
    ㆍ2부 그녀는 달려오는 기차에 몸을 던졌다 랑했다. 그것도 지나치게. 안나 카레니나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녀는 인생의 다른 모든 행복보다도 사랑을 중히 여기는 여자만이 할 수 있는 그런 사랑으로” 브론스키를 사랑했다. 이게 왜 나쁜가? 나쁘다. 안나가 살던 19세기의 러시아 귀족사회에서는 나쁜 일이었다. 연애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러시아 상류사회에서 자신과 상대를 위험하게 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연애하는 건 “눈부신 장식품”이었으니까. 안나의 문제는 지나쳤다는 것. 그녀의 열정은 연애를 초과해버렸다. “화려하고 우아한 사교계의 정사가 아니라 뭔가 베르테르식의 절망적인 그녀가 알기로는 엉뚱하고 어리석은 행동으로까지 그를 끌고 들어갈 수 있는 정열임을 알게 되자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브론스키의 어머니에 눈에 비친, 아들의 연인 안나의 모습이다.
    톨스토이와 그의 아내 소피아가 48번째 결혼 기념일에
    찍은 사진.1910년 10월 28일 톨스토이는 아내에게 이별의
    편지를 남기고 주치의와 함께 집을 떠난다.그리고 사흘이
    지난 31일 저녁,아스타포보역에서 죽는다.그가 만들어낸
    여자 안나처럼 기차역에서 눈을 감았던 것이다.
    사랑은 오래 가지 않는다. 안나는 여전히 브론스키를 사랑하지만 자신에 대한 그의 마음이 예전 같지 못하다고 느낀다. “지금에 와서는 최상의 행복은 이미 과거의 것이 돼버린 것만 같은 생각이 자꾸 드는.” 이 조바심이 그녀를 정신적으로 또 육체적으로 변하게 만든다. 생기가 넘치는 공감과 이해의 여신이었던 안나는 실의에 빠진 여자가 되어 브론스키의 사랑을 의심한다. 그리고“미모를 찌그러뜨리는”앙칼스러운 표정으로 질투한다. 여자가 이럴 때 남자의 기분이 어떨지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우리의 예상대로 브론스키는 지겨워한다. “아름다운 꽃을 사랑한 나머지 꺾어서 못 쓰게 만들어놓고 나서야 겨우 그 아름다움을 깨닫고 이제는 자기의 수중에서 시들어버린 꽃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과 같은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본다. 다행히도 안나는 잃은 줄 알았던 사랑을 되찾으면서 구원받는다. 어떻게? 안나가 브론스키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를 낳은 후 목숨이 위험해지면서다. 별거하던 남편 카레닌이 돌아와서 남의 아이를 낳고서 자신의 집에 누워 죽어가는 중인 안나를 용서한다. “약간 희극적이고 가여운 인간으로만 여겨지던 배신당한 남편”이“더 이상 심술궂고 위선적이고 우스꽝 스런 인간이 아닌 선량하고 솔직하고 위대한 인물”이 되어버린다. 브론스키는 말할 수 없는 수치와 모욕, 비애를 느낀다. 그리고 감정이 요동친다. “요즈음 식었다고 느꼈던 그녀에 대한 정열이 막상 그녀를 영원히 잃었다고 생각하자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불타올랐”던 것. 브론스키는 말한다. 우리의 사랑은 강해졌으며 우리는 영원히 행복할 것이라고. 그리고 안나는 회복된다. 이 ‘유사 죽음’의 체험이 안나에게 남긴 교훈은 이렇다. ‘사랑이 위험해졌을 때는 죽음을 이용하라.’ 그러나 불행히도 사랑은 다시 식는다. 이“미묘한 이해력”을 지닌 열정적인 여자가 자신이 배운‘죽음의 교훈’을 실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 한 것이었다. “아아,어째서 죽지 않았을까요.” 이렇게 말하면서 그녀는 이제라도 죽으려고 한다. 나는 안나 카레니나의 자살을 밀란 쿤데라가 해석한 대로 이해하고 있다. “플랫폼에서 우연히 그녀는 기억에 갑자기 사로잡히고 자신의 사랑 이야기에 아름답고 완전한 형식을 부여할 수 있는 예기치 않은 기회 다시 말해 역이라는 동일한 무대와 열차 바퀴에 깔려 죽는다는 동일한 모티프에 의해 연애의 시작과 끝이 연결될 수 있는 기호에 매료당한다.”(‘커튼’) 브론스키와 처음 만나게 된 장면에서 둘은 어느 남자가 열차에 깔려 죽는 모습을 함께 보았었다. 안나는 자신이 죽을 뻔했던 경험으로부터 얻은‘교훈’에다가,브론스키와 함께 죽은 남자를 보았던 기억 으로부터 길어 올린 ‘영감’을 더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강렬한 복수의 감정이 더해진다.
    그녀는 자신을 죽임으로써 브론스키를 벌주려 한다. 죽음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마음에 사랑이 되살아나게 하고 자신들의 사랑에 완결된 리듬을 부여하고 그녀 마음의 고통을 끝낼 수 있다고. “원수 갚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니 내가 갚아주겠다”는 이 책의 제사(題詞)는 이렇게, 이 두꺼운 책의 마지막에서 다시 솟구친다. 그녀의 복수는 이루어지는가. 브론스키의 내면을 표현한 이 문장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은 그러나 영원히 나을 수 없는 회한이 으쓱거리는 듯한 멋지게 성공한 그녀의 위협만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복수는 성공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나는 그렇게 자신의 사랑과 행복도 함께 죽였다. “당신은…. 당신은 이 일을 틀림없이 후회할 거예요.” 안나가 브론스키에게 한 이 말을, 우리는 안나 자신에게 되돌려줘야 할지도 모른다.
    Premium Chosun ☜       한은형 소설가 Candider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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