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저장소 ㅁ ~ ㅇ/스크린 속 의학

35 트랜스포머

浮萍草 2014. 7. 14. 09:16
    항생제도 안듣는 수퍼 박테리아 막는 법
    짝 의심이 들었습니다. 
    러닝 타임이 세 시간에서 16분 모자란다는 정보를 들었을 때입니다.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의 감독 마이클 베이는 아직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렇게 많이 남았을까요? 
    우려는 현실이 되어, 역시 잘나갈 때 그만두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물론 트랜스포머류의 영화에서 작품성이나 연기력 등을 논하는 것이 어울리지는 않습니다. 관객들은 화려한 볼거리를 원해 티켓을 사기 때문이지요. 세련된 컴퓨터 그래픽과 잘 짜여진 스토리만 있으면 대부분 만족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저녁 식사라도 세 시간 가까이 먹고 나면 마지막 요리까지 칭찬의 박수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럴 자신 있다면 정말 끝내주는 요리이어야 할 겁니다. ​영리해진 관객들 앞에 감독은 겸손해야합니다. 마치 ‘잘 먹던 거니까 이번에도 그냥 드세요’하는 식당 주인처럼 만만해지면 안 됩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홍명보 감독이 알제리 전의 패인을 ‘러시아전에서 잘했으니까 이번에도 잘하겠지’하는 막연한 기대로 파악한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보여 주어야하는 감독에게는 힘든 일일 수 있습니다. 이번 영화 <트랜스포머 4 : 사라진 시대> 에서도 갈바트론 락 다운 같은 악당들과 크로스 헤어, 하운드 같은 오토봇 그리고 공룡 로봇인 다이노봇 같은 새로운 얼굴 들은 나름 고심의 흔적들이 보입니다. 하지만 뜬금없는 홍콩으로의 장면 이동과 민망한 PPL광고 등은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에 망가져가는 감독을 보는 느낌입니다. 마이클 베이가 트랜스포머를 만들었으나 이제는 트랜스포머에 의해 마이클 베이가 조종당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트랜스포머 4 : 사라진 시대>는 오토봇과 디셉티콘의 전투가 끝나고 지구는 일시적인 평화가 찾아온 상태에서 시작됩니다. 하지만 평화는 표면적일 뿐입니다. 로봇 전문가 케이드 예거(마크 윌버그)는 고물로 버려져있던 낡은 트럭을 우연히 사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사라졌던 옵티머스 프라임이었습니다. 옵티머스 프라임을 수리해준 케이드는 그것을 빌미로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락다운과 은밀한 거래를 하고 있는 정보 당국과 트랜스포머를 양산하려는 KSI 회사는 옵티머스 프라임을 찾기 위한 추적을 계속합니다. KSI가 만든 갈바트론과 락다운 두 가지 적과 상대해야하는 오토봇과 케이드에게는 힘든 싸움입니다. 결국 오토봇들은 위험한 로봇인 다이노봇을 이용할 계획을 세우게 됩니다. ​​문제는 KSI가 만든 갈바트론입니다. 이것은 KSI의 지시를 받도록 만들어졌으나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갈바트론을 만들 때 들어간 디셉티콘의 DNA 때문입니다. 갈바트론은 디셉티콘의 DNA를 물려받아 그야말로 디셉티콘으로 트랜스폼, 형질 전환된 것입니다.

    트랜스포메이션(transformation) 즉 형질 전환은 분자 유전학에 큰 축이 되었습니다. 엄밀한 트랜스포메이션은 모양이 바뀌는 것보다 그 성질이 바뀌는 것입니다. 이것은 의학적으로 세균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 획득에서 중요한 프로세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박테리아는 항생제에 노출되면 죽기도 하지만 항생제에 내성을 갖는 형질이 선택되어 살아남기도 합니다. 이 정보는 플라스미드라고 하는 DNA집합체에 저장되어 수직으로 후손에게 전달됩니다. 후손들은 내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지요. 혹은 접합, 형질도입, 형질 전환에 의해 수평적으로 즉 동료 박테리아들에게 항생제 내성을 전달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 중에 형질 전환(transformation)은 죽거나 녹아 버린 외부의 박테리아에서 나온 DNA를 살아있는 다른 박테리아가 흡수하여 자신의 DNA에 복사하는 것입니다. 마치 <트랜스포머 : 사라진 시대>에서 갈바트론이 녹아버린 디셉티콘의 DNA를 흡수하여 외형은 갈바트론이지만 실제는 디셉티콘이 되어버린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이렇게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는 이제부터 그 항생제에는 약효가 듣지 않게 됩니다. 이것은 의학적으로 큰 문제입니다. 특히 다제 내성균 (여러 가지 항생제에 듣지 않는 균)은 병원 감염에 큰 위험이 되고 있습니다. 그중에 메치실린 내성 황색 포도상 구균(MRSA)은 외과 의사들과 감염 내과 의사들에게 가장 유명한 균입니다. 이 균에는 현재까지 반코마이신이라는 특효약이 듣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종종 반코마이신에도 저항이 있는 VRSA가 보고되기도 해서 긴장하게 합니다. 이런 균들을 언론에서는 슈퍼 박테리아라고 하지요, 일종의 트랜스포머입니다. 의료계에서는 이런 박테리아와 싸우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수술 후에 무조건 강한 항생제를 처방하기도 하였으나 지금은 1차약으로 필요한 만큼만 씁니다. 세균들에게 항생제 노출을 많이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손 씻기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고 있고 손소독제를 침상마다 비치하여 세균의 전파를 막습니다. 그러나 세균들은 점점 강해지고 쓸 수 있는 항생제의 개발은 더디기만 합니다. 앞으로의 항생제 개발도 중요하지만 개인위생의 강화가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그래서 병원의 평가에서 '손 씻기 수행률이 얼마나 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 척도가 됩니다. 이 글을 쓰고 나면 저도 다시 손을 씻고 회진을 갈 예정입니다. 노트북 자판에는 세균들이 득실득실 하니까요. 트랜스포머 세균과의 전쟁 이미 병원에서는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Premium Chosun ☜       임재현 나누리서울병원 원장 nanoori100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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