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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상>

浮萍草 2014. 7. 14. 20:12
    "안나는 너무 많이 느끼는 여자야"
    1부 안나 카레니나의 매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안나 카레니나보다 더 유명한 여자가 있을까. 나는 알지 못한다. 안나 카레니나보다 더 매력적인 여자가 있을까. 아마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작가인 톨스토이는 이런 일화를 남겼다. 무심코 집어든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한참을 읽다가 표지를 봤더니 자기가 쓴 ‘안나 카레니나’였다고. 그러나 내게는 이 책이 너무 재미있지는 않았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너무도 잘 이해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일이 48피스로 된 퍼즐을 맞추는 일처럼 쉬웠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작가들이 뽑은 세계 최고의 소설’이라는 영예의 권좌에서 내려온 적이 없는데 만약 내가 작가가 되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소설가 김영하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는 작가가 아니면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고 ‘안나 카레니나’를 다 읽고 나서 나는 작가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ㆍ안나의 매력? “너무 많이 느끼는 여자야”
    안나 카레니나의 매력을 한마디로 말해봐,라고 누군가 물어준다면 좋겠다. “너무 많이 느끼는 여자야.” 라는 문장을 말하고 싶기 때문에. 안나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공감과 이해 분별과 발견의 능력은 인간의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소설의 도입부에서 안나는 올림포스 산에 있는 아테네 여신 같은 자비로 한 가정의 파탄을 조정하며 등장한다. “난 몰라요, 당신의 마음속에 오라버니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용서할 수 있을 만큼의 사랑이 아직 남아 있는지 어떤지는 당신만이 알고 있을 테니까요. 만약 그만큼의 사랑이 있다면, 그분을 용서해주세요!” 남녀노소를 반하게 하는 이 여자는 그런 인간에게 흔히 따라다니는 자부와 오만과는 무관한데다 관대하고 지혜롭기까지 하다.
    톨스토이작 안나 카레니나.

    그렇다. 매력적인 이성이 되려면 일단 매력적인 인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어딘지 슬픈 깨달음이어서 먹먹해진다. 인간으로서의 부족함과 지질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나는 매력적인 인간으로는 살다 죽을 수 없을 것 같다는 그래서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을 것 같다는 비극적인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매력적인 이성이라도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톨스토이가 포착한 것은 생기다. “그녀의 얼굴 가운데서 노닐기도 하고 반짝이는 두 눈과 살포시 짓는 미소로 실그러진 붉은 입술 사이를 팔딱팔딱 뛰어 돌아다니기도 하는 짓눌린” 생기(生氣). 그러니까 삶에 대한 의지. 이 생기가 안나가 영위하던 카레닌과의 사랑 없는 결혼을 견딜 수 없는 것으로 만든다. 안나는 “살아 있는 사람이며 내게는 죄가 없다는 것을 신이 나란 사람을 사랑하고 살아 숨쉬어야 하는 인간으로 만들어놓았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에.
    ㆍ누군가를 반하게 하려면 자기가 먼저 반해야 한다
    그녀는 누구보다 많이 느끼고 많이 깨닫는 여자였다. 그러므로 러시아의 귀족들이 그러는 것처럼 ‘적당히’ 사랑할 수 없었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읽지 않은 사람들도 알고 있다.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귀부인 안나가 가정을 버리고 괴로워하다가 죽게 된다는 것을. 고위 관료인 남편 카레닌이 자신의 체면과 귀족사회의 시선 때문에 이혼을 해주지 않자 안나를 사랑하는 어느 여인은 이렇게 말한다. “저분은 안나가 자기의 감정을 희롱할 수 없는 여자라는 것을 모르고 있어요.”라고. 이 여자는 살기 위해서 솔직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뭔가 기괴하고 악마적인 힘으로” 끊임없이 누군가를 매혹시키려 했을까. 오빠의 아이들, 귀족의 젊은 영애(令愛), 테니스를 치는 남자,누군가의 남편,그리고 브론스키 그런 장면들에서 안나는 이런 사실을 알려준다. 누군가를 반하게 하려면 자기가 먼저 반해야 한다고. 최소한 그에게 반한 척이라도 해야 한다고 안나에게 이것은 숨 쉬는 일과 같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안나 카레니나는 작가들이 뽑은 최고의 소설.

    ㆍ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여자
    마지막 질문. 안나는 얼마나 예쁜 여자였을까. 꽤 예쁜 여자였지만 아주 예쁜 여자는 아니었다. “이 여자의 드러난 팔이 아무라 희고 곱다고 해도 이 여자의 풍만한 몸뚱이며 검은 머리칼 아래 빛나고 있는 얼굴이 아무리 곱다고 해도 그 사람은 더욱더 좋은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 자신도 남편의 사랑을 잃은 경험이 있는 어느 여자가 브론스키의 사랑을 잃을까봐 안달하고 있는 안나를 보면서 내뱉는 독백이다. 이 세상에 아주 예쁜 여자 같은 것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것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여자이며, 아직 만나지 못한 여자이며 아직 태어나지 못한 여자인지도 모르겠다고‘안나 카레니나’를 읽으며 생각했다. 시간의 폭력에 맞서 생기를 유지할 수 있는 여자는(그리고 사랑은) 어디에도 없으므로. 이렇게 지성과 덕성과 생기가 있는 여자에게도 사랑이란 잔인한 것이니. “역겹고 가련한” 것 그게 사랑임을 안나는 알려줬다. * 성격채집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다음 회에는 '안나 카레니나'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 더 이어갑니다.
    한은형
    소설가 Candider8@gmail.com 2012년 단편소설 ‘꼽추 미카엘의 일광욕’이 문학동네신인상에 당선되어 소설가가 되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부담스러워 하지만 인터뷰나 대담을 읽는 것에는 큰 흥미가 있다. 작가연보를 살피는 것도 좋아한다. 추리소설에는 끌리지 않지만 미궁에 빠진 사건을 재구성하는 게 취미다. 잡담을 진담처럼 하고, 진담을 농담처럼 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딴 데 정신을 팔며 길을 걷고, 우연히 스친 사람을 내내 생각한다. 가장 오래 생각하는 사람은 소설 속 인물일 때가 많다. 하지만, 열렬한 ‘독서가’는 못 된다. 2012년 단편소설 문학동네신인상 당선

    Premium Chosun ☜       한은형 소설가 Candider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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