萍 - 창고 ㅈ ~ ㅎ/쥑'이는 여의사의 행복처방

34 "난 절대 죽으면 안 돼' 라덩 말기 암환자

浮萍草 2014. 7. 12. 06:00
    눈먼 아들 두고 말기 폐암 걸린 엄마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은 토마스 아퀴나스 신부님이 위암에 걸렸다. 의사가 암이라고 말했을 때 그는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나이 지긋한 김목사님이 전립선암으로 호스피스에 입원했을 때에도 “하늘나라로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잠시 들렀소”라고 편하게 말했다. 농부였던 오갑할아버지가 말기 위암에 걸렸다. “이제 살만큼 살았어. 마지막으로 우리 며느리 소원 하나 들어주고 가려하오”라며 호스피스병동에서 기독교인이 됐다. 예절 바르던 며느리가 예전부터 오갑할아버니에게 예수 믿으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요추로 전이된 암 때문에 하반신 마비가 왔지만 그리 슬퍼하지는 않았다. 멀리 있는 아들과 매일 영상통화를 했고, 6살 먹은 손자가 침상 옆에서 장난감 레고를 맞추면 따뜻한 눈길로 바라봤다. 나는 죽음의 맨 얼굴이 이런 줄로만 알았다. 비록 종교인이 아니더라도 오갑할아버지처럼 마지막에 와서는 다 내려놓고 삶의 갈등에서 헤어나는 편안함을 기대했다. 그러나 마지막이라고 해서 버리는 것이 다 녹록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 호스피스(hospice)의 어원은 '여관'이다.인생을 긴 여행으로 보면 평온관은 마지막 묵어가는 여관인 셈이다.환자들은 평온관 입구를 들어설 때 암뿐만 아니라
    인생 전체를 가지고 입원한다.그 이야기에 귀기울이면 죽음의 열쇠가 보이기 시작한다.

    대식씨 어머니는 말기 폐암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난 절대로 죽으면 안 돼”라고 했다. 그래서 호스피스로 오지 않고 내과로 입원했다. 그러나 대식씨 이모는 이왕 안 될 것 같으면 시설도 좋고 통증치료도 잘 되는 호스피스로 가기를 간절히 원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환자가 그렇게 싫어하는데 굳이 호스피스로 오실 이유가 있나요?”라고 물었다. “선생님, 반대만 하지 말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언니한테는 눈 먼 아들이 있어요. 그 아이 때문에 언니가 한(恨)이 맺혀서 그래요. 아직 장가를 못 보냈거든요.” 하나 뿐인 아들, 대식씨가 3살 때 사고로 눈이 멀었다. 나는 환자가 호스피스를 극구 싫어하니 최종적으로 아들인 대식씨의 의견을 들어야 했다. 대식씨는 건장한 청년이었다. D대학 점자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고 있었다. “저 때문에 우리 어머니가 더 못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서 어머니한테 정말 죄송해요. 평생 저 때문에 고생만 하셨는데… 선생님 제가 어떡하면 어머니가 편해지실까요?” 그는 허공을 보고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는 진료실 탁자 위에 있던 티슈를 한웅큼 뽑아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가기 전에 다 버리고 가야한다는 것은 어쩌면 환상일수 있어요. 정신없이 살다보면 안고 가는 사람도 있고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더라구요. 어머님께서는 대식씨를 걱정하고 살아 오셨으니까 마지막에도 이러시는 것이 꼭 응어리진 마음이 있다기보다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은 아닐까요.” 대식씨는 어머니의 죽음을 부정하는 반응이 정상이라는 말에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죽음을 편안하게 수용할 수 있는 묘약은 불행히도 호스피스에는 없다.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속사정을 들어주면 조금은 가벼워졌고 이렇게 끝까지 끈을 놓지 않고 가는 사람도 많다는 평범한 사실에 사람들은 평안을 찾았다. 때로는 대식씨 어머니처럼 버리는 것보다 안고 가는 것이 더 홀가분 인생도 있다. 그러니까 결국 안고 가는 사람, 버리고 가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Premium Chosun ☜       김여환 대구의료원 완화의료 센터장 dodoy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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