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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베르테르

浮萍草 2014. 7. 15. 06:00
    여자는 남자·사랑 없이 존재할 수 없지만 남자는 여유가 있어야 사랑을 선택한다
    르테르는 사랑 때문에 죽은 거의 유일한 남자다. 
    나는 이것을 우연히 깨달았다. 
    고전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이름을 적어 내려가던 중이었다. 
    안나 카레니나, 제인 에어, 보바리 부인, 테스, 엠마, 롤리타, 레베카….
    여자들의 이름을 먼저 적다가 충격에 빠졌다. 
    이 여자들은 남자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인물들이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남자들은?
    돈키호테,로빈슨 크루소,파우스트,오이디푸스 왕,율리시스,고리오 영감,캉디드, 데미안….
    ㆍ베르테르, 사랑 때문에 죽은 유일한 남자
    역시 남자들은 달랐다. 그들에게는 전쟁이,모험이,출세가,입사(入社)가 있었다. 그러고도 여유가 있을 때 남자들은 연애를 때로는 사랑을 했다. 여자들은 남자들과 정확히 반대였다. 여자들에게 육체적 모험과 정신적 모험이 허락된 길 그러니까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이었던 것이다. 연애 혹은 사랑. 그러니 전부일 수밖에.
    베르테르는 불멸의 남자로 기억된다.

    그러니 베르테르는 불멸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 이전에는 당연히 없었고 그 이후에도 잘 없는 독보적인 인물이므로‘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판된 것은 1774년 18세기에‘사랑’ 때문에‘자살’하는 남자라는 예외적 인물을,괴테는 창조한 것이었다. 이 소설은 스물다섯의 괴테에게 국제적 명성을 가져다준다. 베르테르 마니아가 생겼고 베르테르 신드롬이 일었다. 청년들은 베르테르를 따라 푸른색 연미복에 노란 조끼와 노란 바지(베르테르가 로테와 무도회에서 춤을 출 때 입는 옷)를 입었고 소설 속 장면을 그린 도자기가 나왔고 심지어 베르테르 향수도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베르테르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ㆍ여자는 남자·사랑 이 존재할 수 없지만 남자는 여유가 있어야 사랑을 한다
    베르테르처럼 권총을 빌릴 수 없었던 사람들은 강 속으로 뛰어드는 편을 택했다. 이 책의 서문에 있는 이런 당부가 무색하게도 말이다. “선한 영혼을 가진 그대가 베르테르와 같은 충동을 느낀다면 그의 슬픔에서 위안을 얻으십시오. 그리고 그대가 불운이나 자신의 잘못으로 절친한 벗을 찾지 못한다면 이 작은 책을 벗으로 삼기 바랍니다.”
    베르테르는 유부녀를 사랑하고 결국 자살을 선택한다.

    그런데 나는 베르테르가 죽은 것이 사랑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는 하급 관리인 베르테르가 격에 맞지 않는 귀족들의 모임에 참석했다가 내쫓기다시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채 일을 그만둔다. 사랑 때문에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그는 자신의 삶이 오직 불행과 불운의 지배만을 받는다고 느꼈을 것이다. 아무도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불운은 불운을 이끄는 법. 그는 사랑 때문에 미친 사람과 사랑 때문에 죽게 된 사람을 연달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베르테르를 뒤흔든다. 왜? 그는 이런 사람이었으므로. “나도 가끔 취해본 적이 있고 나의 격정은 광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지만 나는 그 두 가지를 후회해본 적은 없네. 왜냐하면 뭔가 위대한 일,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내는 비범한 사람들은 모두 예로부터 취한이나 광인으로 지탄받았다는 것을 내 나름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지.”
    ㆍ베르테르는 언제 어떻게 죽는가?
    베르테르는 언제 죽는가. 성탄 전야다. 베르테르 때문에 남편 알베르트와 어색해진 로테가 성탄 전에는 오지 말라며 그의 잦은 방문을 금지했기 때문에. 베르테르는 어떻게 죽는가. 알베르트에게 빌린 권총으로 그 권총을 내어준 사람이 로테임을 알고서 베르테르는 권총에 여러 번 입맞춤을 한다. 그녀와 자신이 끝까지 연결되어 있다고 믿으므로.
    소설속 여자들이 사랑 때문에 죽게되지만 베르테르는 고전소설 등장하는 여느 남자들과 달리 사랑 때문에 죽음을 선택한다.

    그는 유부녀를 사랑하는 자신을 단죄하기로 한다. “죄가 된다고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제 스스로 벌을 내리겠습니다.”라면서 어쩌면 베르테르는 위대해지기 위해 죽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취한이나 광인은 될 수 없었고 그렇다고 로테나 알베르트를 죽일 수도 없었으므로. 목숨을 두려워하지 않는 군인이 있다면 불멸을 믿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베르테르도 그랬을 것이다. 그는 로테에게서도 불멸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이 책을 다시 읽은 건 우연히도 성탄 전야였다. ‘한은형의 성격채집’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다음 회에는 ‘엠마’ (제인 오스틴, ‘엠마’)를 채집합니다.
    Premium Chosun ☜       한은형 소설가 Candider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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